보스턴, 샌디에이고 잇는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 글로벌 협력 거점···유한USA, 기술수출 파트너링 집중 JW중외·동아ST·대웅·한미도 입주, 롯데바이오 "계획 中"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미국법인 유한USA는 지난 2019년부터 CIC에 입주해 있다. 유한USA는 앞서 지난 2018년 미국 서부 샌디에이고 지역에 1호 사무소를 내고 미국에 첫 진출했지만, 현재 메인으로 운영되는 사무소는 CIC 내에 차린 사무소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먼저 진출한 샌디에이고에도 사무소가 운영되고 있지만 지금 메인은 보스턴 지역이다. 바이오벤처들이 많고, 커뮤니케이션하기 유리한 입지에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제약바이오협회 등의 지원으로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CIC에 입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JW중외제약도 지난해 미국 연구법인 'JW세리악'을 샌디에이고에서 CIC로 이전했다.
JW세리악은 JW중외제약이 2000년 미국 시애틀에 설립한 화학유전체학 전문 연구소다. JW중외제약 국내 신약연구센터와 함께 Wnt 신호전달경로 타깃 혁신신약 연구를 진행해오다 지난 2018년 샌디에이고로 이전해 JW그룹의 글로벌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의 전진기지 역할을 담당했다.
회사 측은 보스턴으로 현지법인을 옮긴 배경에 대해 "미국 바이오 클러스터가 시대별로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최근 보스턴 지역이 모더나 등 빅파마와 바이오텍, 병원, 벤처캐피탈 등이 몰리며 최적의 입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1999년 설립된 CIC는 공유 오피스 겸 기업 간 네트워킹플랫폼으로 활용되는 곳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1인 창업자부터 스타트업, 다국적 기업, 대학, 정부 기관 등 전세계 8개 도시에 5000여개사가 입주해 있다. 구글의 모바일 운영 체제(OS)인 안드로이드가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최근 보스턴이 바이오제약기업·연구소·병원 등이 한데 모인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클러스터'(집적산업단지)로 떠오르면서 CIC 입주 기업 절반은 생명과학 관련 기업으로 차있는 상황이다.
현재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 중 19곳이 보스턴에 회사를 만들었고, 1000개가 넘는 바이오텍 연구기관이 밀집해있다.
7일(현지 시간) 보스턴 CIC에서 만난 박순만 보건산업진흥원 미국 지사장은 "전세계 신약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의 7.2%, 미국 파이프라인의 15.6%가 보스턴에 모여 있다"며 "걸어서 글로벌 기업과 연구소를 지날 수 있고 과학자, 의사, CRO(임상시험수탁기관), 투자자 등 파트너와 만나기도 쉽다"고 강조했다.
김영옥 진흥원 기획이사는 "세계에서 바이오를 한다는 사람치고 보스턴을 거치지 않은 사람과 국가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은 진흥원이 운영하는 C&D 인큐베이션센터 설립을 계기로 CIC에 입주하고 있다. 유한USA, 동아ST, 대웅이노베이션홀딩스 등 국내 대형 제약사 미국 법인은 물론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까지 20개사가 모여 있다. 진흥원은 이곳에 입주한 기업들에게 월 최대 120만원의 임대료와 현지 주요 학회 등과의 네트워킹 등을 지원하고 있다.
생화학분자유전학 박사인 윤태원 대표가 이끄는 유한USA는 CIC 입주 후 유망 바이오벤처 투자, 글로벌 임상 및 기술수출을 위한 파트너링 등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 측은 "미국 법인 설립 목적 자체가 직접적인 자사 제품 판매나 마케팅 활동 측면보다는 파트너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유망 벤처 및 기술에 투자하거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파이프라인을 수출할 파트너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유한USA는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YH35324'의 기술수출을 중점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물질은 2020년 7월 신약개발 기업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기술 도입한 신약으로, 현재 공동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YH35324'는 임상 1a상을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최근 유럽 알레르기임상면역학회(EAACI)에서 발표했으며, 반복투여 시 안전성, 약동학, 약력학적 특성을 평가하는 임상 1b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미국 제약사 얀센 주도로 진행하고 있는 항암제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 개발과 관련해서도 현지법인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JW세리악은 진흥원의 지원 없이 보스턴으로 이전한 후 JW그룹의 R&D 기술을 바탕으로 한 비임상·임상 중개연구, 기술이전 등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우수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바이오텍들의 후보물질을 가져오는 식이 아니라, 자체 플랫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들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JW중외제약은 자체 빅데이터 플랫폼인 '주얼리'(JWELRY)와 '클로버'(CLOVER)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신약개발(R&D)의 가장 초기 단계인 '연구'(R) 부문에서 많은 발전을 이뤄냈지만 이후 개발·임상단계(D)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한 상황이다.
JW중외제약은 비임상에서 임상단계로 진행하는 과정에 필요한 '중개연구' 강화를 위해 해외 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많은 국내 기업들과 공동연구를 해오고 있으며, 오픈 이노베이션의 범위를 해외로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ST는 CIC 입주 후 미국 자회사가 진행하는 신약개발 프로젝트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앞서 동아ST는 지난해 보스턴 소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뉴로보는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DA-1241', 비만 및 NASH 치료제 'DA-1726'를 개발 중이다. 'DA-1241'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의 임상 2상을 승인 받았다. 회사는 임상2상을 올해 3분기 내 개시하고, 2024년 하반기에 종료할 계획이다. DA-1726은 올 하반기에 글로벌 임상 1상 IND를 제출할 예정이다.
류은주 동아 아메리카 대표는 "물리적으로 보스턴에 있다 보니 유수 대학과 진행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관리가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대웅이노베이션홀딩스, 한미약품 등은 CIC를 거점으로 현지 기업간 다양한 협력 기회를 찾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미국 현지 파트너사들과 함께 다양한 가능성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보스턴 지역에 기업들이 모여 있다 보니 물리적으로 가까워서 기술교류가 잘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다. 계약 체결시에도 문제가 발생할 때 바로 설명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데 이점이 있다"며 "현재 미국으로 기술수출을 계획 중인 물질들에 대해 현지 기업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미국 시러큐스 공장 인수를 완료하며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본격화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CIC 입주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롯데바이오측은 "위탁개발(CDO) 사무소를 미국 주요 지역에 구축하려고 하는데, 보스턴 CIC와 샌프란시스코 등 다양한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 입주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두 지역 모두 미국에서 유명한 바이오 클러스터로 꼽히고 있어서 입지적으로 좋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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