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EU 철강 규제 시행···'공용쿼터 선점' 실적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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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철강 규제 시행···'공용쿼터 선점' 실적 좌우

등록 2026.07.01 17:16

이승용

  기자

전용쿼터 207만t 확보에도 수출 물량 감소 불가피자동차강판 등 고부가 제품 중심 수출 재편 필요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유럽연합(EU)의 새 철강 수입 규제가 1일부터 시행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고민도 달라졌다. 한국산 철강의 국가별 무관세 물량 감소폭은 경쟁국보다 낮췄지만 줄어든 물량을 메우기 위해 각국과 공용쿼터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하반기 실적은 결국 '공용쿼터를 얼마나 선점하느냐'가 좌우하게 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부터 새로운 철강 수입 관리제도를 시행했다.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를 대체하는 이번 제도는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응하고 역내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문턱을 대폭 높인 것이 핵심이다.

EU는 철강 30개 품목의 전체 무관세 수입 물량(TRQ)을 기존 3382만t에서 1835만t으로 약 46% 줄였다.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종전 25%에서 두 배로 높아진 50%의 관세를 부과한다. 사실상 저가 철강 수입을 강하게 억제하겠다는 의미다.

한국은 협상 끝에 국가 전용 무관세 쿼터 207만3000t을 확보했다. 기존 258만1000t보다 19.7% 줄어든 규모다. EU 전체 쿼터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상대적으로 작다.

정부와 업계는 이를 두고 "최악은 피했다"고 평가한다. 한국이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전략적 파트너라는 점, 한국산 자동차강판 등이 유럽 자동차 산업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적극 설명한 것이 협상 과정에서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철강협회는 "주요 경쟁국 대비 양호한 수준의 무관세 물량을 확보했다"고 평가했고 한국무역협회도 "국내 철강기업과 현지 진출 기업의 공급망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철강사들의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다.

전용 국가쿼터만으로는 기존 EU 수출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 어렵다. 부족한 물량은 여러 국가가 함께 사용하는 공용쿼터를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이 물량이 한국에 보장된 몫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기업들은 FTA 체결국 자격으로 약 147만t 규모의 공용쿼터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를 충분히 확보하면 전체 무관세 수출 가능 물량은 350만t 수준까지 늘어난다. 그러나 실제 확보량은 다른 수출국보다 얼마나 빨리 선적하고 통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하반기에는 철강 품질보다 '물량 확보 속도'가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업계는 분기별 쿼터 소진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며 선적 일정을 앞당기고, 통관 시점을 조정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공용쿼터가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될 경우 50%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만큼 물류 전략까지 실적과 직결된다.

수출 전략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제한된 무관세 물량을 범용 제품보다 자동차강판이나 전기강판 등 수익성이 높은 제품에 우선 배정하는 방식이다. 특히 EU 시장은 국내 철강사들이 고부가 자동차강판을 공급하는 핵심 시장인 만큼 물량 배분 전략이 수익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협상으로 국가쿼터 감소 폭을 최소화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공용쿼터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에 따라 하반기 EU 수출 실적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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