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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대기업집단 지정 1년···오히려 늘어난 내부거래 비중

유통·바이오 식음료 지배구조 2023|농심ⓛ

대기업집단 지정 1년···오히려 늘어난 내부거래 비중

등록 2023.07.12 14:30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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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산총액 5조원 넘겨 공시대장집단기업 포함율촌화학·농심기획 등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 전년比↑

대기업집단 지정 1년···오히려 늘어난 내부거래 비중 기사의 사진

농심그룹이 공시대상집단기업(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망에 들어온지도 1년여가 지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농심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은 높은 모습이다.

올 1분기를 기준으로 농심홀딩스를 지배회사로 상장사 3개, 해외법인 포함 비상장사 38개 등 41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나 이들 간 거래 비중은 최대 63%에 달하며 비상이 걸렸다.

농심그룹은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겠다고 했으나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일수산 제외로 피해갔지만···결국 지난해 대기업집단 지정
애당초 재계에서는 농심그룹이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 내부거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탓에 오너일가 세 형제가 계열 분리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계열 분리를 시작하기도 전 대기업집단에 지정돼 타이밍을 놓치며 이 시도는 불발됐다.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공시의무 대상 기업집단으로 사익편취 규제를 받게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일정 비율(상장회사 30%·비상장회사 20%) 이상이고,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비율이 연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재계에서는 일찌감치 농심그룹의 대기업집단 지정을 점치고 있었다. 2021년에도 농심이 대기업집단에 지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고(故) 신춘호 회장의 배우자 김낙양 여사의 친인척들이 보유한 우일수산이 기업집단서 분리되며 급한 불을 껐다.

우일수산은 1992년 설립된 조미식품·어육제품 제조업체다. 김낙양 여사의 친인척들인 김정조·정록·창경·정림씨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농심은 공정위에 우일수산의 주주와 경영진들이 인척 4촌 안에 들지만, 농심이 임원을 파견하지 않고 경영에도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집단에서 제외해달라고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2020년 말 기준 우일수산의 자산총액은 1331억원에 불과했는데, 농심그룹이 우일수산을 분리하면서 그룹 전체 자산총액이 간신히 5조원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대기업집단 기준에 미달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할 수 없었다. 메가마트의 정보기술(IT) 서비스 자회사인 엔디에스가 헬스케어 기업 유튜바이오 보유 지분을 신규 취득(지분율 11.85% →33.67%)하면서 그룹 전체 자산총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계열사 특수관계자 매출 높아···'일감 몰아주기' 논란 지속

대기업집단 지정 1년···오히려 늘어난 내부거래 비중 기사의 사진

농심 계열사들의 특수관계자 매출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대표 계열사인 율촌화학과 농심미분의 경우 오너일가 지분이 각각 58.47%, 100%다. 또 농심태경과 농심엔지니어링은 농심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공시대상 기업집단 조건 충족 이전부터 일감 몰아주기 수혜회사로 꼽혀왔다. 엔디에스와 농심기획 또한 오너일가가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율촌화학은 필름 포장재·포장원단, 골판지 등을 생산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4815억원을 기록했고 이 중 특수관계자와 거래로 올린 매출은 2225억원으로 집계됐다. 내부거래 비중은 전년(39%) 대비 7%포인트 늘어난 46%로 나타났다.

농심태경은 농축수산물 가공 및 스프 제조 등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다. 지난해 태경농산 매출액은 4660억원으로 전년(4133억원) 대비 13% 증가했다. 이 중 특수관계자 간 거래로 올린 매출은 2305억원이다.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은 50%로 전년(52%) 대비 2%포인트 감소했다.

농심태경의 최근 5년간 특수관계자 간 수익을 보면 ▲2018년 57% ▲2019년 57% ▲2020년 58% ▲2021년 52% ▲2022년 50%로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지만, 줄곧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엔디에스는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36%로 전년 대비 2%포인트 증가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 1402억원 중 506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광고 기획과 제작을 담당하는 농심기획은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63%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1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농심기획은 농심이 지분 90%,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이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농심미분은 지난해 137억원 매출 중 27%인 38억원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이 회사는 신동익 부회장이 지분 60%를, 이어 신 부회장의 자녀인 신승열·유정 씨가 각각 지분 20%씩을 보유하고 있다.

농심엔지니어링은 엔지니어링, 식품가공설비 및 기기 등의 제조 및 관련 서비스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50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특수관계자를 통해 올린 매출은 351억원으로 전년(32%) 대비 9%포인트 줄어든 23%로 나타났다.

농심홀딩스는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이 지분 42.92%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뒤이어 신동윤 부회장은 지분 13.18%를 갖고 있다. 농심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농심태경, 농심엔지니어링, 태경농산이 100%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TK America, Inc.이다. 농심개발은 농심홀딩스가 96,9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즉, 농심그룹의 자금순환구조는 농심-계열사-농심홀딩스로 이어지게끔 구축된 것이다.

농심그룹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제품 원재료 등 영업기밀 유지를 위해 '수직계열화'를 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또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확대되면 경영상 필요에 따라 수직계열화한 계열사 간 거래가 위축돼 기업 경영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이 높은 곳 대부분은 오너일가 지분율도 높다. 이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구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배당금을 통해 오너일가의 주머니를 채운다는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농심홀딩스의 지난해 배당금 총 수익은 200억7100만원이었다. 상장사인 농심과 율촌화학으로부터 각각 79억6000만원, 39억6100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비상장계열사 농심태경에서는 62억원, 농심엔지니어링에서는 19억5000만원을 챙겼다.

농심홀딩스는 지난해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전년(2000원)보다 500원 올린 2500원으로 책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115억9447만원이었다. 이 중 신동원 회장은 49억7591만원을,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15억2871만원을 수령했다. 두 사람을 포함한 특수관계자들이 수령한 총 배당금은 77억2682만원에 달한다.

대기업집단 제외 위한 계열분리 시나리오 제기
농심그룹은 고 신춘호 회장의 세 아들을 중심으로 승계 판이 짜여있다. 장남 신동원 회장이 주력 사업회사인 농심을 이끌고 차남 신동윤 부회장이 율촌화학을, 삼남 신동익 부회장이 메가마트를 맡는 식이다. 확고한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1990년대부터 신동원 회장을 중심으로 후계 구도를 정리하면서 별다른 갈등도 없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들 형제의 계열분리 시나리오를 제기하고 있다. 우선 농심홀딩스가 율촌화학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신동윤 부회장과 신동익 부회장이 각각 농심홀딩스와 농심의 지분울 일부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엔디에스는 신동원 회장(15.24%)과 신동윤 부회장(11.75%)의 지분이 섞여 있어 이 지분을 정리한 후 계열분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 신동익 부회장은 농심 주식을 처분하며 지분율을 낮추고 있다. 신 부회장은 2021년 고 신춘호 회장으로부터 농심 5만주를 상속받아 총 15만주를 보유해 왔다. 그런데 이를 꾸준히 매도하면서 12만8100주까지 줄었고 지분율은 2.11%로 감소했다. 신동익 부회장의 아들 신승렬 씨의 농심 보유 주식 수는 3만9600주, 지분율은 0.65%에 그치고 있다.

신동익 부회장은 2021년 3월 농심홀딩스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신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지분은 없다. 이후 신승렬 씨는 농심홀딩스 주식 일부를 매도했고 현재 지분율은 0.27%에 불과하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23년 만에 메가마트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신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계열분리를 위한 수순을 밟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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