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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초보운전·사회초년생이 안 탄다고?···이젠 아빠의 '세컨카'

산업 자동차 K-경차 30년②

초보운전·사회초년생이 안 탄다고?···이젠 아빠의 '세컨카'

등록 2023.07.18 07:41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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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2030 구매 비중 16%···4050 중장년층 비중은 55% 엔트리카에서 세컨카로 자리매김···"첫차는 준중형차로"작은 차체로 시내 주행···영업용 법인 차로도 인기 높아

초보운전·사회초년생이 안 탄다고?···이젠 아빠의 '세컨카' 기사의 사진

사례1. 30대 중반의 직장인 A씨는 '첫차'로 중형세단 K5를 구입해 3년째 운용하고 있다. 결혼 후 자녀까지 출산할 계획을 고려하면 작은 경차보다는 중형차를 오랫동안 타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사례2. 카니발을 패밀리카로 쓰고 있는 40대 직장인 B씨는 최근 레이를 세컨카로 구입했다. 전장이 5미터가 넘는 카니발을 시내 출퇴근용으로 쓰기엔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초보운전자 또는 사회초년생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경차의 수요가 중장년층으로 이동하고 있다. 준중형급 이상의 큰 차를 첫차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엔트리카 시장에서 경차의 입지는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하지만 경차만이 갖는 컴팩트함과 경제성 덕에 엄마‧아빠들의 '세컨카'로 리포지션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18일 CLM&S‧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기아 모닝의 20대 고객 비중은 5%에 그쳤다. 30대도 11%의 낮은 비중을 기록했으나 40대와 50대는 각각 20%, 35%로 젊은층보다 구매율이 높았다.

기아 레이의 연령별 판매 비중도 모닝과 비슷했다. 레이의 20대 고객 비중은 6%에 머물렀고, 30대는 23%를 기록했다. 반면 40대와 50대의 구입 비중은 각각 34%, 23%로 집계됐다.

현대차 캐스퍼의 경우 트렌디한 디자인 덕에 모닝과 레이 대비 20대 비중이 다소 높았다. 캐스퍼의 고객 가운데 20대는 13%, 30대는 26%를 차지했고 40대와 50대는 각각 23%였다.

저렴한 가격과 작은 차체가 특징인 경차는 일반적으로 사회초년생의 첫차로 판매돼 왔다. 하지만 최근 20대와 30대의 구입비중이 급격히 줄어든 건 떨어지는 가성비와 큰 차를 선호하는 자동차 문화가 배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은 아반떼 또는 쏘나타급 이상의 큰 차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큰 차를 타야 사회적으로 대접받는다는 인식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40~50대의 경차 비중이 높은 건 대부분 세컨카 수요로 보여진다"며 "중형급 이상의 차를 패밀리카로 사용하면서 경차를 출퇴근용 또는 시내 단거리 주행용으로 구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차가 빠진 국내 엔트리카 시장은 아반떼로 대표되는 준중형 세단과 소형 SUV가 자리를 채우고 있다. 기본 트림은 경차의 풀옵션 가격과 큰 차이가 없지만 실내 공간과 출력 면에선 경차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차선이탈경고, 측후방경고, 긴급 제동시스템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기본 화 되는 추세인 만큼 운전이 서툰 초보운전자들도 굳이 경차를 첫차로 선택할 이유가 없다.

엔트리카 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든 경차는 세컨카 시장을 중심으로 꾸준한 수요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취득세 감면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데다 몸집이 작아 복잡한 시내 도로에서 편하게 주행할 수 있어서다.

현대차 경형SUV 캐스퍼. 사진=현대차 제공현대차 경형SUV 캐스퍼. 사진=현대차 제공

실제로 모닝, 레이, 캐스퍼 등 국내의 모든 경차는 자동차관리법상 전장 3600mm, 전폭 1600mm, 높이 2000mm 이하 규격을 만족하고 있다. 소형SUV 판매 1위인 셀토스 대비 전장은 790mm, 전폭은 200mm 짧다. 장거리 가족여행용으론 한계가 있지만 경차만 한 시티카를 찾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경차는 영업용 차량으로도 일반 승용차 대비 수요가 높다. CLM&S‧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레이와 모닝의 법인‧사업자의 구입비중은 각각 26.9%, 26.5%에 달한다. 엔트리카 시장을 대표하는 셀토스의 경우 법인‧사업자 비중은 12.2%에 그쳤다. 현대차의 소형SUV 모델인 코나의 법인‧사업자 비중(18.8%)도 경차 대비 낮게 나타났다.

특히 실내 공간이 상대적으로 넓은 레이의 경우 영업직 사원의 이동용이나 소규모 매장의 배달용으로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이의 휠베이스는 2520mm로, 소형SUV인 현대차 베뉴와 동일하다.

익명을 요구한 기아 영업사원 A씨는 "우리 지점의 경우 레이 등 경차는 법인에서 업무용으로 구입하는 비중이 높다"며 "주로 현장을 방문하는 서비스직이 타는 용도"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30년 전 경차는 '국민차'로 불리며 첫차로 인기가 높았지만 이젠 엔트리카로 보긴 어려워졌다"며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들긴 했으나 세컨카와 영업용차로 리포지셔닝하며 명맥을 이어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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