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국토부 1·2차관제 후 외부 非전문가 차관 첫 사례대통령실 평판 최고···국토부 인사·정책 문외한 최대 약점역시 非전문 원장관과 관계도 최대관심···이력 보은인사?
"(김오진 신임 국토부 제1차관이 대통령실 관리비서관 시절부터) 대통령실 내부 평판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품도 훌륭하다는 얘기가 드린다. 대통령실 신임이 두터운 윤석열맨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만, 국토부 부동산 정책에 문외한인 그를 국토부 차관직에 앉힌 이유가 주요 주택정책 가운데 금융과 세제를 기획재정부가 담당하고 있는 탓에 경제부처 중 국토부가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져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정부와 대통령실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국토부 산하기관 관계자)
"이번 정부 개각에 따른 국토부 차관 인사의 관점포인트는 다름아닌 같은 정치인 출신 장·차관(원희룡 장관과 김오진 1차관)간의 관계 정립이 될 수 있다. 김 차관이 (윤석열 정부의 실세 차관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라는 유력 정치인 장관 아래서 실세차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해서다. 원 장관도 정치인 출신으로 주택정책 분야의 그닥 전문가가 아닌데 비전문가인 장관을 도와 업무를 수행해야할 차관마저 전문직종이 아닌 인사가 임명되면서 주택정책 업무 난항 우려도 있다."(관가 관계자)
윤석열 정부 첫 개각에서 유일하게 1·2차관이 모두 교체된 국토교통부. 더욱이 국민 주거안정과 주택·토지 등 부동산 분야를 다루는 국토부 1차관에 임명된 김오진 대통령비서실 관리비서관이 주택·부동산 정책을 한번도 다뤄보지 않은 비전문가라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일단 김 차관은 대통령실 비서관 시절, 대통령실 이전이나 세종 집무실 등의 업무를 맡아 갈등 조율과 소통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고 알려져 있다.
정치인 출신으로 정무적 감각을 발휘해 국회 법안소위 때 정부 입장을 전달하고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는 등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 윤심 참모로서 반 카르텔 정부를 만드는데 정부 선봉장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얘기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국토부 핵심업무인 주택·부동산 정책 비전문가라는 점에 있다. 더욱이 국토부 1차관이 맡는 주택정책은 윤석열 정권 탄생의 원동력이 됐던 '부동산 민심'의 중심인 만큼 비전문가 낙하산 논란 인사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사례도 거의 없다. 국토부가 1·2차관 직제가 된 2008년 이후 국토·토지·건설·부동산·교통 등 국내 주요 국토교통 업무를 실질적으로 관장해야 하는 요직에 외부 비전문가 차관이 부임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김오진 차관은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이후 줄곧 정치 경험을 쌓아온 만큼 국토교통과 관련해선 연관성이 거의 없다.
그가 보좌해야하는 원희룡 장관도 정치인 출신으로 주택·부동산 비전문가라는데 심각성이 더해진다. 이번에 국토부 제2차관으로 임명된 국토부 정통주택라인 관료인 백원국 전 대통령실 국토비서관이 제1차관에 이름을 올렸어야 하는게 아니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주택토지실장 등 실국장들이 1차관 대신 주택정책을 맡아야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마저 관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8일 관가와 정가에 따르면 경북 김천 출신인 김오진 국토부 1차관은 한양대와 미국 미주리대에서 각각 정치외교학과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를 딴 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보좌관과 당직자로 일한 전형적인 여의도 정치권 출신 인사다.
부동산 정책 경험이 없는 인사가 국토부 1차관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가 1·2차관제가 시작된 2008년 이후 1차관은 단 한 명만 빼고 나머지 9명은 국토부 관료가 맡았다. 유일한 외부 인사 출신 1차관은 김경환 서강대 명예교수(재임기간 2015~2017)다. 다만 그는 학계에서 오랜 기간 주택·부동산 분야를 연구한 전문가인데다 1차관 임명 당시엔 국토연구원장였던 터라 전문성 논란은 일지 않았다.
앞서 지난 1994년 1대 유상열 차관으로 2008년 12대 이춘희 차관까지 건설교통부 차관은 모두 부처 공무원 출신이었다. 당시 건교부 장관은 모두 정치인 또는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가 임명됐지만 차관은 부처 출신 관료가 맡았던 것이다. 2008년 출범한 국토해양부 역시 권도엽, 정창수, 한만희 1차관은 물론 이재균, 최장현, 김희국, 주성호 4명의 2차관 모두 건설교통부나 해양수산부 고위공직자 출신이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이후 출범한 국토교통부 역시 마찬가지다. 1차관의 경우 1대 박기풍 차관부터 6대 윤성원 차관까지 6명의 차관이 배출됐지만 이 중 국토부 관료 출신이 아닌 차관은 3대 김경환 차관 밖에 없었다.
반면, 김 차관 업력은 정치권 이력이 주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이후 대통령직인수위에 발탁돼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 실무를 도맡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용산시대'를 자리잡게 한 공로를 인정받은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뒷말도 있다.
이에 연장선상에서 그가 향후 총선 출마를 대비한 이력쌓기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본인은 최근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과의 티타임에서 "(총선출마에 대해) 지금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인으로서 국회행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일각에서 지속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국토부와 관가·정치권 안팎에서는 "학자출신이 차관에 오르는 경우가 있었지만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 정치인이 국토부 1차관을 맡는 게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주류다. 특히 국토부 수장인 원희룡 장관도 정치인 출신으로 주택정책 분야의 문외한인 점을 감안하면 장관을 보좌해 주택정책을 실제적으로 이끌어야할 실무총책임자 1차관마저 문외한을 낙하산 논란 인사로 기용한 것에 업무 공백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일각에선 이번 차관인사가 윤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와 대통령실의 국토부에 대한 일부 편향된 시각이 반영됐다고 보기도 한다. 주택이나 부동산 정책의 주요부문인 금융, 세제를 기획재정부가 담당하고 있는 만큼 국토부 고위직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져도 크게 문제될 게 없을 것이란 인식이 저변에 깔린 듯한 김 차관 기용이라는 의미다. 국토부 주택 실국장들이 김 차관 대신 정책보조 역할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비등하다.
김오진 차관이 대통령실에서 전진배치된 인물인 만큼 국토부에서 실세차관으로 이름을 높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러나 관가에선 아직 변수가 있다고 본다. 원희룡 장관이 여권 유력 정치인으로 그의 윗자리(장관)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실세 차관이 되려면 내부는 물론 산하기관, 협회 등에 인사권을 행사해야하는데 아직 결과를 두고봐야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관가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오래 경험을 쌓은 이들이 자연스레 차관까지 올라가는 게 그간의 관례처럼 통했는데 이번 인사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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