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000조 넘어···가계대출 증가폭 2021년 수준금융당국,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선제적 대응 나서기로50년 만기 주담대 점검·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속도도 조절
은행권의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규제를 우회하는 꼼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택금융공사의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상품이 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들여다보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은행연합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지난 4월 이후 가계대출이 주택시장 정상화 국면을 맞아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원 늘어난 106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가계대출은 잔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 기록을 다시 세웠다. 대출 증가폭 또한 가계부채가 폭증하던 2021년 9월(6조4000억원 증가) 이후 1년 10개월만에 최대치다. 전 금융 가계대출도 4개월 연속 증가했는데 지난 4월(2000억원)부터 증가세로 전환한 가계대출은 5월 2조8000억원, 6월 3조5000억원에 이어 7월엔 5조4000억원 증가하며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문제는 지난 2021년 '영끌'과 '빚투'를 자극하던 초저금리 시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3.5%로 지난 2021년 8월과 비교하면 3.0%포인트 올랐다. 그만큼 차주들의 이자부담은 커졌고 부실화 가능성도 높아졌다. 은행권을 비롯한 2금융권까지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최근 대출 금리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차주의 이자부담, 부실화 등이 우리 경제의 문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증가는 우리 경제의 큰 불안 요소"라며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그는 "금통위원들도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했다"며 "우리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영향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급격히 조절하려고 하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바 있다.
이날 금융당국과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주담대 등 여러 대출을 취급하면서 느슨해진 부분은 없는지 중점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전체적인 대출 규제가 아닌 부분적으로 시행하는 '핀셋' 규제를 하겠다는 뜻이다.
먼저 다수 은행이 최근 출시한 50년 만기 주담대 등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없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만기가 늘어나면 월 상환액이 줄어들어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구조인 만큼 대출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인터넷은행 등이 비대면 채널을 통해 주담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차주 소득심사를 면밀히 하고 있는지, 과도한 대출에 따른 연체 위험 등을 충분히 관리하고 있는지 등도 들여다 본다.
정책모기지 상품 공급에 있어서는 금리를 인상하면서 속도조절을 하기로 했다.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 상품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추겼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금융당국은 8월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0.25%포인트(p) 상향 조정한 데 이어 향후 공급 추이·조달금리 여건 등을 감안해 추가 조치도 강구하기로 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지난달 말 기준 31조원 이상이 공급됐다. 연내 목표 공급액(39조6000억원)의 80%에 달하는 수준이다.
아울러 가계부채 '질적 개선'을 위한 정책 과제도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분할 상환 및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청년층·취약계층 등이 연체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상환 능력 확인·채무조정 지원 등과 관련한 개선 과제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세훈 사무처장은 "아직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볼 순 없지만 일단 증가세가 본격화되면 적정 수준으로 긴축하기 쉽지 않다"면서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선제적으로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han324@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