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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금융지주 회장 연이은 용퇴···세대교체 속 관치금융 우려

오피니언 기자수첩

금융지주 회장 연이은 용퇴···세대교체 속 관치금융 우려

등록 2023.08.11 15:51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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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KB금융지주는 윤종규 회장의 올해 11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 와중에 지난 6일 9년째 KB금융을 이끌었던 윤 회장은 연임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윤 회장은 '바톤을 넘겨줄때가 됐다'며 세대교체를 위해 용퇴를 택했다. 이로써 현 정부 들어 임기 만료를 앞뒀던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모두 교체됐다.

물론 시장에서 윤 회장의 세대교체라는 선택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윤 회장의 그간 업적이나 경영 능력으로 비추어봤을 때 4연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연이는 금융지주 CEO 교체 기조가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다.

실제 초대 회장을 제외하고 첫 내부 출신이었던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이석준 회장으로 교체됐고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갑작스러운 용퇴 결정으로 신한은행장이었던 진옥동 회장이 뒤를 잇게 됐다. 우리금융지주의 재출범과 완전 민영화를 이끌어온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역시 임종룡 현 회장으로 교체됐다. 전임 회장들 모두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됐던 인물들이지만 한명도 연임을 이루지는 못했다. 사실상 지난해 3월 임기를 시작했던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새로운 수장들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우연일 수 있다. 금융지주 CEO 교체 시기에 금융당국 수장이 연임 여부, 경영 승계와 관련해 메시지를 던지고 결국 전 회장들의 연임이 무산된 모든 상황이 말이다. 전임 회장들은 어찌 보면 3연임, 4연임에 도전하는 입장이었고 그만큼 오랜 기간 금융지주를 이끌어왔던 탓에 세대교체가 필요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다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조 전 회장의 용퇴 결정에 "존경스럽다"고 했다. 금융당국의 중징계 결정을 받은 손 전 회장에 대해서는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번에 윤 회장의 거취에서도 업계가 주목했던 것은 이 원장의 입이다. 이 원장은 이번에도 "KB금융 회장 절차가 금융업계의 모범사례가 됐으면 한다"며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도 공평한 기회가 제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번번이 금융당국에서 회장 거취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들은 제기돼왔고 당국에선 이를 해명했다. 전날인 10일에도 이 원장은 KB국민은행 직원을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넘긴 것과 관련해 KB금융 회장 인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금융당국의 경영승계 압박 의혹에 선을 그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뜻이다.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 된다고 한다. '반복된 오해와 우연'들이 관치금융이라는 의혹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 집권은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셀프연임' '황제경영' 등의 논란이 들끓었다. 그러나 최근엔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들은 '리딩금융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두고 경쟁한다. 하지만 이건 국내에 국한된 경쟁이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로 나아가 글로벌 금융그룹들과의 경쟁을 지향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 집권을 통한 개인의 잇속 챙기기도, 낙하산 인사로 인한 후퇴도 옳지 않다.

배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선장의 역할이 중요하듯, 금융지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룹의 리더인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이같은 수장을 선정하는 데 있어 금융지주사들은 경영 승계 체계 기반을 확실히 다지고 정부, 금융당국 등 어떠한 외부의 개입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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