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새회계제도(IFRS17) 정착이 묘연해 보인다. 제도 도입 전 10년간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설익은 밥만 한가득한 모양새다. 힘 있는 보험사들은 자사 입맛에 맞게 제도 개선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바야흐로 IFRS17 춘추전국시대다.
올해 IFRS17이 도입된 후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적용 기준을 두고 한 차례 홍역을 앓았다. IFRS17은 각 사 상황에 맞춘 자율적 계리가 원칙이지만 각 사가 지나치게 낙관적 해석을 하면서 보험사들의 순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50% 급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좀처럼 순위변동이 일어나지 않는 보험업계, 특히 손해보험업계 내 순위 변동이 급격히 이뤄졌다. 예상보다 큰 파장에 놀란 보험사들은 IFRS17 적용 기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실적 뻥튀기'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국이 지적한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숫자만 늘어났을 뿐 실제 이익 체력이 향상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의 근원을 조사한 결과 각 사 상황에 따라 산출기준이 크게 다른 IFRS17 계리적 가정 기준이 다르게 적용된 것은 물론 해약률이 높지 않은 무·저해지나 고금리 상품 해약률도 과도하게 높게 측정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회계상 자율성을 골자로 하는 IFRS17 특성상 보험사의 낙관적 해석 자체가 위법 사안은 아니지만 과할 경우 투자자·소비자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이에 당국은 부랴부랴 IFRS17 적용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우선 실손의료보험, 무·저해지 보험, 고금리 상품 해약률, CSM 상각 기준, RA(위험조정) 상각 기준을 세우고 지난달 말에는 계리적 가정 기준을 전진법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당국이 계리적 가정을 전진법 일괄 적용을 내년부터로 정하면서 온전한 회계 비교는 내년 상반기는 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IFRS17 적용 기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만큼 업계에선 조금이라도 더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를 끌어가려는 로비도 끊이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려지진 않았지만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 등 앞서 문제가 됐던 부분 외에도 정리되지 않는 전문 회계 영역에서 이같은 물밑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모두 쉬쉬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말도 덧붙였다.
앞으로도 IFRS17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떤 제도든 정착에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금융당국과 업계의 현명하고 신속한 문제 해결을 기대한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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