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 예정···당초 1500억원에서 감소2018년 이후 발목 잡는 베트남 법인···부채비율 8937.6%대전 나일론 필름 공장 철수···"완만한 수익성 회복 예상"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7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채권형 신종자본증권)를 발행한다. 표면금리는 8.3%로 2년 뒤 콜옵션(조기 상환권) 조건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정해져 있으나 발행사의 결정에 따라 연장할 수 있어 영구채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된다.
효성화학은 다음 달에도 이번에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과 같은 조건으로 한 차례 더 300억원 안팎의 영구채를 발행해 총 1000억원 수준의 조달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1500억원 규모의 영구채 조달을 계획했던 것 보다는 작은 규모다.
최악으로 치닫는 재무건전성···발목 잡는 베트남 법인
그동안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전무했던 효성화학이 만만치 않은 이자 부담에도 이례적인 선택에 나선 이유는 재무건전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주력 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과 테레프탈산(TPA)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베트남 투자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효성화학은 올해 2분기 매출 7239억원, 영업손실 1033억원을 거두면서 지난 2021년 4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특히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베트남법인의 실적 악화는 효성화학의 막대한 재무 부담으로 이어졌다. 베트남을 핵심 생산기지로 키우기로 결정한 뒤 2018년부터 5년간 베트남에 1조5000억원을 넘는 돈을 투자해 연산 60만톤의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하지만 설비점검과 보수로 정상 가동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효성화학의 재무구조는 자본잠식 수준으로 내몰렸다. 2018년 350.2%에 불과하던 부채비율이 불과 5년 만인 올해 상반기 8937.6%까지 치솟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에 발행된 영구채는 8월 말과 9월 중 만기도래하는 기업어음 각 400억원, 1000억원을 상환하는 용도로 사용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부채비율은 소폭 개선되겠지만 차입금 부담이 워낙 높았던 만큼 재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효성화학은 올해 잇따라 사모 시장과 공모시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자금확보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었으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미 올해 1월 12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에서 단 한 건의 매수주문도 받지 못해 올해 첫 공모채 미매각 사례로 남은 바 있다.
여기에 최근 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이 효성 등급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향후 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효성화학의 신용도가 A-급까지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현준 회장의 '쓴소리'···사업재편 본격화되나
영구채 발행으로 당장 급한 불을 끈 효성화학은 자체 현금창출력을 회복하기 위해 사업재편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이례적으로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당초 목표보다 성과가 미흡하면 잘못된 점을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원인을 파고들어 객관적으로 분석해야만 해결방안을 강구해 실행할 수 있다"고 다소 강도 높은 질책을 쏟아내며 책임경영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그만큼 현재 효성화학을 비롯해 효성그룹의 위기 상황이 엄중하다고 판단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의 이런 주문에 따라 효성화학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작업에 착수할 조짐이다. 업계에선 효성화학이 전방 사업 악화로 인해 수익성이 하락한 국내 나일론 필름 생산라인 철수를 검토 중이다.
효성화학은 현재 대전, 구미, 중국 취저우에서 연간 1만2000톤 이상의 나일론 필름을 생산하는데 대전 공장에서의 생산량을 줄이고 구미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으로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정상 가동된 베트남 법인의 정상화 작업도 추진한다. 효성화학은 올해 하반기에 완전 정상화 수준까지 가동률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도 효성화학이 올해 하반기부터 완만한 수익성 회복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단기 재무구조 개선 폭은 제한적인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전방수요 부진에 따른 주력 제품 별 판가 약세, 글로벌 증설 부담 등이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수익성 회복은 완만한 추이로 다소 더디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업황 저하에 따른 이익창출력 회복 지연이나 현금흐름 변동성 확대 등을 감안하면 단기 재무구조 개선 폭은 제한적인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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