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자산운용, 지난달 23일 현대엘리에 주주서한 과거 쉰들러 요구 사항과 비슷···새로운 제안 필요해
KCGI자산운용(구 메리츠자산운용)이 첫 주주행동주의 타깃이 된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가 연일 하락 중이다. KCGI자산운용이 공개서한을 보내 최대주주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임을 촉구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서늘하기만 하다. 일각에선 KCGI자산운용의 요구사항이 과거 타 기업을 상대할 때와 차이가 없다며 접근 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19일 오전 11시 26분 기준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35% 하락한 4만2350원에 거래되고 있다. KCGI자산운용의 타깃이 된 이후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23일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 앞으로 향후 경영 개선사항이 담긴 주주서한을 보냈다. 해당 서한에서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의 비핵심사업이 지난 20년간 기업가치를 훼손해왔다고 지적하며 이사회의 독립성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 사회 개편과 자본정책의 재검토 및 재정립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분리도 요구했다.
현정은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은 5.74%로 현대네트워크를 포함한 최대주주의 보유지분은 27.77%에 달한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네트워크의 지분 91.30%를 보유하고 있다.
KCGI자산운용의 제안은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에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를 띄웠다. KCGI자산운용이 주주서한을 보내기 전날인 8월22일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84% 오른 4만69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KCGI자산운용이 주주서한을 보낸 8월23일엔 전 거래일 대비 5.12%가 뛴 4만9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장중 5만원을 넘으며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제기됐다.
하지만 이후 3거래일 연속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하락했다. 8월29일 상승 마감했으나 상승폭은 전 거래일 대비 0.56%에 불과했다. 이달 들어선 좀처럼 주가가 반전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5만원을 바라보던 주가는 4만원 초반대까지 내려왔다. 지난 13일엔 전 거래일 대비 0.73% 하락한 4만900원에 장을 마쳤다.
KCGI자산운용이 주주행동주의에 나섰음에도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선 기업에 접근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KCGI는 한진그룹과 오스템임플란트, DB하이텍을 상대로 주주행동주의를 단행했다. 특히 한진그룹 경영진과의 싸움은 소송에 소송이 더해지며 장기간 치열하게 이어졌고, 한진그룹 경영진이 경영권을 지키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가 이뤄지면서 KCGI도 의미있는 성과를 도출했다.
하지만 오스템임플란트를 상대로 나선 주주행동주의는 기업의 행동을 바꾸기보다는 이익을 내는데 방점을 찍으면서 KCGI의 한계를 드러냈다.
현대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선 KCGI자산운용이 현대엘리베이터를 타깃으로 삼은 것을 두고 다소 섣불렀다는 지적이다.
KCGI자산운용이 현대엘리베이터를 압박하고 나서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적극적으로 지지의사를 보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개인과 외국인의 동반 매도를 이끌며 주가 하락이라는 역효과를 냈다.
시장에선 현대엘리베이터가 쉰들러홀딩스를 상대로 배상금을 마려해야 한다는 점도 KCGI자산운용의 주주행동주의가 통하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게다가 KCGI자산운용이 주주서한에서 요구한 것들은 과거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스가 현 경영진과 소송과정에서 제기한 내용들에서 발전하지 못했다는 점도 투심을 이끌지 못한 이유로 거론됐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다른 전략을 펼쳐야하는데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내놓은 안들은 기존 기업들을 상대로 한 것과 내용만 달라졌지 형식은 비슷하다"며 "추가 주주서한에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안들이 담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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