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너무 믿었다···내부통제 혁신안 이행시기 앞당길 것"상생금융이 가계대출 늘렸다는 지적에 강하게 반발총선 출마설은 부인···"내년까지 할 일 남아"
중대한 내부통제 사고 CEO 책임 묻겠다
이 원장은 17일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금융회사를 너무 신뢰했던 측면이 있어 앞으로 날카로운 시각으로 감독·검사에 임하겠다"면서 "국민이 수용할 수 없는 행태에 대해서는 CEO든 최고재무책임자(CFO)든 책임을 지우는 게 필요하다. 임기 동안에는 (금융사고) 적발을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하고 관련 책임자를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금감원이 내부통제를 발표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횡령 사건 이후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올해 들어 BNK경남은행의 3000억원대 횡령사고, DGB대구은행의 불법 증권계좌 계설, KB국민은행의 증권대행 업무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당 이익 취득 등의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 원장은 "횡령금액이 커지고 심각한 것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면서 "오랜기간 과잉 유동성 지속되면서 흐트러진 윤리의식, 이익추구 극대화가 표출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혁신안에 따라 2027년까지 여러 가지 내부적인 인력확충과 전산 시스템 마련 등 이 과정에서 검사, 조사를 통해 드러난 것들을 사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있고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적발한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궁극적으로는 금융회사 CEO, 최고재무관리자(CFO) 최고위층의 판단이 들어가면서 내부에서 핵심성과지표(KPI)가 이익추구 경향이 있고 과도하게 극대화한 측면이 있다"며 "지속적으로 금융사고 적발을 위한 노력을 하고 (경영진)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 혁신안의 이행시기를 앞당기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은행들에 (내부통제 혁신안의) 이행기간을 둔 이유는 준법감시 인력을 일정 비율 이상 확충하는 것 등에 은행들의 애로사항이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은행들에 자발적 조기실행을 유도하고 데드라인을 당기는 노력도 더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은행의 준법감시인들은 모두 사고에 사과하며 금융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박구진 우리은행 준법감시인은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횡령사건에 관한 반성으로 은행권의 내부통제 혁신안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고, 장기근무자의 인사관리 체계를 강화했다"며 "위험직무는 직무분리도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내부통제 인력 확보를 위해 각 영업본부에 내부통제 전담 직원을 지점장급으로 배치해 현장 교육을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원 KB국민은행 준법감시인 역시 "이런 사건이 발생해 매우 송구하다"면서 "고객분들의 신뢰 회복 위해 노력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이동원 하나은행 준법감시인도 "내부통제를 좀 더 강화하겠다"면서 "담당자의 외부 접촉 줄이고 타인, 가족 계좌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는 행동을 막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생금융,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 아니다
이 원장은 '관치금융', '정치금융'을 지적하며 취약계층을 위한 상생 금융이 오히려 고신용자에게만 혜택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에 강하게 반발하며 "고금리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늘어난 가계에 대해서는 (은행 등이)고통을 분담‧감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에 대해 공감하면 방법론의 문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생 금융이 본격화된 4월부터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하며 상생 금융의 수혜자가 취약계층이 아니라는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의 지적에 "상생 금융이 가계대출을 늘렸다는 것은 전제와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힘들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대부분 변동금리로 대출이 이뤄진 가계‧기업에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에 대해 공감한다면 방법론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상생 금융을 통해 은행이 4000억~5000억원 수준의 지원을 실행했다"면서 "이 정도로는 가계대출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 5월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부동산 시장의 이슈와 연결된 것으로 본다"면서 "상생 금융이 가계대출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오해"라고 부연했다.
금감원 파견 검사들이 야당 정치인 조사에 관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 질의에 대해서는 "이게 여당이 됐건 야당이 됐건 아마 발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시 금감원장이) 정치적 오해가 없도록 업무 관리하겠다고 했는데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면서 "지난 8월 금감원이 사모펀드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보도자료에 굳이 표기해 몇 시간이 지나서 (특혜성 환매를 받은 것이) 야당 소속 국회의원이라고 언론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원장은 "무언가 잘못된 책임이 있다면 제가 책임질 문제지 (파견) 검사들은 그 부분에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하한가 사태, 불법 공매도, 가상자산 관련 대응 등 기본적으로 거래소나 금융위원회처럼 하지만 단기적 대응에는 검찰과 협조가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총선출마설은 부인···"내년까지 해야할 일 많다"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출마설에 대해 이 원장은 "여러 차례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하는 업무가 연말까지나 내년까지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서 제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원장은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내년 출마를 결정하셨나. 의견을 말해달라"고 질의하자 이같이 답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방안과 관련해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정부가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을 지원하면서 리스크를 떠안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자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만한 건설사는 지원에서 배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만한 부분은 엄격히 통제할 것"이라며 "손실을 국민에게 책임 전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용인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금융당국 차원에서 사업성 없는 PF사업장에 대해 재구조화(구조조정)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사업성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책임주의 원칙에 대해서 벗어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부연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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