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경영硏, 보고서로 '관치금융' 정면 비판 "정부의 민간기업 보수·배당 관여 지나쳐"국회는 '발끈'···일각선 '합리적 주장' 평가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오는 27일 열리는 금융당국 종합 국감의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회가 임기를 불과 1개월여 남겨둔 윤종규 회장을 굳이 증인으로 지목한 데는 정부 정책을 비판한 KB금융의 문건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란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내부통제나 경영승계 문제도 걸려 있지만, 횡령·서류조작 등으로 도마에 오른 지방은행 CEO는 그 명단에서 배제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윤 회장과 KB금융이 '괘씸죄'에 걸린 게 아니냐는 얘기다.
KB금융 산하 경영연구소는 '은행의 이익 처분 방식과 임직원 보수 관련 비판에 대한 소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금융당국의 정책을 향한 문제의식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은행의 이자마진을 주주·임직원의 이익 극대화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당국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데, 은행은 주식회사로서 공적 이익을 위해 사적 이익을 희생하는 경영을 할 수 없다는 게 보고서의 큰 흐름이다.
정부는 연초 은행을 '이자장사'로 낙인찍는 한편,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며 직원 성과급과 주주 배당에 제동을 걸었다. 이어 '상생'을 명분 삼아 취약계층 지원을 주문하는 한편, 대손충당금을 쌓아 손실흡수능력을 높이도록 주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연구소는 금융회사의 배당 정책은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이자 자율적 의사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충당금을 더 쌓는 것은 은행주 저평가를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높은 금융회사의 배당에 정부가 입김을 불어넣는 것은 과도한 개입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성과급 등 직원 보수와 관련해서는 우수 인력 유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 공개와 맞물려 정치권 일각에서 논란이 일자, KB금융 연구소는 서둘러 게시물을 삭제한 상태다.
무엇보다 정부와 국회는 주요 금융그룹이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데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감 중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금융위원회 감사에서 "KB금융은 IMF 때 공적자금을 지원 받은 게 없냐"며 회사의 행태를 질타하면서 "KB금융이 반박 보고서를 낸 것은 금융위가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사로서는 그렇게 얘기할 여지가 있지만, 국민은 공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보고서에 대응하지 않고 할 일을 하겠다"는 애써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야당에선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17일 금감원 감사에서 "이자가 낮든 높든 은행은 이익을 내는 구조이고, 국민은 가계부채 부담을 지고 있다"면서 "국책은행으로 시작한 국민은행이 이런 보고서를 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여야는 종합국감에 출석하는 윤 회장에게 보고서 작성 경위와 그 책임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국회의 반응이 지나치나는 시선도 존재한다. KB금융의 보고서가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고, 기업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면서 "국회의 이번 대응은 '관치금융'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방증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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