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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CEO 장기 집권의 순기능···4대 금융 회장 성과 돌아보니

금융 금융일반

CEO 장기 집권의 순기능···4대 금융 회장 성과 돌아보니

등록 2023.10.06 10:39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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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 CEO 세대교체윤종규 "CEO 잦은 교체 장기적 투자 힘들어"연임 회장들, 재임 기간 순이익 등 외형성장 역할도

KB·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4대 금융지주사들의 연임 CEO 성과들을 살펴본 결과 재임기간 외형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dl1740310@KB·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4대 금융지주사들의 연임 CEO 성과들을 살펴본 결과 재임기간 외형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dl1740310@

"2018년 하버드 경영자 리뷰 자료를 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CEO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10.2년이고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평균 재임 기간이 7년이라고 합니다. 3년, 6년마다 CEO가 바뀌는 체재에서 성과가 서서히 나오는 투자를 장기전 안목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3연임을 끝으로 9년간 KB금융지주를 이끌어왔던 윤종규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뒤 금융권 CEO들의 장기 집권에 대한 부정적 시선들에 대해 밝힌 소신이다. 윤 회장이 양종희 차기 회장 내정자에게 바통을 넘겨주면서 주요 금융지주 CEO들은 모두 세대교체를 이루게 됐다. 현 정부 들어 이들의 '장기 집권'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그간 금융권 CEO들의 지속된 연임에 대해 '장기 집권', '셀프 연임', '제왕적 권력', '황제경영' 등 각종 곱지 않은 시선들이 이어졌던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의 '장기 집권'이 꼭 역기능만 있었을까. 앞선 주요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성과를 되짚어 봤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평균 재임 기간은 7.25년이다. 이들은 모두 2~4연임을 통해 장기간 금융지주를 이끌었던 회장들이다.

김 전 회장을 시작으로 조 전 회장, 손 전 회장이 새로운 회장들로 세대교체를 이뤘고 윤 회장이 올해 11월 회장 임기를 마치게 되면 4대 금융지주 회장 모두 새로운 리더들이 자리를 잡게 된다.

이들 중 가장 오랜 기간 지주를 이끌었던 인물은 김 전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4연임을 통해 10년간 하나금융을 책임졌다. 윤 회장은 3연임으로 9년간 KB금융 수장을 맡았고 조 회장과 손 회장은 2연임으로 각각 6년, 4년여간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CEO로 있었다.

연임을 통해 장기간 금융지주를 이끌어왔다는 점 외에도 이들의 공통점은 또 있다. 금융지주사들의 외형성장에 큰 몫을 했다는 점이다. 자회사 수, 자산규모, 당기순이익 등의 지표만 보더라도 이들이 금융지주 성장에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KB금융의 자회사 수는 KB신용정보의 KB국민카드 자회사 편입으로 윤 회장의 임기 초와 현재 11개로 동일하지만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가 있었다. 윤 회장은 임기 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 푸르덴셜생명(현 KB생명) 등 굵직굵직한 M&A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LIG손해보험 인수로 KB금융 내 없었던 손보사까지 갖추며 '은행-증권-카드-손보-생보'라는 황금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자산규모와 순이익 규모도 커졌다. 윤 회장 임기 초 KB금융의 자산규모는 308조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보면 706조원으로 성장했다. 자산규모가 약 129%가량 커진 것이다. 순이익도 크게 성장했다. 윤 회장이 취임했을 당시 2014년 말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1조4007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이보다 무려 215% 증가한 4조4133억원을 기록했다. 약 3배 증가했다는 얘기다.

신한금융도 조 전 회장 재임기간 동안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외형성장을 이뤘다. 조 회장의 임기 초 자회사서는 13개였지만 이후 17개로 늘었다. 조 회장 역시 M&A를 활발히 추진했던 바 있다.

조 전 회장은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아시아신탁(현 신한자산신탁),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현 신한EZ손해보험) 등 다방면으로 인수하면서 지주사 경쟁력 기반을 다졌다. 이에 조 회장의 임기 말(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는 676조원, 순이익은 4조6423억원으로 임기 초(2016년 말)에 비해 각각 71%, 67%씩 성장했다.

하나금융은 김 전 회장이 있을 당시 더케이손해보험(현 하나손해보험) 인수 등을 통해 자회사가 8개에서 15개로 늘었다. 김 전 회장은 하나증권 유상증자 등을 통해 계열사들의 강화에도 힘썼고 그 결과 자산규모 및 순이익도 취임 초에 비해 커졌다.

김 전 회장이 취임 직전인 2011년 말 자산규모는 178조원, 당기순이익은 1조228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임기 말인 2021년 말 자산규모는 182% 증가한 502조원, 순이익은 187% 늘어난 3조5261억원을 달성했다.

손 전 회장은 다른 회장들에 비해 임기는 4년으로 다소 짧지만 우리금융의 지주 설립을 주도하며 성장에 집중했다. 손 전 회장은 증권사 인수라는 숙원사업을 이루진 못했지만 자산운용, 신탁사, 캐피탈, 저축은행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재임 기간 자회사를 8개에서 14개로 늘렸다.

이에 지난해 말 우리금융의 자산규모는 임기 초(2019년 말 기준 345조원)에 비해 39% 증가한 480조원으로 커졌다. 당기순이익도 2019년 말 1조9041억원에서 2022년 말 3조1693억원으로 66% 늘었다.

결과적으로 CEO의 재임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던 KB금융과 하나금융의 외형성장이 더욱 도드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회장의 재임 기간과 회사 외형성장이 비례한 셈이다. 한명의 CEO가 오랜 기간 회사를 이끌면서 일부 금융사들은 각종 사건·사고와 비리들로 얼룩지기도 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과 투자, 경영전략을 기반으로 회사 성장이라는 순기능적인 측면들도 부정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CEO가 교체되면 조직, 경영철학 등 방향성이 달라져 회사의 지속 경영 성장 측면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며 "능력이 있고 리더쉽이 출중한 CEO가 있고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이 보장된다면 연임이 나쁘다고 볼 순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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