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최저가'라더니 20% '폭탄 인상'···티빙에 법적 책임 묻겠다는 고객들

12월 1일부터 인상안 반영···프리미엄 1만7000원

결제금액 유지 공언에도 기존 이용자도 일괄 적용

"법 위반 가능성", "공지사항에만 해당하면 애매"

내달 1일, 티빙이 구독료 인상에 나선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이용권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그런데 과거 '결제 금액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기존 고객들까지 대상에 포함해 논란이다.

일부 고객들은 사측의 일방적인 '계약 위반'이라며, 법적으로 다투겠다고 주장한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단순한 공지만으로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려우나, 그 문구가 소비자의 계약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전제가 됐다면 싸워볼 여지는 있다고 입을 모은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다음 달 1일부터 구독료를 대폭 인상한다. 이에 따라 새로 가입하는 고객의 경우 ▲베이직은 월 9500원 ▲스탠다드는 월 1만3500원 ▲프리미엄은 월 1만7000원을 내게 된다. 기존 구독료가 7900원부터 1만39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0%가량씩 오르는 셈이다.

기존 가입자 구독료도 올린다. 티빙은 웹 가입자 구독료를 현재 인앱결제(앱 마켓을 통한 결제 방식) 수준인 ▲베이직 9000원 ▲스탠다드 1만2500원 ▲1만6000원까지 인상한다. 변경된 가격은 2024년 3월 구독료부터 청구된다. 그에 앞서 세 달(1~3월)간 기존 가입자를 대상으로 구독료 변경에 대한 사전 동의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2020년 12월 15일 이전에 가입한 고객이다. 티빙은 당시 이용권 가격을 한 차례 올리면서 "전날(12월14일)까지 기존 이용권을 구매할 경우, 결제 금액 변동 없이 평생 최저가로 이용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더 저렴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측의 유혹에 구독을 시작한 이들도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단체 관계자는 "새로 가입자들만 새롭게 변경된 약관(요금)을 적용하는 게 맞다"라면서 "소급 적용하는 건 소비자와의 약속을 저버린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기존 고객들의 반발도 거세다. 한 이용자는 "금액 인상 소식을 듣고 당황스러워 한국소비자원에 상담을 요청했다"면서 "만약 구제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소비자들이 뭉쳐 법적으로 다퉈봐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앞선 공지문의 약속이 약관에 반영된 게 아니라면 법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김정식 법률사무소 시공 변호사는 "결제 금액 변동 없이 평생 최저가로 이용할 수 있다고는 적었으니 위반 사항이라고 볼 수 있으나, 세부적 약관 등을 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창 법률사무소 창현 대표변호사도 "해당 문구가 이용 약관에 포함된 건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공지 사항에만 해당한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이나 약관법 위반으로 보기는 애매하다"고 해석했다. 다만 "공지 사항에 나온 이벤트의 중요성이 컸고 그 문구가 소비자들이 계약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전제가 됐으면, 법 위반의 소지가 있을 수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티빙 관계자는 "좋은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이용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불가피하게 이번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면서도 "2020년 당시 특별 프로모션 기간(11월30일~12월14일)에 가입한 고객들은 인상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문제 된 부분에 대해서는 기존 이용자들에게 충분히 내용을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