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조선소들의 노동조건도 나아지고 있다. 정부가 올해 2월에 업계(조선 5사: 조선 3사 외 현대미포조선 및 현대삼호중공업 포함) 및 전문가들과 함께 체결했던 '조선업 상생 협약'이 이행되는 과정에서 대형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도 지속해서 오르는 중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오름폭은 2021년부터 3년간 평균 5% 이상이다. 임금체불을 막기 위한 임금의 에스크로 결제도 도입되었다. 재하도급을 제한하자는 취지에 대해서도 공감이 되어 있다.
대형 조선소만 살펴보자면, 업황이 살아나고 이에 따라 이익 배분과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문제를 함께 완화하는 상황에서 노동문제까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는 상황이라 보인다.
하지만 중소 조선소를 보자면 전혀 상황이 다르다. 중소 조선소는 대형 조선소처럼 LNG선이나 초대형 컨테이너선(1만TEU 이상)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할 수 없다. 도크 등의 설비가 작고 인력은 부족하다. 규모의 경제 때문에 수지타산을 맞추기도 어렵고, 따라서 인력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편 중형 조선소의 경우 왕년에 순차적으로 '빅4'에 들어갔던 부산의 한진중공업(HJ중공업)이나 진해의 STX조선해양(현 K조선) 모두 이제는 시장의 중심에서 밀려난 상황이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조선소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은 지속적으로 생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다른 한 편 소형 조선소들은 전국 각지에 난립해서 어선이나 소형 요트 등 강선이나 FRP(강화 플라스틱) 건조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영세해 시장의 규모와 수익성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중소 조선소 모두가 조선 호황기에 인력난 속에서 대형 조선소와 경쟁하고 있고, 중형 조선소의 경우 10년 넘는 구조조정을 통해 많은 숫자가 도산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양극화되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대형 조선소들이 시장 상황을 주도하면서, 중형 조선소들이 쇠락하고, 소형 조선소들이 자영업자들처럼 도산하고 새로 세워지는 과정을 반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쇠락하고 끝없이 워크아웃, 법정관리, M&A 또는 도산의 사이클을 반복하거나 영세하게 남게 되는 중소 조선소의 미래는 이제 없는 것일까?
한 가지 힌트로 선박 재활용 시장의 개척을 제안해 보고 싶다. IMO의 EEXI(신조선 선박 에너지 효율 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기존 선박의 CII(선박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역시 강화되는 가운데, 친환경선박의 건조가 늘어나야 하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새로운 선박을 짓기 위해서는 기존 선박을 해체해야 한다. 현재 선박 재활용 및 해체는 70%가 방글라데시와 인도를 위시한 남아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와 완전하지 않은 환경규제 때문이다. 많은 선박이 설비 없이 오로지 저임금 노동자들을 '갈아 넣어' 진행되는 셈이다. 원래 선박 해체 및 재활용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진행되었으나 '규제의 함정'과 '캐시 바이어(Cash Buyer)'라 불리는 브로커들의 개입으로, 생을 마감한 선박(end-of-life-ship)들이 선박 해체 관련 규약인 바젤 협정과 홍콩 협정 적용을 회피할 수 있는 동남아로 향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선박 해체가 환경 오염과 노동권 침해를 반드시 불러일으키는 것만은 아니다. 조선소의 도크와 설비를 사용할 경우 해체 작업은 선박을 건조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작업이 된다. 기존의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익하다. 공법 개선을 통해 안전과 환경오염을 제어할 수만 있다면 자체가 '새로운 먹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세계 경제가 완연하게 저성장 기조로 가고,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빠른 성장보다는 '견딜만한endurable) 수준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 조선소의 해체 및 재활용 조선소로의 전환 역시 검토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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