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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사람중심 경영의 기본조건

등록 2023.11.2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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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중심 경영의 기본조건 기사의 사진

최근 가까운 교수님 한 분이 직접 쓴 칼럼 한 편을 보내왔습니다. 'ESG, 사람 중심의 경영'라는 제목의 글이었고 그 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거상 임상옥은, 장사란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며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자 곧 자산이라고 했다. 'ESG경영이란 사람을 귀히 여기자는 것'이기에 '사람 중심이 아닌 ESG경영은 워싱'일 가능이 높다. 조금 늦더라도 사람 중심으로 더 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ESG경영이다."

​매우 공감합니다. 'E(환경)'도 따지고 보면 결국 '사람'이슈입니다. 즉 환경경영도 무차별적 자본 효율성 추구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간과되고 훼손되어 온 '지구환경'을 보존함으로써 현세대와 미래 세대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존중하자는 것이니, 'E(환경)경영"도 그 한 복판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 역시도 이러한 철학에 동의해서 18년 전 ESG 리서치 및 평가회사를 설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중심 경영'에는 암묵적 약속을 지킨다는 대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부연하자면 기업 구성원들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규범 및 윤리 의식을 갖고 실행할 것이라는 약속입니다.

​첫째, 기업은 종업원에 대해, 종업원은 기업에 대해 '상호 권리와 의무'를 준수한다는 전제입니다. 상호 고용계약과 취업규칙 등에 명시된 내용들을 충분히 숙지하고 상호 간 합의된 약속을 준수하며 동시에 권리도 주장해야 그것이 공정하고 호혜적이며 합리적인 이치입니다. 의무와 권리는 동전의 양면인 까닭입니다. 인간 생활의 기초가 되는 가정에서도 권리와 의무 규범은 존재합니다. 자녀 부양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부모가 자녀에게 부모의 권리만을 주장한다면 그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이기주의'가 아닌 '성숙한 개인주의와 공동체 의식 간의 조화'라는 규범의식이 깔려 있어야 합니다. '이기주의'는 '본인의 이익 추구'외에는 무관심한 것을 말합니다. 즉 '자기 이익(self-interest)'에만 몰두하는 자는 타인이나 공동체에 대해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에는 관심조차 없을 것이고, 그것이 공동체 내에서 어떤 함의를 갖는지도 잘 모릅니다. 반면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다릅니다. 그것은 의존적이 아닌 독립적이며 주체적인 자기관을 갖되,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공동체 내에서의 주어진 책무와 역할을 인식하고 담당해 나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업 구성원들이 권리와 의무, 개인과 공동체 이익 간의 조화라는 두 가지 암묵적 합의와 대전제를 지킬 때, 그 바탕 위에서 '사람 중심 경영원리'가 설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는 어떠할까요? 결론적으로 위 두 가지 대전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경영자 관점에서 종업원들과 관련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선 팬데믹 이후 확대 시행되고 있는 재택근무 시 개인적 용무와 회사 일과의 구분이 더욱 모호합니다. 근무 시간 중에 개인적 용무를 보는 일들도 다반사로 일어납니다. 사적인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신청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앞서 언급했던 최소한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행위입니다. 회사에 풀타임으로 고용되었다는 것은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하루 8시간 내 시간을 회사에 맡겼다.'는 표현과 다름없습니다. 아울러 재택근무만이 아닌 사무실 근무에서도 대동소이합니다. 근무 시간 중에 은행 일, SNS, 사적 이멜과 전화 통화를 하는 행태도 쉽게 목격됩니다. 기실 이러한 모습은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들입니다.

또 하나 예를 들어볼까요. ​퇴직 시에도 표준 취업규칙상, 30일 사전 통지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래야 회사는 후임자를 정해 업무 인수인계를 할 수 있고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 역시도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퇴직 며칠 전에 사직원을 내면 회사는 업무인수인계에 큰 차질을 빚거나 그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요즘 기업 경영자들을 만날 때마다 위와 같은 일들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사람 중심 경영'은 언감생심이고, 기업이라는 결사체의 기본토대조차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물론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은 종업원들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부당행위를 자행한 바 있습니다. 이른바 우월적 지위를 오남용한 갑질과 탈법적 행위를 범한 것입니다. 앞서 두 가지 암묵적 약속을 경영자들이 먼저 깬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노동운동 일변도의 경험을 갖고 있는 86세대나 그 영향권에 있는 세대 중 최근 기업 현장경험이 없는 분들은 여전히 과거의 프리즘으로 21세기 오늘날의 기업 및 노동 현장을 바라보며, '사용자는 가해자, 피용자는 피해자'라는 확증 편향적 고정관념을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젠 세월이 너무나 많이 흘렀습니다. 지난 삼십여년의 민주화 과정에서 앞서 비민주적 직장문화와 불법적 행태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개선점, 방비책, 사후적 구제 방안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만들어졌고 이제는 상당 부분 합리적 수준으로 정상화되었다고 보여집니다.

​따라서 이제는 피용자들의 근무 윤리(work ethics) 성숙에 대한 교육, 관련 시스템, 제도적 장치 및 정책적 방안 마련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사람 중심 경영'은 기업 경영자 일방만이 결코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종업원 역시 함께 맞들어야 합니다. 그들도 최소한의 합의된 약속과 의무를 지키고 다할 때 '사람중심 경영' 'ESG경영'의 문지방을 함께 넘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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