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DGB금융 회장 후보군 '예의주시'KB금융은 '부회장 체제' 유지 여부 촉각하나금융도 '포스트 함영주' 찾아 나서야
12일 금감원이 공개한 '은행 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은 CEO 후보군 관리·육성부터 최종 선정까지 모든 과정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승계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세부적으로 금감원은 상시 후보군을 관리·육성하는 것은 물론 내·외부 후보자의 자격요건과 관리·평가 방법, CEO 선임 절차 등을 확정한 뒤 문서화할 것을 권고했다. 또 외부 후보에게도 비상근 직위나 역량 개발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경쟁 과정에 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모범 관행에 담았다.
이는 대부분의 금융사가 각자의 방식으로 경영승계를 이어가고 있으나, 그 과정이 체계적이지 않고 평가 기간도 짧아 공정성이 결여된 것처럼 비친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측은 "국내 8개 은행 지주의 최근 CEO 선임 사례를 보면 승계 절차 개시 후 최종 후보 결정까지 걸린 시간은 45일, 숏리스트에서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덴 11일에 불과했다"면서 "숏리스트 후보에 대해 대부분 대면 평가를 실시했으나, 대체로 1회 인터뷰나 발표 등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당장 CEO 교체가 예고된 곳부터 모범규준에 맞춰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측이 이를 지배구조 감독·검사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미래의 검사·제재 리스크를 덜어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차기 회장 후보를 물색하는 DGB금융이 대표적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발표 직후 회장 후보군을 공개하는 터라 각별히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그룹 경영진을 포함한 내부 인사에 치우치지 않은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진단이 나온다.
현재 DG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자문기관의 추천을 받아 롱리스트를 추리고 있는데, ▲황병우 DGB대구은행장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 등 내·외부 인사가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금감원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원장은 "회장·행장 등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경쟁이 이뤄지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DGB 측에서도 이해하고 있다"면서 "앞으로의 절차에 반영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의 속내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함영주 회장의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아 내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경영승계 준비에 착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하나금융의 경우 아직 후계 구도가 뚜렷하지 않다. 이은형·박성호·강성묵 등 3인의 부회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이들 모두 글로벌·전략·투자 등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함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하나금융도 승계 방향을 명확히 함으로써 그룹 안팎에 함 회장 이후의 경영체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모범규준에 담긴 것처럼 이들 세 명의 부회장과 자회사 CEO 그리고 외부 인사까지 아우르는 평가 프로그램을 설계함으로써 공정한 환경 속에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배구조 내부 규범에 따라 전문성을 지닌 150여 명의 외부 인사를 후보군에 올려 지속 관리 중"이라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밖에 양종희 회장의 취임으로 전환점을 맞은 KB금융에 대해선 부회장 직제 유지 여부가 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간 부회장 중심의 시스템을 통해 수년에 걸쳐 회장 후보를 육성해 '모범적인 경영승계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금감원이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면서 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은 "내부 후보에게 부회장직 등을 부여해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경쟁력 있는 외부 후보에게도 비상근 직위를 부여해 이사회와의 접촉 기회 등을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일각에선 연말 인사를 준비하는 양종희 회장이 부회장직을 없앨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 회장과 경쟁하던 허인·이동철 전 부회장의 퇴진과 맞물려 사실상 폐지 수준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모범규준은 새로운 틀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의 체계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수립된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업계의 목소리가 담겼기 때문에 그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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