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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맹탕 자구안 내놓고 해달라는 태영 창업주?

오피니언 기자수첩

맹탕 자구안 내놓고 해달라는 태영 창업주?

등록 2024.01.04 18:48

수정 2024.01.04 19:15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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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태영이 이대로 무너지면 협력업체에 큰 피해를 남기게 돼 줄도산을 피할 수 없고 국가경제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자구안을 내놓았지만 채권단의 반응은 싸늘하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지난 3일 태영건설의 채권단 설명회에서 "워크아웃을 신청해 기업회생의 첫 걸음 뗄 수 있었다"면서 "다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고 대주단 여러분 워크아웃 승인 없이는 태영을 되살리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같은 윤 회장의 호소와 달리 태영그룹이 내논 자구안에는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이나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매각 등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은 찾아볼 수 없었다.

태영그룹이 내논 자구안을 살펴보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추진 및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이다.

문제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반응까지 나오면서 워크아웃 불발과 법원 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갈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설명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제가 태영 회장 측을 직접 만나서 원래 약속했던 4가지를 지켜줄 것을 촉구하며 그에 대한 확약을 오늘 설명회에서 공표해주기를 요청했다"며 "(그러나) 오늘 결과는 구체적인 자구안을 제시하지 않고 단지 그냥 '열심히 하겠으니 도와 달라'고 하는 취지로만 말씀을 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채권단 75%가 이런 제안에 동의한다고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윤 회장이 호소문에서 언급한) 간곡함이 있다면 거기에 상응되게 자구계획안을 제출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도 SBS 지분 매각이나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등 채권단의 요구 수준에 맞는 자구안이 없어 채권단에 워크아웃 동의를 얻을지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설명회에 참석한 일부 채권자들 사이에선 "태영건설의 자구안이라는 게 네 가지 모두 다들 알고 있었던 그 내용"이라며 "채권자들 입장에선 손실이 뻔해서 사재출연이 대규모로 이뤄진다고 해도 만족할 사람은 없을텐데 대응이 이러면 워크아웃에 동의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오는 11일 제1차 채권단협의회를 열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 등을 판단한다. 다만 채권단 동의를 얻지 못해 워크아웃이 불발될 경우 법정관리(회생절차)로 넘어간다.

만약 워크아웃이 부결돼 법정관리로 넘어가게 될 경우 공사대금 등 상거래채권까지 모든 채권이 동결돼 협력업체 등의 연쇄적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윤 회장은 호소문대로 태영건설을 정상화하겠단 간곡함이 있다면 제1차 채권단협의회 이전에 사채출연을 비롯해 SBS 지분 매각 등이 담긴 강도 높은 자구안을 제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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