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개시 불투명···법정관리 가능성도 거론워크아웃 동의 위해 과거 건설사 사례 참고 필요금융당국까지 최후통첩···"주말 넘기면 시간 없다"
태영건설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사에서 채권자 700명이 모인 가운데 설명회를 개최했으나 채권자의 관심이 높은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방안은 사실상 공개하지 않았다.
양윤석 TY홀딩스 전무는 설명회 후 기자 간담회에서 "(사재출연의)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준비하고 있으며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11일 채권단 결정이 있기 전까지 다소 시간이 있기 때문에 주채권은행을 통해 채권단에게 진행 상황을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채권단에서는 연대보증 규모가 3조7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최소 3000억원 이상의 사재출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태영건설은 구체적인 방안과 시점을 내놓지 않은 것이다.
오너가의 사재출연 규모에 주목하는 이유는 워크아웃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과거 워크아웃 사례만 살펴봐도 사재출연 결정 뒤에야 워크아웃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지난 2012년 금호산업(현 금호건설)은 워크아웃 때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가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팔아 마련한 2200억원의 사재를 투입해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경영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자신의 지분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제출한 끝에 워크아웃을 개시했다.
지난 2000년 현대건설은 워크아웃에 들어갔을 때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사재출연 규모는 3700억원대였다. 2008년부터 2009년 건설업 구조조정 당시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동문건설은 고 경재용 회장이 골프장 지분 등으로 870억원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태영건설의 경우 사재출연 논란뿐만 아니라 가장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 역시 사실상 선을 긋고 있어 태영그룹 오너가의 회생 의지를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문제는 오너가의 회생 의지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워크아웃 개시가 불발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채권단은 내부 회의를 거쳐 오는 11일 1차 협의회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워크아웃 개시가 불발되면 태영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설 수 있다. 이 경우 금융채권은 물론 상거래 채권까지 모든 채권이 동결된다. 협력업체와 수분양자의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파산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더라도 일부 채권단이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로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대매수청구권은 주요 결정 사항에 반대하는 채권자가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찬성 채권자에게 매수해달라고 요구하는 권리다.
이번 경우에는 워크아웃에 찬성하는 금융사가 청산 가치에 준하는 채권액을 반대 측에 물어줘야 하는데, 산은은 태영건설이 직접 이 채무를 인수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의 최후통첩도 나왔다. 이번 주말 새로운 자구안을 내놓지 않고 11일 협의에 실패하면 그다음 기회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태영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1일이 시한이고, 11일 당일에 방안을 내놓고 채권단에 동의하라고 할 수 없다"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이 그 이전에 제시돼 협의해야 하고 주채권은행도 다른 은행을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4년 경제정책방향 범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태영그룹이 국민 기대에 부합한 수준의 자구안을 내놓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를 충족시킬 만한 수준의 추가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고 압박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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