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키코 사태부터 DLF·ELS까지 대규모 손실금감원, 3월까지 홍콩ELS 최종 결론 내리는 것 목표불완전판매 입증되면 DLF와 유사한 배상 비율 예상
금융상품으로 인한 대규모 고객 손실 사태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2008년 키코, 2013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2023년 차액결제거래(CFD) 등으로 인해 수많은 원금손실 피해자가 생겨났다. 특히 그 과정에서 금융사들의 과도한 영업 경쟁으로 인한 불완전판매는 매번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키코부터 DLF까지 '불완전판매' 도마 위
리스크가 높은 파생상품의 불완전판매 논란은 금융권에서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이슈다. 파생상품은 본래 리스크가 높지만 금융사가 눈앞의 실적을 위해 고객에게 예금과 유사한 상품으로 포장해 판매하며 반복적으로 사고가 터졌다.
지난 2008년 글로벌 위기 당시 터진 키코 사태 피해액은 3조원을 넘겼다. 키코는 은행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출 중소기업 등에 집중 판매한 파생금융 상품이다. 키코는 환 헤지 통화옵션상품으로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미리 정한 환율로 은행에 외화를 팔아 환율 변동에 따른 매출 감소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단 환율이 일정 범위 이상으로 오를 경우 기업이 약정액의 2배를 약속한 환율로 은행에 판매해야 해 손해가 발생한다. 738개 기업은 금융위기 당시 달러·원 환율이 치솟으며 2010년 6월 기준 약 3조224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대법원은 2013년 키코에 대해 '불공정 거래 행위'가 아니라고 판결했으나 금감원은 은행의 설명 위반 등 금융 상품의 불완전 판매 여부가 있다고 판단했다.
2019년에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한 DLF가 대규모 원금손실 위기에 처하며 논란이 됐다. DLS는 금리나 환율, 원유, 금, 은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다. 당시 DLF 가입자는 3600여명, 판매액은 1조원에 달했다.
특히 독일 국채 금리가 하락하며 이를 기초로 한 DLF 등 관련 상품들의 손실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상품은 수익이 나면 연 3~4%지만 손실이 나면 원금 전체를 날릴 수 있어 투자자에게 불리한 구조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논란이 된 DLF 관련 손해액은 4453억원이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DLF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의 40~80%를 배상하도록 조정했다.
증권사들의 경우 지난해 SG증권발 주가 폭락사태를 계기로 장외 파생상품 중 하나인 차액결제거래(CFD)가 논란이 됐다. CFD는 실제 투자상품을 보유하지 않고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을 이용한 차익을 목적으로 매매한 뒤 차액을 정산하는 구조다.
금감원에 따르면 CFD 판매 증권사들은 레버리지 비율을 과장 광고하거나 비대면으로 개설하면서 명의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손실 위험에 대한 설명서를 제시하지 않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3월 기준 CFD 사업을 했던 증권사 13곳은 CFD가 주가조작에 악용되자 신규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불완전판매' 여부 관건
2021년 상반기 발행된 홍콩H지수 관련 ELS의 만기 상환이 시작되며 올해 들어 원금 손실액은 2300억원을 넘겼고 손실률도 52.8%를 돌파했다. 은행과 더불어 증권사들도 잇달아 손실을 공시하고 있다.
예탁결제원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1월 만기 상환 대상 금액은 9172억원, 2월 1조6586억원, 3월 1조8170억원, 4월에는 2조5553억원에 달한다. 상반기 중 만기 상환 예정 금액은 총 10조원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의 경우 지난 8일부터 본격적인 만기 상환이 시작됐으며 11일 상환금액이 1163억원으로 가장 많고 1월 중 일평균 483억원이 만기 상환될 예정이다.
이에 금융사들도 위기감이 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홍콩 ELS 판매 규모는 은행이 15조9000억, 증권사가 3조4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은행권에서 이미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증권사들도 줄줄이 손실률을 공시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일부 상품의 손실을 확정하고 공지한 상태다.
손실 규모가 커지자 금감원도 지난해 11~12월 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5개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 등 7개 증권사에 대해 판매 실태를 확인하는 현장 및 서면조사를 실시했다. 올해 1월에는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현장검사에 나섰다.
투자자들이 '원금 전액 보상'을 주장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ELS가 투자상품인 만큼 불완전판매가 입증될 경우 과거 DLF와 유사한 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홍콩 ELS에 대해 2~3월이 지나기 전에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감사가 진행 중이라 조심스럽지만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되며 전 판매 과정의 녹취가 이뤄진다"면서 "영업점과 전화 통화 등으로 판매 내용을 확인하고 녹음하는 만큼 불완전판매는 적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자의 경우 아직까지 은행은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부분을 감안해 조금이라도 불완전판매 여지가 있으면 배상을 진행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금융권 파생상품 사고가 반복되는데 은행의 경우 판매를 전면 금지하거나 전 과정을 좀 더 철저히 녹음·확인하고 지금보다 원금손실 여부를 좀 더 상세히 고객들에게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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