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법이다.
2021년 1월 법 공포 후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됐는데,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장이나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건설 공사에 대해선 2년을 더 유예해 오는 27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경영계와 경제단체들은 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준비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처벌이 집중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입법 취지인 중대재해 예방보다 폐업과 근로자 실직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정부와 여당 역시 적용을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후 50인 미만 기업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집중 지원했지만, 83만7000여개 전체 사업장 중 절반인 45만 곳에만 지원했다며 현실적인 준비와 대응이 충분치 못하다고 했다.
지난해 9월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등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노동부는 지난해 말 50인 미만 사업장 전체에 대한 산업안전 대진단을 포함한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16일 국무회의에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법안 처리를 요청했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여당의 이 같은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대재해에 더욱 취약한 중소기업 노동자의 안전을 무시한 채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는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을 죽음의 위험에 방치한 채 사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말"이라며 "한번 죽은 사람의 생명은 유예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최근 성명에서 "중소기업을 옥죄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니라 '중대재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은 이미 충분히 늦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말 '정부 사과'와 '안전계획 수립' 등을 유예 논의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 17일에는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치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면 유예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양대 노총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은 오는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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