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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ELS 불완전판매 2차 검사 초읽기···자체배상안 압박에 은행들 '눈치'

금융 은행

ELS 불완전판매 2차 검사 초읽기···자체배상안 압박에 은행들 '눈치'

등록 2024.02.13 16:30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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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기준 손실액 5000억원↑···손실률 53.6%올해 H지수 횡보할 경우 총 손실액 7조 안팎은행권 "조사 중인 사안···배상비율 논의 일러"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률이 50%를 넘어선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16일부터 ELS 판매사(5개 은행·6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2차 검사에 돌입한다. 2차 현장검사에서 감독당국은 금융사가 홍콩 ELS를 판매하면서 '적합성 원칙'을 얼마나 위배했는지 들여다 볼 계획이다.

ELS 손실액은 홍콩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지 않은 이상 올해 전체 손실액은 7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감독당국이 은행을 상대로 '자체 배상안' 마련 등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은행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이 판매한 H지수 ELS 상품 가운데 지난 7일 만기가 돌아온 규모는 총 9733억원이다. 규모의 이 가운데 손실액은 5221억원으로 평균 손실률은 53.6%로 집계됐다. 올해 전체로는 15조4000억원, 상반기 기준 10조2000억원의 H지수 만기가 돌아온다. 금융권은 H지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총 손실액이 7조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홍콩 ELS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1차 검사를 진행했다. 1차 검사에서는 은행들이 고령층 노후 보장용 자금이나 암보험금을 ELS에 투자하도록 권유했는지, 증권사 창구에서 설명 녹취 의무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온라인 판매를 한 것처럼 가입하도록 했는지 등 불완전판매 사례를 점검했다.

금감원에 제기된 민원만 3000여 건에 달하는 가운데 감독당국은 2차 현장검사에서는 판매 과정의 '적합성 원칙' 위반 사례를 따져본다. 금감원은 과거 DLF(파생결합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 당시 분쟁조정위를 열고 불완전판매 유형을 ▲적합성 원칙 위반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 등으로 분류했다.

감독당국은 '적합성 위반 원칙'을 금융사가 파악한 투자자 특성(투자목적·재산상태·투자경험 등)에 적합하게 투자를 권유할 의무 또는 부적합한 투자 권유 금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개별 투자자들의 거래 목적이나 상황, 경험, 연령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상품 투자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상품 가입을 권유하면 안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만약 금융사가 노후 대비 자금으로 안정적인 운용을 원하는 고객에게 ELS와 같은 고위험 상품을 권유한 사례가 확인된다면 적합성 원칙 위반에 해당한다. 개별 고객의 상황별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배상안에는 일괄적인 배상비율이 아닌 '고령자 상대 적합성 원칙 위반 사례 금융사 00% 분담', '설명의무 위반 사례 금융사 00% 분담' 등 여러 가지 케이스로 분류될 전망이다.

다만 홍콩 ELS 배상 비율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감원은 '투자성향 확인 절차가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시각과 반대로, 은행권은 '투자자 성향 확인과 녹취 등 증빙도 있다'며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은행권은 "ELS 판매과정이 100% 완벽하진 않았을 수 있으나 적합성 원칙 위반를 가르는 기준에 대한 논란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가운데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회사들이 검사 결과에 따라 일부를 자율적으로 배상할 수 있는 절차를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며 "최소한 50%라도 먼저 배상을 진행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하고,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배상을 해준다면 소비자의 유동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에 자발적인 배상안 마련을 촉구한 셈이다.

그러나 은행은 아직 검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배상안을 마련하는 것은 배임 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에 따라 향후 은행들은 최소한 감독당국의 배상안 가이드라인이 나온 뒤에 자체적인 배상 비율 등을 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ELS 관련 조사가 아직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상안이나 비율에 대한 논의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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