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 금요일

  • 서울 6℃

  • 인천 8℃

  • 백령 9℃

  • 춘천 7℃

  • 강릉 8℃

  • 청주 9℃

  • 수원 8℃

  • 안동 10℃

  • 울릉도 10℃

  • 독도 10℃

  • 대전 10℃

  • 전주 11℃

  • 광주 12℃

  • 목포 12℃

  • 여수 13℃

  • 대구 12℃

  • 울산 12℃

  • 창원 12℃

  • 부산 12℃

  • 제주 14℃

유통·바이오 오너 이슈로 주가하락, 화재로 원료약 수급 차질···제약바이오, '리스크' 관리 시급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오너 이슈로 주가하락, 화재로 원료약 수급 차질···제약바이오, '리스크' 관리 시급

등록 2024.02.14 09:09

유수인

  기자

공유

'제약바이오 기업의 리스크 관리' 연구 보고서산업 특성상 리스크 노출 커···전국민 파급력 위험기업 내 관리 체계 및 문화 조성 필요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리스크관리 체계와 기업 내 리스크 관리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리스크관리 체계와 기업 내 리스크 관리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리스크관리 체계와 기업 내 리스크 관리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14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정책연구센터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리스크 관리'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내 기업들의 주요 리스크 관리 방안 등을 제시했다.

기업 리스크는 일반적으로 조직의 성과와 목표 달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래 발생가능한 사건으로 정의된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리스크는 일반 기업이 직면한 리스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산업 특성상 연구개발, 제품의 기획, 생산, 개발, 유통, 사후관리 등의 폭넓은 영역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관리돼야 할 리스크의 영역과 범주는 매우 넓다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사업, 연구개발, 공급망, 품질, 특허기술 유출 관련 리스크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특히 관심을 가져야할 리스크로 꼽힌다. ESG경영의 영향으로 기후·환경 등도 주요 리스크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경우 영업 활동 및 공급 체제 중단 리스크의 중요도가 높지만, 최근에는 사이버 리스크, 규제·법률 리스크의 중요성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문제는 제약바이오분야의 리스크가 위기로 발전할 경우 이로 인한 파급력이 크고, 전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되는 위기 성향이 높은 산업 분야이기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리스크관리의 필요성이 높고 사전 예방측면이 강조돼야 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경우 소규모, 영세성으로 인해 체계적인 리스크관리 체계가 마련돼 있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원료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A약품은 지난 2022년 공장 화재로 가동이 중단돼 제품 생산에 차질을 생겼다. 회사측이 밝힌 소실 규모는 약 100억원에 달했다. 공장 화재 원인은 반응기에서 유출된 아세톤 때문으로 잠정 결론났다. 해당 기업은 국내 다수의 제약사에 원료약을 공급하는 업체였기에 원료의약품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공장화재는 같은 해 소방청의 대형화재 예시로 소개되기도 했다.

줄기세포치료제 연구기업인 B기업은 지난해 화재로 인해 원료약 생산이 3개월간 일시 중단됐었다. 화재 발생 다음날 주가는 전일보다 5% 가량 하락했다.

제약바이오산업에서는 규제기관의 개입으로 법적 리스크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 유형이 '품목허가 취소'다. 일례로 코오롱 생명과학은 지난 2019년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에 대해 미국에서 품목허가 신청을 하던 중 허가 당시 기재했던 자료(연골유래세포)와 다른 성분(신장유래세포)을 제품에 포함한 것이 밝혀지면서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품목허가 신청시 의약품의 성분과 기재된 자료가 다른 성분이었음에도 이를 규제기관에서 인지하지 못한채 품목허가를 승인했고, 이후 동일한 제품으로 미국에서 허가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다.

다수 기업이 오너 위주 경영 형태를 보이는 제약바이오업계는 오너 리스크 위험도 존재한다.

오너들이 잘못하면 기업의 이미지가 추락해 주가 폭락은 물론, 임직원들의 신뢰도 잃을 수 있다. 업계에서 일어난 오너 리스크를 보면, 오너의 사적인 일탈에서부터 공적 의사결정의 영역까지 다양하다.

오너 리스크는 회사의 이미지와 밀접히 관계되는 것으로, 발생시 통상적으로 회사에 대한 평가 자제 요청이나 주가 하락이 우려될 정도로 기업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실제 C제약은 회장이 직원에게 상습적인 폭언과 욕설 등이 담긴 녹취록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같은 날 이 회장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경영일선에서도 물러났으나 주가 하락 추세는 멈추지 않았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C제약은 오너의 빠른 사과로 사태도 수습됐다.

정보기술 리스크 사례도 있다. 국내 완제의약품 제조기업에서 해킹으로 인해 의사와 약사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인데, 사건발생 일주일이 지나서야 당사자들에게 유출 사실을 알려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22년에는 국내 대형 제약사가 랜섬웨어의 공격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랜섬웨어의 공격으로 전 직원의 업무용 컴퓨터 사용이 불가하게 됐고, 단시간 내 사태가 해결되지 않아 모든 작업이 오프라인으로 이뤄졌다.

통상 제약업체의 서버에는 광범위한 처방데이터와 의료기관 관련 자표가 포함돼 있기에 해킹 피해가 커질 수도 있었다. 해킹의 목적과 조치결과에 대해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었지만 이 사건 이후 제약사들은 사이버 공격에 대한 여러 방어 장치를 마련했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기업 고유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 운영하며 전사 차원에서 리스크 식별 및 관리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많은 기업에서 리스크 관리 전담부서가 존재하고 이사회를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 거버넌스도 구축돼 있다.

하지만 전략 담당부서 등에서 리스크 관리 업무를 겸임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며 리스크 관리 전담 거버넌스가 구축된 기업도 일부에 불과하다. 또 최고위험관리관(CRO)이 임명된 기업은 매우 적고, 최고경영자(CEO) 또는 최고재무관리자(CFO)가 리스크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향후 기업 리스크는 과거 기업에서 관리해 온 리스크와 매우 다를 것이다. 새로운 리스크 유형의 계속적인 등장과 리스크 간 상호작용으로 기업에서 관리해야 할 리스크는 매우 광범위해지고 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 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기업의 리스크 관리 능력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효율적 리스크관리를 위해서는 관련 역량이 기업의 주요 프로세스와 문화에 내제돼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기업 목표와 리스크 관리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경영계획에 리스크 관리를 포함시키고 리스크를 기업 전략이나 목표와 연관시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진 또한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경영상의 과제로 인식해 기업경영의 일환으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제언했다.

연구진은 "리스크 관리를 실시한 기업에서 성과와 성장률이 높은 것은 리스크 관리가 위기 예방 뿐 아니라 기업가치 창출과도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기업의 리스크관리는 기업 목표 달성과 관련돼 가치창출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체계적인 리스크관리를 위해 보유자원이나 비즈니스모델, 산업의 특성 등을 고려한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 시에는 리스크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발생 시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체계도 함께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전사차원에서 리스크 관리 활동이 부서 간 연계가 가능하도록 하고, 일상업무 시스템과 연계되도록 리스크 관리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위기발생 시 조기에 원상복구될 수 있도록 조직체계와 프로세스를 정비하는 것, 리스크를 모니터링하고 파악할 수 있는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제언했다.

리스크 관리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 직원이 리스크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구진은 "제약바이오분야에서는 아직까지 리스크관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문화가 조성, 정착돼야 한다"며 "각자 업무에서 어떠한 리스크가 있는지 고민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며 "최고경영진의 리스크 관리 인식 전환과 현재 기업이 직면한 리스크 특성을 이해하고 특성에 맞도록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이외에도 리스크 관리 사례 발굴 등 리스크 관리 지식을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정보교류를 위한 조직학습 체계 등을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제약바이오기업의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