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부터 기준금리 제자리 걸음물가 떨어지고 고금리 부담 늘어난 영향인하 기대감에 선긋기··· 긴축 기조 유지 강조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오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한다. 지난 달 금통위에서는 8번째 동결을 결정했는데 이번에도 동결을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인상하기 시작했다. 2022년 7월과 10월엔 각각 0.50%포인트(빅스텝) 인상하며 2023년 1월까지 1년 반 만에 3%포인트 끌어 올렸다.
이후 한은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빠르게 오른 기준금리 영향으로 가계와 기업 모두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면서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내외로 떨어지면서 추가 금리 인상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자물가는 2022년 7월 6.3%까지 치솟았다가 점차 하향 곡선을 그리며 지난해 7월 2%대까지 떨어졌다. 8월 다시 3%대로 오르며 연말까지 3%대를 이어오다 올해 1월엔 2.8%를 기록했다.
물가 경로가 한은의 전망에 부합하면서 금통위는 추가 인상보다는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 11일 개최된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은 사실상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마지막 금통위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 금통위원 중 4명이 3.75%까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내놨지만 지난 회의에선 모두 추가 인상을 언급하지 않았다.
한 위원은 "최근 물가 상황을 보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고수해 온 고금리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 안착해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준금리를 현 3.50% 수준에서 동결하고 고금리 부작용은 필요 시 유동성 공급 등 미시적 수단으로 적절히 대응하면서 대내외 금융·경제 상황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른 위원도 역시 "물가가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한 기간동안 긴축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 역시 "일부 지표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다양한 지표를 아우르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기"라면서 "물가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충분히 해소되기까지는 인플레이션의 흐름과 통화정책 파급 경로상 주요 지표의 움직임을 면밀히 점검해 가면서 긴축 기조를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인하 시점에 대한 경계도 확인했다.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명분도 약해졌다고 해서 기준금리를 인하하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에 선을 그은 셈이다.
한 금통위원은 "앞으로 통화정책의 기조전환에 있어서는 인플레이션 압력둔화와 기대의 안정 여부를 우선시하면서 국내 수요와 민간부채 상황 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도 "고금리는 민간의 부채를 줄여 미래의 소비 및 투자 자원을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며 "기준금리를 현재의 3.5% 수준에서 동결하고 고금리의 부작용은 필요시 유동성 공급 등 미시적 수단으로 적절히 대응하면서 대내외 금융·경제 상황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제거된 것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시장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역시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지난달 31일 금리 동결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기 전 한은이 먼저 금리인하를 시작하면 한미간 기준금리역전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한미금리차는 2%포인트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한편, 이달 금통위에는 황건일 신임 금통위원이 참석해 이창용 한은 총재를 포함한 7인 체제로 열린다. 지난 1월 금통위는 박춘섭 전 위원이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6명의 위원만 참석해 열린 바 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han324@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