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섬유, 동생은 소재···투톱체제로 후계구도 굳혀분쟁 없는 SK '선례'···상호 협업 및 지분 스왑 관건 계열분리에 선 그은 효성···"신성장동력 발굴 위한 것"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지난 23일 신설 지주회사 설립을 공식화하며 사실상 계열분리 수순에 들어갔다.
오는 6월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사 분할이 승인되면 7월 1일 자로 효성그룹은 존속회사인 ㈜효성과 신설 법인 효성신설지주,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된다. 지주사 재편이 완성되면 맏형 조현준 효성 회장은 섬유와 중공업·건설 등을,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은 첨단소재 부문을 각각 전담한다.
예견된 계열분리···10년 전 '형제의 난' 되풀이 막는다
재계에서는 이번 지주사 재편이 두 형제가 기존 주도하던 사업 분야 위주로 명확하게 분리되면서 사실상 계열 분리 수순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두 사람은 대등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형제 경영을 펼쳐왔다. 하지만 사업회사인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티앤씨·효성ITX에 대한 두 형제의 현격한 지분 차이로 인한 계열분리 가능성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이번 지배구조 재편은 향후 불거질 수 있는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없애기 위해서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효성은 1980년 창업주인 고 조홍제 명예회장 시절 2세 승계 과정에서도 세 아들에게 효성·한국타이어·대전피혁을 분리 상속하며 일찍부터 계열 분리를 단행한 바 있다. 기존 효성은 첫째 아들인 조석래 명예회장이 이어받았고, 한국타이어는 조양래 회장 몫으로 돌아갔다.
특히 효성은 앞서 3세 승계 과정에서 '형제의 난'으로 이미 한차례 내홍을 겪은 만큼 조 명예회장 생전에 그룹 분할 방식으로 후계 경영 구도를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2남이자 조현준 회장의 동생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은 일찌감치 승계 구도에서 밀려난 뒤 회사 지분을 전량 매도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 과정에서 2014년부터 형인 조 회장을 상대로 횡령, 배임 등 의혹을 제기하며 고발을 이어가며 수년 동안 법적 분쟁을 겪어야 했다.
SK그룹과 유사한 지배구조···'따로 또 같이' 녹아들까
재계 순위 31위 효성그룹이 독립경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책임경영'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육성해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것이다.
향후 두 지주회사 간 협업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효성의 '형제 경영'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재계 2위' SK그룹 고유의 '따로 또 같이' 경영 문화가 좋은 선례로 지목된다.
SK그룹은 형제 경영의 모범 사례로 유명하다. 최종현 선대 회장과 최종건 창업 회장부터 뿌리내린 우애 좋은 경영 체제는 2세대를 넘어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한 3세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SK그룹은 그룹 내 직위상 최태원 회장에 이어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투톱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사촌 관계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도 일부 계열사에만 독자적인 경영권을 갖고 있다. 중간 지주사를 통해 독립경영을 펼칠 효성과 유사한 지배구조다.
하지만 SK그룹은 각 계열사가 서로 기업 문화를 공유하고 시너지 창출을 꾀하는 '따로 또 같이' 경영을 통해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별다른 다툼이나 분쟁이 없었던 비결로 꼽힌다.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면서도 필요할 땐 서로 힘을 보태며 위기를 극복해 온 고유의 기업 문화가 녹아있다.
지난해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한 최태원 회장이 연말 인사에서 사촌 동생인 최 부회장을 그룹 2인자 자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앉히면서 끈끈한 믿음을 드러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SK는 '사업 확장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최 부회장의 뛰어난 경영 능력을 높이 사 핵심 요직을 맡긴 만큼 최창원식 고강도 쇄신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향후 반도체와 배터리,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조 명예회장 상속 이어 계열사 지분 스왑 추진할 듯
효성그룹은 오는 7월 신설 지주회사 설립 이후 대대적인 지분 이동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장기적으로 자회사의 지분을 매각하고 각자 맡은 지주회사의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의 최대 주주는 21.94%의 지분을 쥔 조현준 회장이다. 다만 조현상 부회장도 이와 비슷한 21.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현준 회장의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은 ㈜효성의 지분 10.14%를 갖고 있다. 1935년생인 조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 작업은 효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첫 번째 관건으로 꼽힌다. 지난 23일 종가(6만3200원) 기준 조 명예회장의 지분 평가액은 무려 1350억원에 달한다. 상속세 최고세율인 50%를 적용할 경우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마련해야 할 상속세 재원은 최소 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효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가운데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모두 지분을 보유한 곳은 ㈜효성,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 세 곳이다. 조 부회장은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의 지분을 각각 4.88%, 6.16%씩 쥐고 있다.
장기적으로 조 부회장은 장기적으로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 지분을 조 회장에게 넘기고 신설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조 부회장은 새롭게 마련한 재원을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등 효성첨단소재의 신소재 사업에 적극 투자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대로 ㈜효성이 보유한 효성첨단소재 지분 22.25%는 인적 분할을 거쳐 신설지주회사 밑으로 들어간다. 이어 ㈜효성이 효성첨단소재 지분을 조 부회장 측에 넘기면 신설지주회사는 사실상 효성그룹으로부터 떨어져 나가게 된다.
이에 대해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효성그룹의 신설지주회사 설립은 계열분리를 위한 수순으로 보이지만 분할 이전에 비해 크게 바뀐 건 없다"며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 ㈜효성신설지주의 지분을 변함없이 보유하고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의 보유 지분율 역시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효성그룹의 명확한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의 계열사 지분 스왑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효성그룹 측은 이번 신설 지주회사 설립에 따른 계열분리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미래 첨단소재 솔루션 분야와 데이터 솔루션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글로벌 첨단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계열분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신설 지주회사 설립은 조석래 명예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상당 기간 논의한 후 이사회 의결을 거쳐 결정된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ddang@newsway.co.kr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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