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인사 없어···임기 만료 대상자 23명 중 7명만 교체금융당국 '모범 관행'에 담긴 이사진 다양성 강화도 아쉬워여성 사외이사 비중 늘려 성별 다양성 꾀해···전체 30% 이상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4일) 신한금융지주를 마지막으로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후보 인선 작업이 끝이 났다. 이들은 이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안을 올릴 예정이다.
관심을 끌었던 사외이사 신규 선임의 폭은 크지 않다.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 등으로 사외이사가 '거수기' 노릇만 한다는 비판이 높아지면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임기 만료 대상자 23명 가운데 7명만이 사의 또는 임기 만료로 교체된다.
KB금융은 임기가 만료된 김경호 이사회 의장, 신한금융에선 사의를 표명한 이윤재 사외이사와 임기가 만료된 성재호 사외이사가 자리를 떠난다. 하나금융에선 3명의 사외이사가, 우리금융은 송수영 사외이사가 물러나게 됐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CEO 선출 과정, 사외이사의 실질적 역할을 위한 제도 정비 등을 담은 모범 관행'을 발표한 바 있다.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해 기업의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등의 지배구조 개선이 골자다.
이 때문에 큰 폭의 사외이사 교체가 점쳐졌지만 이사회 구조상 큰 폭의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사회 체계를 보면 대주주들이 각기 이해관계에 맞는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식이어서 대규모 교체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올해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데다 부동산 PF 등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필요한 만큼 기존의 사외이사 체제를 유지해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외이사 상당수가 여전히 학계 출신으로 꾸려졌단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위해 이사진 풀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주문했지만 신규 추천된 사외이사의 대부분이 교수 등 학계에 몸담고 있다. 우리금융이 신규 추천한 2명의 사외이사 모두 교수이며 신한금융 역시 2명 가운데 1명이, 하나금융도 4명 가운데 1명이 교수다.
다만 모범 관행에 발맞추는 모습도 보였다. 사외이사 확대와 다양성 강화를 위한 여성 비중 확대 등의 변화를 꾀하면서다.
우선 4대 지주회사는 사외이사 규모를 확대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각각 7명과 9명으로 기존의 사외이사 수를 유지했지만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기존 8명에서 9명으로, 6명에서 7명으로 숫자를 늘렸다. 이로써 기존 30명이었던 사외이사 수는 32명이 됐다.
여성 사외이사 비중도 늘렸다. 신한금융지주는 송성주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해 여성 사외이사를 총 3명으로 늘렸다. 하나금융은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을, 우리금융은 이은주 교수와 박선영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로 추천했다.
KB금융의 경우 여성 사외이사 증원은 없었지만 이미 3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임명해 5대 금융지주 중에서 여성 사외이사 비율(약 42.9%)이 가장 높다. 권선주 이사가 중임 추천됐고, 조화준·여정성 이사까지 여성 3인 체제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총 32명 중 10명(약 31.3%)으로 여성 비중이 30%를 넘었다.
업계에서는 그간 금융권에 공고했던 유리천장에 금이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성별 다양성을 높여가고 있는 과정"이라면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견고하다는 지적이 강했던 만큼 이번 여성 사외이사 비중 확대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외이사 물갈이 인사는 없었지만 전문성과 성별 다양성 추구 등 내부통제 강화와 지배구조 투명화 등을 강조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정책에 발맞춘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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