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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은행권,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내부통제 강화' 빈 수레

금융 은행

은행권,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내부통제 강화' 빈 수레

등록 2024.03.07 16:16

수정 2024.03.07 16:54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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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700억원·경남은행 3000억원 횡령 이어 농협은행 110억원 규모 배임···부실한 내부통제 '도마 위'금융당국·은행권, 내부통제 개선 나섰지만 효과 '글쎄'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또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몇 년간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은행권은 오는 7월 '책무구조도' 도입 등으로 내부통제를 촘촘히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직원 개인의 일탈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금융사고 때문에 은행을 향한 신뢰는 곤두박질 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 횡령서부터 농협은행까지···끊이지 않는 사고
농협은행은 지난 5일 업무상 배임으로 109억4700여만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올해 들어 최대 규모의 금융사고다.

이번 배임 사고가 발생한 기간은 지난 2019년 3월 25일부터 지난해 11월10일까지다. 해당 직원은 영업점에서 대출업무를 담당하면서 담보 관련 서류를 조작, 부동산 가치를 실제보다 더 부풀려 취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자금을 편취한 것이 아니라 차주에게 이득을 줘 은행에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4년 8개월 동안 계속된 배임을 뒤늦게 알아차린 셈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내부 감사 과정에서 차주의 매매계약서상 거래금액과 실거래금액이 상이한 점을 발견했다"며 "대출 금액의 과다 상정으로 추정돼 여신 취급자의 고의적인 의도 여부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당초 자체 검사 결과 이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검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이날 수시 검사를 결정했다. 농협은행은 현재 홍콩H지수 ELS 막바지 검사가 받고 있는데다 배임 관련 내부통제 수시검사까지 받게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자체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내부통제나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는지 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대형 금융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22년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횡령 사건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 BNK경남은행, 신한은행, DGB대구은행 등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망라해 발생했다.

특히 경남은행의 경우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560억원을 횡령했다고 알려졌다가 조사 과정에서 실제 횡령 금액이 드러나며 충격을 줬다. 해당 직원은 최초 횡령 이후 본인의 횡령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담당하던 타 PF 사업장 대출금 및 원리금 상환 자금을 반복적으로 횡령했다. 이를 감안한 은행의 순손실 규모는 595억 원에 달한다.

앞서 금감원이 강민국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금융권에서 횡령한 임직원 수는 200여명, 횡령액은 1850억여원 규모다. 이 중 은행은 116명(56.6%), 1544억여원(83.5%)으로 전 업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배임의 경우 2017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금융권 임직원 84명이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배임한 금액은 1014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 중 은행은 24명(28.6%)이 업권에서 가장 큰 427억원(42.1%)의 배임 사고를 냈다. 환수금은 111억여원으로 배임액의 26%에 그쳤다.

책무구조도 도입 등 내부통제 강화 나섰지만···회의적 시각도
금융회사들은 오는 7월부터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책무 구조도를 도입해야 한다. 앞서 지난해 12월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지난달 2일 공포됐다. 시행령 및 감독규정은 개정 절차를 거쳐 오는 7월 3일부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은행만 아니라 금융회사들은 임원 별 내부통제 책임을 사전적으로 기재해 두는 책무구조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임원 직책별로 책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술한 문서(책무기술서)와 임원의 직책별 책무를 도식화한 문서(책무체계도)를 작성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 금융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자회사들의 내부통제 수준 진단을 바탕으로 책무 구조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상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책무구조도 작성을 완료하고 책무구조도 이행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카드, 증권, 라이프 등 모두 책무구조도 작성을 진행 중으로, 올해 1분기 안으로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명령휴가제, 순환근무 기간 단축 등을 통해 내부통제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 발표한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 방안'에서 장기 근무자는 순환근무 대상 직원 중 5% 이내 또는 50명 이하로 제한키로 했다. 명령휴가제도는 영업점 직무 위주의 위험 직무자를 본점 직무까지 확대하고 동일 부서 장기 근무자와 동일 직무 2년 이상 근무자를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위험 직무자와 장기 근무자를 대상으론 최소 연 1회 명령 휴가를 내도록 한 것이다. 명령휴가제는 현금 또는 실물자산을 취급하는 임직원에 대해 불시에 휴가를 명령하고 이 기간에 사측 검사를 실시해 부실·비리 행위를 파악하는 내부통제제도의 하나다.

일각에서는 허술한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을 CEO에게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내부통제 실패 시 CEO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인데 사안의 심각성을 따져 제재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직원의 개인적인 일탈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내부적으로 내부통제 강화 등 절차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직원 개개인의 일탈(사고)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강화된 내부통제 문화가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권을 향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가 많이 훼손된 것을 안다"면서 "자정 노력을 통해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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