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올해 리스크관리·내부통제 중점 검사"시중은행, 선제적 내부통제 책무구조도 도입하나·우리금융, 사외이사 수 증원···통제 강화
지난해부터 PF대출 부실 우려와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대규모 손실 사태, 금융권 횡령·배임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감독당국이 요구하는 내부통제 기준이 높아졌다. 최근까지도 NH농협은행에서 110억원대 배임 사건이 불거지면서 내부통제 중요성이 금융권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실제 12일 열린 금감원 은행 부문 금융감독 설명회에서는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 문화 확산이 핵심 키워드로 언급됐다. 이날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그동안 은행권은 단기 성과위주의 조직문화와 기존 금융관행에 안주하면서 장기 성장비전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면서 견고한 수익성에도 투자자들에게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다"며 "지배구조 모범관행 반영 현황을 점검해 지주·은행의 건전한 지배구조 정착을 유도하고 경기악화 등에 대비한 부문별 취약요인 점검과 불공정 영업행위 점검 등 소비자피해 예방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이유로 시중은행도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은 물론 관련 TF조직도 구성하면서 당국 기조에 발 맞추고 있다.
우선 7월 내부통제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해 금융지주사들은 관리체계 전산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는 앞서 당국은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개정안 공포의 후속 조치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책임을 임원별로 명문화 하는 것이다.
KB금융과 KB국민은행은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 및 지배구조법 개정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책무구조도 도입 설명회 등을 진행하고 개선 컨설팅을 진행했다. 취임 당시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사기거래, 보이스피싱 등으로부터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고, 금융사고 예방 및 불건전영업행위 사전 차단을 위한 '내부통제 디지털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내부통제 제도개선 TF팀'을 이미 구성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자회사들의 내부통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책무구조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부터 책무구조도 이행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카드, 증권, 라이프 등 모두 책무구조도 작성을 진행 중으로, 올해 1분기 안으로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역시 올해 신년사를 통해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지난달 열린 새해 경영포럼에서도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 등을 언급했다.
하나금융도 지난해 12월부터 '책무구조도 등 지배구조법 개정 대응을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별도 TF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사내이사로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이 합류하고 사외이사도 기존 8명에서 9명으로 늘리는 등 이사회에 큰 변화를 줬다. 이는 대내외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책임경영,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결정이다.
우리금융도 6명이던 사외이사를 7명으로 확대했다. 금융권의 사외이사 증원도 금감원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모범관행' 기준에 맞추기 위함이다. 금감원은 모범관행에 지주·은행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를 통한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30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국내 은행의 이사 수가 평균 7~9명으로 글로벌 주요 은행 대비 매우 적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 1명의 소관 위원회가 많아져 전문성이 떨어지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한편, 잇따른 내부통제 사고가 발생한 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 계열사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고강도 검사에 돌입했다.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은 수시 검사, NH투자증권은 내달 정기 검사를 시작한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를 통해 농협금융이 전문성이나 업력에 대한 고려 외에 후임 CEO 선임 과정에서 중앙회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여부와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이슈 등에 대해 들여다 볼 예정이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crystal@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