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사내이사 재선임 자진 철회···재판 상황 '부담'그룹 지배력은 여전···지주사 사내이사 유지‧지분율 압도적'ESG등급 지배구조 부문 낙제점···"조 회장이 결자해지해야"
28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이날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을 재선임하고 사외이사 3명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당초 조 회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25일 선임 안건을 철회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12년부터 한국타이어 사내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려왔다. 조 회장이 한국타이어 이사회에서 물러나는 건 12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 사내이사는 기존 3명에서 2명(이수일 대표이사 부회장‧박종호 사장)으로 감소했다. 다만 사외이사는 2명이 늘면서 이사진의 규모는 기존 7명에서 8명으로 확대됐다. 조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포기하면서 이수일 부회장의 이사회에 대한 영향력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새롭게 이사진을 구축한 한국타이어는 자동차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연구개발(R&D) 역량을 한층 강화해 미래 가치를 지속적으로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수일 대표이사는 이날 주총에서 인사말을 통해 "선행 연구개발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미래형 모빌리티 실현에 대한 기대감을 선사하고, 시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선도적 기술 역량 확보에 매진하겠다"며 "지속 성장의 토대를 공고히 하기 위해 테네시공장과 헝가리공장 증설을 순조롭게 진행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고려해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추측된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2014년 2월∼2017년 12월 계열사인 MKT로부터 약 875억원 상당의 타이어 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으로 사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하는 데 관여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조 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의 회장직과 사내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은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의 경영권 분쟁 이후 크게 치솟은 상태다. 이날 현재 조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은 42.03%에 달한다. 조양래 명예회장 등 우호지분을 모두 더하면 46.49%에 이른다. 반면 조 회장의 형인 조 고문은 18.93%의 지분만 쥐고 있고, 우호지분을 모두 합쳐도 30.36%에 그친다.
문제는 사법리스크 탓에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고, 일부 시민단체들도 조 회장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6일 논평을 내고 "형사재판 중인 조 회장이 임기 만료되는 이사직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며 "회사와 주주에게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미등기 포함 모든 이사직 사임과 지난해 받은 보수 전체를 회사에 반납하라"고 촉구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조 회장이 한국타이어와 한국앤컴퍼니에서 받은 보수는 31억4200만원, 47억700만원에 달한다. 반면 지난해 3월부터 11월 28일까지 구속 수감된 탓에 이사회 출석은 한 번 밖에 하지 못했다.
조 회장이 이 같은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 사회적 가치 실현 등 ESG 경영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국ESG기준원(KCGS)은 올해 한국타이어의 ESG 등급을 B+(양호)에서 B(보통)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타이어 3사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이다. 특히 지배구조 부문은 조 회장의 사법리스크 여파로 낙제점인 D등급에 그쳤다.
경제개혁연대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임직원의 보수체계를 설계·운영하고 그 적정성을 평가하는 별도의 보수위원회가 설치돼 있지 않다"며 "조 회장에 대해 특별이해관계자의 의결권을 제한할 경우 지난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은 발행주식총수와 의결권행사 주식수 관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의 실적은 전기차 전용 타이어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 확대로 지속 성장하는 추세"라며 "조 회장의 경영능력은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통해 스스로 리스크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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