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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100km 주행에 5ℓ"···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진가

산업 자동차 야! 타 볼래

"100km 주행에 5ℓ"···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진가

등록 2024.03.29 16:26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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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V 시스템 적극 개입···평균연비 18.8km/ℓ 달성공간성·정숙성·안전성 삼박자 만족···패밀리카의 정석반자율주행도 '기대 이상'···단점 보다 장점 많은 차

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전측면 디자인. 사진=박경보 기자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전측면 디자인. 사진=박경보 기자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면 하이브리드차의 약진입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입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의 점유율은 31.5%에 머물렀는데요. 올해 같은 기간엔 54.7%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사이 하이브리드가 주류로 자리매김한 모습입니다.

특히 '하이브리드'라고 하면 토요타, 혼다 등 일본 브랜드들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본 브랜드들은 전동화 전환이 다소 늦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만큼은 경쟁자들을 완벽히 무찌를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죠.

혼다코리아가 이번에 출시한 CR-V 하이브리드도 일본 브랜드 특유의 하이브리드 기술력이 결집된 신차입니다.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쳐 6세대로 거듭난 CR-V는 미국시장에서 투싼, 스포티지 등 국산차보다 훨씬 많이 팔리는 모델인데요. 지난해 CR-V의 미국 판매량은 36만1457대로 차종별 판매 6위에 올랐습니다. 반면 경쟁자인 투싼은 20만9624대로 15위에 그쳤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CR-V를 이토록 사랑하는 이유는 자동차로서의 기본기에 충실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이번에 시승한 신형 CR-V 역시 기본기에서만큼은 단점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CR-V의 디자인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최근 출시된 일본차들은 다소 과하다 싶은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인데요. CR-V는 누가 봐도 잘생긴 얼굴입니다. 이전 세대 대비 전장, 전폭, 휠베이스까지 모두 늘어나면서 몸집도 한층 커졌습니다. 강인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는 외관 디자인은 투싼 등 국산차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다소 김이 새긴 했습니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1세대정도 뒤처진 느낌이랄까요. 미국시장을 겨냥한 차종이라 그런지 투박한 느낌이 강하고, 저렴한 느낌을 주는 플라스틱 트림들도 다소 아쉬웠습니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실내 디자인. 사진=박경보 기자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실내 디자인. 사진=박경보 기자

하지만 CR-V의 진가는 시동을 켜고 주행하자마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차는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토크 18.6kg‧m 의 힘을 발휘하는 2.0ℓ 직분사 엔진을 달고 있는데요. 하지만 주인공은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4kg·m의 전기모터입니다.

CR-V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다보니 저속에서 소음과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었습니다. 혼다 최초로 올 우레탄 커버와 소음진동 흡음재를 채용한 것도 이 같은 정숙성의 비결이겠네요.

특히 가속페달을 밟아 속도를 높일 때 부족함 없는 힘을 보여줬는데요. 동력성능을 강조하는 차는 아니지만, 하이브리드에 대한 선입견을 깰 만한 파워풀한 가속감이 일품입니다. 가솔린 엔진이 아니라 모터의 힘으로 달렸기 때문입니다.

주목할 점은 고속 주행할 때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매우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입니다. 내리막길에 진입하거나 탄력주행을 할 때면 여지없이 계기판에는 'EV'라는 지시등이 표시됐습니다. 이는 CR-V에 탑재된 혼다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인데요. 하이브리드라도 다 똑같은 하이브리드가 아니란 뜻입니다.

혼다 CR-V는 출발할 때와 저속으로 도심주행할 때, 급가속할 때 모두 모터로 주행할 수 있습니다. 엑셀레이터에 너무 큰 힘을 주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고속으로 주행할 때 말곤 대부분의 일상영역에서 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한데요. 조금만 가속해도 금방 엔진이 돌아가는 일반적인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 대비 효율이 뛰어난 셈이죠.

그래서 실연비는 얼마냐고요? 자유로 등 상대적으로 정체가 없는 자동차전용도로를 99.7km 주행한 결과 무려 18.8km/ℓ에 달하는 평균연비가 찍혔습니다. 특히 중간 기착지까지 49.6km를 주행하는 동안엔 한번도 20km/ℓ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속도를 올리지 않았다면 100km를 주행하는 내내 20km/ℓ 이상의 연비를 기록했을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는 14.6km/ℓ인데요. CR-V는 차체가 그리 작지도 않은데 꽤나 훌륭한 연료효율을 보여줬습니다. 과격하게 운전하지만 않는다면 평균적으로 16~18km/ℓ정도는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후측면 디자인. 사진=박경보 기자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후측면 디자인. 사진=박경보 기자

CR-V의 매력은 연비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혼다의 운전자 주행보조 시스템인 '혼다 센싱'이 기본 적용된 것도 큰 장점입니다. 특히 시야각 90도까지 확장된 광각 카메라와 120도까지 인식범위가 넓어진 레이더 덕분에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과 차선 유지보조 시스템(LKAS)의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고 하네요.

덕분에 자유로를 달릴 땐 운전에 대한 스트레스를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트래픽 잼 어시스트'가 신규 적용된 덕분인지 정체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했는데요. 직선차로 유지 능력과 커브 선회 시 추종성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장거리 주행이 많다면 기름값도 아끼고 운전 피로감도 덜한 CR-V가 제격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밖에 CR-V 하이브리드에는 ▲9인치 안드로이드 디스플레이 ▲BOSE 프리미엄 오디오 스마트폰 유무선 충전 ▲핸즈프리 파워 테일게이트 ▲혼다 커넥트 등의 편의사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투싼, 스포티지 등 국산 동급차종 대비 편의사양이 풍부한 편은 아닙니다.

CR-V 하이브리드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더 많은 차라고 생각합니다. 실내 인테리어와 편의사양은 다소 뒤처지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로서의 기본기와 본질에 충실하니까요. 100km를 주행하는 데 필요한 연료는 약 5ℓ, 그러니까 약 8200원(리터당 1641원 계산)이면 충분합니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실내 디자인. 사진=박경보 기자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실내 디자인. 사진=박경보 기자

그 뿐인가요. 공간성도 이만한 차를 찾기 어렵습니다. ▲골프백을 최대 4개 수납할 수 있는 동급 최고 수준의 적재용량 ▲동급 최고 수준의 레그룸 ▲2열시트 8단계 리클라이닝 기능 등 가족들이 원하는 스펙을 두루 챙겼습니다.

혼다 CR-V는 정숙성과 안전성이라는 패밀리카의 핵심 덕목도 갖췄는데요. 참고로 언급하자면 최근 평가 기준이 강화된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충돌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탑 세이프티 픽+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경제성과 안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빠'들에게 최적의 선택지라고 봅니다. 국내 판매 가격(5590만원)도 싼타페 풀옵션과 비슷한 수준인데요. 물론 인테리어와 옵션 구성이 한국 고객들의 일반적인 취향은 아니지만, CR-V만이 갖고 있는 가치는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입니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2열공간. 사진=박경보 기자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2열공간. 사진=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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