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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산업으로 국가 발전 이바지"···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발자취 재조명

산업 재계

"산업으로 국가 발전 이바지"···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발자취 재조명

등록 2024.03.29 20:19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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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제품 만들어 많은 사람에게 혜택 돌려야""도전이란 늘 하던 것 부수고 새로 만드는 것""대기업은 우리경제 살리는 데 솔선수범 해야"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기술입국'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그의 발자취가 재조명되고 있다. 사진=효성 제공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기술입국'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그의 발자취가 재조명되고 있다. 사진=효성 제공

"효성은 산업을 일으켜 국민경제에 이바지 한다는 '산업입국' 정신으로 창업됐다. 한번 쓰고 없어지는 소비재 산업보다 생산재 산업이나 다른 산업의 원료 즉 중간 소비재 산업에서 많은 성장·발전을 거듭했으며, 그 바탕엔 산업활동을 통해 국가에 봉사한다는 투철한 정신이 깔려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기술입국'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그의 발자취가 재조명되고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힘써야 한다는 남다른 경영 철학이 오늘날의 효성을 일궜다는 평가가 앞선다.

효성그룹에 따르면 조석래 명예회장은 평소 기술에 대해 상당한 집념을 보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효성이 나일론·폴리에스터 등 합성섬유로 성공한 뒤 합성수지인 폴리프로필렌에 도전했던 80년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기술적 기반도 취약했던 탓이다. 무엇보다 폴리프로필렌 원료 나프타는 선발업체가 선점했고, 일본에서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효성 내부에선 만류하는 분위기였지만, 조 명예회장은 '안되는 이유 백 가지'보다 '되는 이유 한 가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과감하게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조 명예회장은 다방면으로 수소문한 끝에 미국의 한 회사에서 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프로필렌을 만드는 탈수소공법을 적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 기술을 연구하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탈수소공법을 적용한 폴리프로필렌 사업은 큰 성공을 거뒀다.

이는 조 명예회장이 치밀하게 분석하고, 기술을 이해한 뒤 확신이 들면 사업을 전개하는 공학도 출신 경영인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룹과 재계 전반의 평이다.

매사는 완벽한 기초조사와 연구·검토를 거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장래를 염두에 둔 입장에서 판단되고 경정돼야 하며, 일단 결정된 일은 완벽하게 이룰 때까지 추진해야 한다는 발언에서도 조 명예회장의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조 명예회장은 "도전이란 늘 하던 것을 더 잘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부수고 새롭게 만든다는 자세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스스로를 훈련시키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라는 견해를 임직원과 공유하기도 했다.

실제 조 명예회장은 일본 와세다 공대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공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지금은 IT가 미래 유망업종이나, 그 때만 해도 '부잣집 아들'이 공학을 배우는 일은 흔치않은 일이었다.

조 명예회장은 기술에 대한 열의도 상당했다. 결혼식 후 신혼여행지를 이탈리아 포틀리로 정한 게 대표적 일화다. 포틀리는 동양나이론 기술자가 나일론 생산기술을 익히기 위해 연수를 받던 지역이었는데, 그는 이 곳에서 직원과 함께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바 있다.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취임식 사진=효성 제공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취임식 사진=효성 제공

이와 함께 조 명예회장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도 중추적 역할을 했다.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여러 나라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일자리 창출, 대·중소기업 상생, 일·가정 균형 등 주요 의제에 대해 가감 없이 목소리를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재임 당시 조 명예회장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은 국민의 믿음직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면서 "특히 대기업은 우리 경제를 살리는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연못 속 물고기 떼에 조약돌 하나만 던지면 고기들은 어디론가 사라진다"면서 "대기업이 투자를 망설이는 것은 기업 주변환경이 불확실하고 규제가 많기 때문"이라며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아울러 조 명예회장은 여성 취업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경각심도 불러일으켰다. 그는 "우리 경제를 크게 만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여성취업인구를 늘려 그들이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여성이 취업하기 쉽게끔 사회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그런 조 명예회장의 영면에 재계에선 애도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조 명예회장은 '기술 한국'의 위상을 높인 경영인이었다"면서 "'스판덱스' 등 첨단 섬유의 원천기술 확보와 미래 산업의 쌀이라는 탄소섬유의 독자개발을 통해 한국의 면모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공로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명예회장의 장례는 효성그룹장으로 내달 2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영결식은 내달 2일 오전 8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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