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배터리로 주행거리 늘리고 가격은 '동결'SK온 '9반반' 가까운 니켈 비중···"효율 극대화"현대차그룹 E-GMP 플랫폼이 배터리 성능 뒷받침
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전기차 간판 차종인 아이오닉5의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다. 2021년 출시 이후 3년 만에 새로워진 아이오닉5는 4세대 신형 배터리를 적용하고도 가격(5240만~5885만원)은 기존대로 유지됐다.
자동차 업계의 페이스리프트는 파워트레인보다 디자인과 편의사양을 중심으로 개선되는 게 일반적이다. 세대가 바뀌지 않았는데도 자동차의 '심장'과도 같은 엔진이나 배터리가 신형으로 바뀌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대대적인 상품성 개선에도 판매 가격은 유지돼 전기차 잠재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더 뉴 아이오닉5의 가장 큰 특징은 84.0kWh의 4세대 배터리가 탑재돼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2WD 기준)가 458km에서 485km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배터리 용량이 늘어났지만 기존 모델과 동일하게 350kW급 초급속 충전 시 18분 이내에 80%(10% 기준)까지 충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니켈 비중 90% 육박···업계선 "사실상 9반반 배터리"
현대차 측은 아이오닉5에 탑재된 4세대 배터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 안팎에 따르면 아이오닉5 배터리의 니켈 비중은 기존 83%에서 88%까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니켈 비중이 기존에 비해 올라간 것은 맞지만 배터리의 구체적인 스펙은 알리기 어렵다는 게 현대차의 입장이다.
업계는 현대차 아이오닉5에 적용된 배터리가 SK온의 NCM 9반반 배터리에 준하는 성능과 스펙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SK온이 업계 최초로 개발한 9반반 배터리는 니켈 비중을 90%까지 높여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밀도를 확보했다.
SK온의 9반반 배터리는 니켈과 코발트, 망간의 비율이 각각 90%, 5%, 5%로 니켈 비중을 크게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니켈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 들어가는 원재료로, 함유량이 많을수록 에너지 밀도와 주행거리, 배터리 용량이 늘어난다.
다만 SK온 관계자는 "(아이오닉5에 탑재된 배터리에 대한)정확한 스펙까지는 알 수 없으나 (구반반)라인까지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을 아꼈다.
니켈은 기존의 코발트와 성질이 비슷해 코발트를 대체하면서도 공기 중에 산화 반응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SK온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니켈 함량을 끌어 올린 '하이니켈' 배터리 생산에 집중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니켈은 생산량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며 "니켈 비중을 높여 성능은 유지하고 가격은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부터 하이니켈 배터리 기술을 개발해 온 SK온은 18분 만에 셀 용량의 1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SF배터리를 공개했다. 이는 니켈 함량이 83%인 배터리로, 한번 충전시 4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
SK온은 '특수 코팅공법'을 통해 음극 저항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리튬이온 이동 경로를 단축했다. SF배터리 역시 배터리 충전 속도를 최대화할 수 있는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급속충전 프로토콜까지 구현한 결과물이다.
특히 SK온은 자체적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와 함께 SF배터리를 공동으로 연구 개발 해 왔다. 일반적으로 급속충전 시 배터리 수명이 단축되지만 SK온은 완성차업체와 협의체를 가동해 성능 및 안전성 검증 테스트를 진행해 급속충전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SK온은 향후에도 다양한 기술 개발을 통해 '에너지 밀도'와 '급속충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현대차-SK온 굳건한 파트너십···업계 최고 수준 상품성
SK온과 긴밀한 협업관계를 구축한 현대차는 지난 2021년 첫 번째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에 SK온의 하이니켈 배터리를 탑재했다. 당시 적용된 NCM 811 배터리는 니켈과 코발트, 망간의 함유량이 각각 80%, 10%, 10%였다.
현대차와 SK온이 신형 아이오닉5에 탑재한 4세대 배터리의 니켈 비중은 기존 811 대비 크게 높아졌지만 9반반 보다는 소폭 낮은 수준이다. 니켈 비중이 높아질수록 배터리의 열적 안정성이 떨어지는 만큼 안전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추측된다. 니켈 비중과 비례해 에너지밀도가 높아지지만 열관리는 어려워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SK온의 배터리 기술력과 현대차그룹의 E-GMP 플랫폼이 만나면서 신형 아이오닉5는 업계 최고 수준의 상품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GMP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와 달리 전기차만을 위한 최적화 구조로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1회 충전으로 국내 기준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고,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춰 초고속 급속충전이 가능하다.
또한 E-GMP는 고속화 모터를 탑재해 구동 성능이 대폭 개선됐다. 중대형 차량들에 주로 적용했던 후륜 5링크 서스펜션과 세계 최초로 양산 적용된 기능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IDA)로 승차감과 핸들링 성능 역시 크게 향상됐다.
E-GMP는 내연기관차에서 필수적이었던 차체 바닥의 센터터널을 없애고 배터리를 중앙 하단에 배치하면서 공간 활용성도 극대화됐다. 배터리와 모터, 차체와 섀시 등 전기차의 특성을 고려해 설계돼 탑승객과 배터리 안전을 위한 신기술도 다양하게 적용됐다.
전문가 "주행거리 증가 의미 있지만 충전속도 더 빨라져야"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겸 한국전기차협회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각종 상을 휩쓸고 있는 아이오닉5는 전기차의 교과서적인 모델"이라며 "최대주행거리를 더 늘리면서도 가격을 동결한 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아이오닉5의 출시만으로는 침체된 전기차 시장이 살아나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충전 인프라가 더욱 늘어나고 충전 시간이 훨씬 빨라져야 의미 있는 판매 성장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김용현 한국폴리텍대학 부산캠퍼스 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완충된 아이오닉5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충분히 갈 수 있지만, 소비자들이 전기차의 주행거리 때문에 구입을 망설이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충전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주유소만큼 충전소가 많아지고 충전 시간도 더 짧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soyeon@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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