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6개월만 90달러 돌파...올해 최고치정유업계 1분기 실적 '맑음'...정제마진 우려↑업계 "신중모드, 불확실성 강해 더 지켜봐야"
9일 업계에 따르면 선물로 거래하는 국제유가는 지난주 6거래일 연속 올랐다. 북해 브렌트유 6월물은 지난 5일 배럴당 90.17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도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86.91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브렌트유와 WTI는 각각 18%, 21% 급등했다.
유가 상승세에 힘입어 정유업계 1분기 실적 전망은 맑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22.64% 증가한 4599억원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4분기 정유 부문에서만 2657억원 영업손실을 냈던 에쓰오일은 1분기 4676억원의 영업이익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던 GS 칼텍스와 HD현대 오일뱅크도 1분기 실적 회복을 할 수 있을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가 상승세는 통상 정유사에 긍정적 시그널이다.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정제해 제품으로 판매하기까지 한 달 정도 시차가 발생하는데, 상대적으로 유가가 낮을 때 원유를 구매한 후 가격이 상승할 때 판매하면 래깅효과(원재료 투입 시차효과)로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가 지속 상승세에도 정유업계는 마음껏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소비침체로 석유제품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품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제마진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원료비를 뺀 마진을 말한다. 정제마진 가격이 높으면 이윤이 많이 남는다는 의미다. 보통 정제마진이 배럴당 4~5달러를 넘기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으로 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은 공급·수요에 따른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강해 국제유가가 오른다고 마냥 호실적을 기대할 순 없다"라며 "현재 정유 시장 흐름을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국제유가가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 체이스는 오는 8월~9월 브렌트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올여름 유가가 95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최근 정제마진도 지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어 업계는 유가와 정제마진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1월, 2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각각 7.8달러, 8.2달러를 기록했지만 지난달 5.9달러로 하락했다. 또한 3월 넷째 주 배럴당 5.4달러로 감소했고, 4월 첫째 주에는 배럴당 4.3달러로 하락했다. 이달 5일 기준으로는 배럴당 3.97달러까지 주저앉으며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졌다. 유가 상승에 따른 수요 위축과 휘발유와 납사 마진 하락세가 정제마진을 끌어내리는데 크게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2년 3분기에 국제유가는 오르고 정제마진은 하락한 전례가 있었다 보니 현재 업계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신중' 상태다"라며 "유가 변동은 글로벌 현상이라 향후 해외시장 수출에 집중하며 소비 위축 등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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