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갈등에 결별하는 조합-시공사 늘어건설사 스탠스 변화..."밑지는 장사는 안 한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경기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과 체결했던 시공사 선정 계약을 해지했다.
양사는 컨소시엄으로 지난 2018년 말 해당 아파트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공사비 조정에 실패해 지난 13일 열린 조합 임시총회에서 '시공사 공사가계약 해지 결의의 건'이 통과되며 시공권을 잃었다.
컨소시엄 측은 기존 3.3㎡당 445만원으로 책정했던 공사비를 659만원으로 48% 올리고, 공사 기간도 46개월에서 53개월로 연장할 것을 요청했지만, 조합이 반대해 시공계약 해지로 이어졌다.
부산 괴정5구역 재개발도 지난 2월 시공사와 결별했다. 역시 공사비 갈등 탓.
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 컨소시엄이 2018년 계약 당시 책정했던 3.3㎡당 471만원의 공사비를 649만500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청했으나, 역시 조합을 설득하지 못했다.
상계주공5단지도 공사비와 분담금 때문에 지난해 말 시공사 GS건설과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 해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시공사들의 스탠스가 이전과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어떻게든 시공권을 지키려 조합 요구를 맞춰주는 분위기였다면, 현재는 공사비에 한해서는 칼같이 입장을 고수하며 계약 해지까지도 감수하고 있다.
몇몇 재건축 현장에서는 시공비 갈등 탓에 시공사가 공사를 멈춘 사례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불렸던 둔촌주공도 공사가 멈춘 바 있으며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사업'도 미수공사비 탓에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스탠스를 새롭게 한 것은 공사비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의 공사비원가관리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의 전체 건설공사비지수는 154.81(잠정)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1월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다. 2022년 2월 142.38 대비 8.7%, 2021년 2월의 124.84과 비교하면 24% 상승한 것이다. 인권비, 시멘트 비 등도 모두 근래 급등한 상태다.
때문에 단가가 맞지 않는 현장은 건설사들이 피하고 있다. 이전에는 일부 건설사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수주를 하려는 시도도 있었으나, 최근 시장에서는 아예 모습을 감췄다.
실제 송파구 잠실우성4차는 공사비를 계속 올려 4차 입찰까지 진행 중이다. 3차까지 DL이앤씨 단 한곳만 입찰확약서를 냈다.
가락삼익맨숀도 2번 유찰됐다. 조합은 3.3㎡당 810만원 공사비를 제시했지만, 조합이 원하는 고급 브랜드를 적용하기에는 공사비가 너무 낮다고 평가한 시공사들이 외면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리스크를 최소화하자는 업계 분위기에 맞춰 시공사들이 정비사업도 소위 돈 안되는 곳은 정리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건설사 도시정비팀 한 관계자는 " 담당자들이 시공비를 인상해달라는 요청을 조합에 다들 하고 있다. 평당 100만원이라도 올려야 예상 수익을 맞출 수 있다"며 "갑을 관계가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어 오히려 함께 할 시공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서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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