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폐업 1000건 육박···신용등급도 줄하향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2.7%···절반이 브릿지론정부 PF 정상화 총력전···전문가 "한계 있을 것"
◇건설업체 폐업신고 1000건 육박···대형건설사도 신용등급 줄하향=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폐업·부도를 선언하는 건설업체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 시스템(키스콘)에 따르면 올해(1월1일~4월12일) 기준 건설업 폐업신고 건수는 총 1110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1045건보다 65건 더 늘어났으며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 폐업 신고는 부도 등의 이유로 문을 닫는 경우도 있지만, 경영 악화나 자본금 유지 불가 등의 사유로 면허를 유지할 수 없을 때 폐업을 자진해서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느 경우든 폐업 신고 건수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시장이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고 전했다.
대형 건설사도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일 GS건설, 신세계건설, 한신공영, 대보건설 등 4개 건설사의 신용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신용 등급전망은 지금 당장 등급 자체를 조정하지는 않지만 향후 재무상태 등을 관찰해 등급을 조정하겠다는 것으로, '부정적' 등급전망은 신용등급을 강등할 여지가 있음을 뜻한다.
GS건설은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강등했고, 신세계건설은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낮췄다. 한신공영은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대보건설은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GS건설의 신용등급은 국내 3대 신평사로부터 모두 하향 조정된 상태다. GS건설의 경우 업황 악화와 더불어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라는 개별 이슈가 동시에 악재로 작용한 케이스다. 신세계건설도 미분양 현장 관련 손실과 공사원가 상승, PF우발채무 리스크 증가 등의 이유로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이밖에 현대 A급 건설사 가운데 등급전망이 '부정적'인 곳은 롯데건설(A+)과 HDC현대산업개발(A) 등이다. 건설사들의 신용도 저하는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들어가는 비용 부담을 키워 자금 조달력을 약화시킨다.
김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위축된 사업환경을 고려하면 차입금 의존도가 AA급 25%, A급 30%, BBB급 35%를 웃돌기 시작하면 신용도 하향 압력이 확대된다고 볼 수 있다"며 "A급과 BBB급의 경우 전반적으로 현 신용도 유지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으로 '5차 중동전쟁' 위험이 고조되면서 건설업계의 시름은 더욱 커졌다. 중동 전쟁 리스크가 국내 건설 시장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어서다. 중동 정세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면 국제유가가 올라 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곧 원자잿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2월 154.81을 기록,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상태다. 이미 공사비가 오를 대로 올랐는데, 추가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고물가 탓에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되면, 부도에 내몰리는 중소형 건설사들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하루 수십억원씩 이자 부담이 쌓여가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 시기마저 늦춰지면 버티지 못하는 사업장이 속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2.7%···절반이 브릿지론= 건설업계 어려움이 커질수록 금융권에도 불안감이 엄습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5조6000억원, 연체율은 2.7%다. 1년 전(1.19%)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업권별로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은 46조1000억원, 증권사는 7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9월 말 대비 각각 1조8000억원, 1조5000억원씩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보험은 42조원, 저축은행은 9조6000억원, 여신전문사는 25조8000억원으로 각각 1조3000억원, 2000억원, 2000억원씩 감소했다.
특히 이 가운데 증권사 연체율은 14%가량이라 신용도 하락 가능성까지 마주한 상황이다. 금융권은 이에 대비해 지난해 조 단위의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예리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부동산 PF 관련 추정 손실액은 '시장 연착륙'을 고려해도 4조6000억원에서 7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재무 안정성이 또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한 당분간 신용도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PF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 중 절반 이상은 브릿지론(고금리 단기대출)이라 부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신용평가의 '증권사 부동산 금융 손실 시나리오 테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 약 14조원 중 58.4%(약 8조2000억원)가 브리지론으로 나타났다.
브릿지론은 부동산 시행사들이 사업 초기에 사용하는 비용(토지 매입·인허가 등)을 융통하는 고금리 단기 차입금을 말한다. 예정된 일정대로 착공하면 괜찮지만, 사업이 지연될 경우 본PF로 넘어가지 못해 막대한 손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즉 브리지론을 상환하지 않고 만기 연장을 한다는 것은 사업이 착공, 분양 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부동산 PF나 브리지론의 질이 좋지 않은 사업장이 꽤 있다는 사실이다. 중소형사의 경우 수도권 비중이 52%로 지방보다 높기는 하지만 서울(17%)보다 경기권(31%) 비중이 2배가량 높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브리지론 규모가 본PF 규모의 절반 수준임을 감안했을 때 브리지론 손실 위험이 단기적으로 매우 크다"면서 "중소형사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손실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PF 정상화 총력전···전문가 "한계 있을 것"= 정부는 과도한 시장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금융안정 상황 보고를 통해 "PF 연체율이 상승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사업장 관련 리스크는 다소 증대된 것으로 추정되나 사업장별 평가 결과 시공사를 통한 사업장의 부실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을 발표해 유동성 공급 방안을 내놓았다. 기업구조조정(CR) 리츠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세제 감면 혜택을 주는 게 골자다. 또 현행 3단계로 나뉘는 부동산 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기준을 4단계로 세분화해 옥석 가리기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일부터 2주간 시중은행, 제2금융권 등과 면담을 가지고 관련 논의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장래성이 있는 사업장은 활성화하는 한편 사업성이 없으면 정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반의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음 만큼 당분간 건설경기 불확실성은 계속될 거란 전망이다. 당장 정부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효과를 거두는 데는 한계가 있단 견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총선이 끝난 지금 다시 여소야대가 되면서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개발정책의 추진동력이 상당 부분 사라졌고, 규제 완화도 사실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역시 다시 높아진 소비자물가지수로 인해 9월 인하(로 미뤄지거나)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없을 수도 있단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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