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최신 배터리 탑재로 실 주행거리 550km 이상자택 완속충전만으로 충분···승차감·정숙성 인상적터치식 스티어링휠, 뒷유리 와이퍼 등 약점도 보완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으로 새로워진 현대차 아이오닉5는 저의 전기차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신형 아이오닉은 무려 476km를 주행하고도 85km나 더 달릴 수 있었거든요. 제가 시승한 아이오닉5는 방전될 때까지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1회 충전만으로 561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다시 말하면 서울에서 250km 가량 떨어진 전주한옥마을를 왕복해도 아이오닉5에는 충전이 필요하지 않은 셈인데요. 서울에서 약 400km 거리인 부산을 갈 때도 도착지에서만 완속으로 충전해도 문제없을 수준입니다.
저는 이번 신형 아이오닉5의 시승에 앞서 아파트 전기차 충전기를 이용해 100%까지 충전했습니다. 이때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는 515km. 이미 공인된 최대주행거리인 485km보다 30km나 더 늘어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장에서 갓 나온 따끈따끈한 신차였기 때문에 정말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제 아무리 아이오닉5라지만 신차 특성 주행 데이터를 학습할 기회가 없었을 테니까요.
참고로 신형 아이오닉5는 페이스리프트이지만 SK온의 최신 4세대 배터리(84.0kWh)를 새롭게 탑재했습니다. 이 덕분에 기존 458km였던 최대주행거리가 485km로 늘어나게 된 건데요. 이번 시승을 통해 아이오닉5의 개선된 배터리 성능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형 아이오닉5의 외관 디자인은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이오닉5의 디자인 완성도가 워낙 높았던 때문인지 변화가 두드러진 부분은 뒷범퍼 정도였습니다. 사실 범퍼보다 뒷유리에 새롭게 자리한 와이퍼가 눈에 더 띄었는데요. 기존 모델에선 리어 와이퍼가 없었지만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개선됐습니다.
운전석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자 외관보다 더 큰 인테리어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아이오닉5만의 특징인 이동식 센터 콘솔 '유니버설 아일랜드''입니다. 앞뒤로 움직이는건 기존과 동일하지만 1열 열선‧통풍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주차 보조 기능 등을 조작할 수 있는 물리버튼이 신규 적용되고 하단부에 위치했던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도 상단으로 올라왔습니다. 운전자가 다양한 기능을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된 모습입니다.
또한 흰색으로 치장해 호불호가 갈렸던 중앙 디스플레이 베젤은 검은색으로 깔끔하게 바뀌었습니다. 어정쩡한 디자인의 2스포크 스티어링 휠도 '인터랙티브 픽셀 라이트'도 3스포크 방식으로 변경됐습니다. 이밖에도 ▲지능형 헤드램프(IFS) ▲디지털 키 2 ▲디지털 센터 미러(DCM) ▲빌트인 캠 2 ▲2열 리모트 폴딩 등 고객 선호도가 높은 사양이 대거 적용됐습니다. 이정도면 기존에 아쉬웠던 부분들을 매우 철저하게 보완했다고 보여집니다.
아이오닉5의 변화는 디자인과 배터리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디자인만 같을 뿐이지 사실상 풀체인지(완전변경)로 볼 수 있을만큼 주행감성이 확연히 좋아졌는데요. 현대차에 따르면 신형 아이오닉5에는 노면 진동을 완화하는 '주파수 감응형 쇽업소버'가 신규 적용되고 차체 하부, 후륜 휠 하우스 등 주요 부위의 강성도 강화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이오닉5의 주행감성은 제네시스 G80이나 K9 같은 대형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조용하면서도 승차감도 매우 우수했거든요. 신형 아이오닉5의 승차감과 정숙성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힘들 듯 합니다.
특히 아이오닉5에도 드디어 직접식 감지(HOD) 방식의 스티어링 휠이 적용됐습니다. 원래 아이오닉5와 EV6의 스티어링 휠은 토크감지식이라 차로유지보조 기능을 쓰더라도 수시로 스티어링 휠에 힘을 줘야했는데요. 하지만 이제부턴 스티어링 휠에 가볍게 손을 얹고만 있어도 "핸들을 잡으세요"라는 경고가 뜨지 않습니다.
아이오닉5를 타고 고속도로에서 HDA2(고속도로주행보조2)를 활성화해보니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차로 봐도 될 만큼 운전에 개입할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스티어링 휠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만 않는다면 어떤 경고도 나오지 않았거든요. 규정속도보다 빠르게 주행해도 단속카메라 앞에서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주고, 방향지시등만 틀어도 알아서 차선변경까지 해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앞에서 언급했던 '효율'입니다. 아이오닉5로 에코모드로 도심과 고속도로 416.4km를 주행한 결과 평균연비는 6.8km/kWh에 달했습니다. 이정도면 현존 전기차 가운데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입니다.
아이오닉5 롱레인지 2WD의 복합연비는 5.1km/kWh이지만 실 주행연비는 이보다 한참 높았습니다. 참고로 환경부는 이달부터 전기차를 대상으로 5등급 연비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아이오닉5 등 6개 모델만 1등급을 부여 받았습니다.
아이오닉5의 또 다른 매력은 전기차 충전 경험입니다. 저는 아이오닉5로 장거리를 주행하면서 한 번도 고속도로에서 급속으로 충전하지 않았습니다. 주행거리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배터리가 부족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고 봅니다. 전국 고속도로에 깔린 현대차그룹의 초급속 충전소 E-pit(이피트)가 있기 때문이죠.
아이오닉5의 경우 배터리 잔여량이 10% 남았을 때 이피트 충전소에서 충전하면 약 18분 만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물론 집에서 100%까지 충전하고 주행하면 사실상 고속도로에서 급하게 충전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국내 어느 지역이든 500km 이상 떨어진 곳은 거의 없으니까요.
물론 시승한 날이 완연한 봄이었기 때문에 날씨가 추운 겨울과 에어컨을 가동해야하는 여름엔 효율이 다소 떨어질 겁니다. 시승하는 내내 과속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스포츠 모드를 썼을 경우 주행가능거리는 더욱 줄어들었을 거고요.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기아 EV6 페이스리프트가 출시되기 전까진 아이오닉5 수준의 효율을 가진 전기차는 없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아이오닉5, 더 넓게는 전기차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칩니다. 저는 모든 주행을 마친 후 10% 남은 배터리를 아파트 완속 충전기로 80%까지 충전했는데요. 64.53kWh를 충전하는데 쓴 비용은 1만841원에 불과했습니다. 제가 보유한 2.2ℓ 디젤차로 같은 거리(476km)를 주행했더라면 약 7만5000원(경유 리터당 1550원 기준)이 들었을겁니다.
특히 아이오닉5는 초대용량의 파워뱅크 역할을 하는데요. 유틸리티 모드로 전환한 뒤 차 내부에 마련된 220V 콘센트를 활용해 다양한 전자기기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캠핑 시 파워뱅크없이 전기매트를 쓸 수 있고, 시끄럽고 번거로운 무시동히터 없이 난방을 할 수도 있겠죠. 출장을 떠날 땐 차에서 노트북을 충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번 시승기를 정리하면서 지금이야말로 전기차를 구입할 적기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집에서만 하는 충전은 불편한 점이 없었고, 아이오닉5의 경우 최대주행거리를 늘리면서도 가격을 동결한 점도 마음에 듭니다. 전기차 구입을 망설였던 분들이라면 아쉬운 점들을 철저히 보완한 신형 아이오닉5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볼 만 합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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