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공 요격 체계 '천궁Ⅱ', 중동서 총 7조원대 수주세계 최고 수준 첨단기술 대거 적용···'명중률 100%'글로벌 안보 위협 확대로 비궁·신궁 등 추가 수주 기대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IG넥스원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 방위사업청(47.6%)과 국방과학연구소(13.0%)에 대한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전체 매출 가운데 내수 비중은 84.5%, 수출 비중은 15.5%이다. 크게 대공‧대함‧대지 미사일 등이 포함된 유도무기(49.5%)가 주력이며. 감시정찰(ISR), 항공전자(AEW), 지휘통제(C4I) 분야에서도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LIG넥스원은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와 4조3000억원 규모의 천궁Ⅱ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LIG넥스원은 현지화를 위한 연구개발(R&D)과 생산 준비를 거친 뒤 2026년 이후부터 순차적으로 천궁Ⅱ를 납품할 것으로 예상된다.
LIG넥스원은 앞서 지난 2022년 초에도 아랍에미리트(UAE)와 2조6000억원 규모의 천궁Ⅱ 수출 계약을 맺었다. 선진국들이 독차지해 온 점중동 방산시장에서 국내 기술로 개발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를 수출하게 되면서 국내 방산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는 평가다.
LIG넥스원이 2018년부터 양산하고 있는 천궁Ⅱ는 탄도탄과 항공기 공격에 동시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 체계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기술들이 대거 적용된 천궁Ⅱ는 다수의 시험발사에서 100% 명중률을 기록하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국산 유도무기 대규모 수출···후발주자 한계 극복
최첨단 유도무기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일부 선진국만 개발에 성공해 후발주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기체계로서의 성능은 물론이고 수출국과 폭넓은 신뢰 관계를 확보해야 해서다. 글로벌 선두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국산 유도무기를 대규모로 수출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자주포, 장갑차 등 화력 분야의 지상무기와 달리 LIG넥스원의 전문 분야인 유도무기의 수출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등 잇따라 전쟁이 터지면서 첨단 방어체계인 유도무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LIG넥스원의 간판 무기체계인 천궁Ⅱ에는 ▲탄도탄 요격을 위한 교전통제 기술 ▲다기능 레이더의 추적 기술 ▲전방 날개 조종형 형상 설계 및 제어 기술 ▲연속 추력형 측추력 등 다양한 첨단 기술들이 적용됐다.
LIG넥스원은 해외사업 전문인력 확보 및 육성, 전담 조직 신설 등 해외 수주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2006년 국산 무전기의 첫 수출을 시작으로 미국,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UAE, 사우디 등에 순차적으로 현지 사무소를 개소한 LIG넥스원은 지난 2012년 국내 최초로 중남미 및 동남아 국가에 각각 함대함 유도무기와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를 수출하기도 했다.
LIG넥스원은 2.75인치 유도무기 '비궁'을 중심으로 글로벌 최대 규모인 미국 방산시장 진출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궁'은 해상 이동표적 대응을 위해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고 LIG넥스원이 참여해 2016년 개발을 완료한 2.75인치 유도로켓이다.
발사 후 망각 방식으로 다수 표적에 동시 대응이 가능하고, 차량탑재 방식을 적용해 기동성이 우수한 특징이 있다. 특히 차량 자체에 표적탐지, 발사 통제장치를 모두 갖추고 있어 단독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게 LIG넥스원의 설명이다 .
국산 유도무기로는 최초로 미국 국방성이 주관하는 FCT(해외비교시험)에서 우수한 성능을 입증한 만큼 수주 성과가 기대된다. FCT는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동맹국의 우수 장비 및 기술을 시험·평가하는 美 국방성 프로그램으로, 유럽 등 방산 선진국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19년 FCT 프로그램에서는 비궁이 비행·사격 시험을 비롯해 현장실사 등 다수 검증 과정의 요구조건을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충족했다. 또한 미국 주도 해상 연합훈련인 환태평양훈련 림팩(RIMPAC) 현장에도 소개돼 큰 관심을 받았다.
대함 유도무기 '비궁' 미국 수출 추진···루마니아는 '신궁' 주목
비궁은 당초 미군과의 공동 개발로 추진되던 무기체계였다. 하지만 미군이 중도 이탈하면서 국방과학연구소와 LIG넥스원이 독자 개발한 대함 유도로켓이다. 지난 2018년 국군에게 전력화된 비궁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루마니아와 사우디에 수출됐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도무기 생산에 한계를 보이는 미군은 다시 비궁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LIG넥스원은 비궁에 대한 FCT(해외 비교 성능시험)를 진행 중이며, 이르면 연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해군의 제식무기로 인정받은 비궁은 수주에 성공할 경우 무기체계를 미국에 수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미군이 비궁을 사들이면 검증된 무기체계로서 NATO 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에 추가적인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LIG넥스원은 유관 기관의 지원 아래 해외 고객의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도록 개량 및 신규 개발도 적극적 진행하고 있다. 특히 방위사업청에서 주관하고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운영하는 무기체계 개조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무인수상정에 2.75인치 유도로켓을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함정용 발사 체계'도 독자적으로 개발해 냈다.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해외 수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내수 수주를 바탕으로 미국과 루마니아에서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해군이 고속정을 주력으로 하는 후티 반군과 분쟁 강도를 높이고 있어 저가형 유도무기인 비궁의 미국 수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글로벌 안보 위협이 지속되고 있어 비궁(미국), 신궁(루마니아), 천궁Ⅱ(사우디아라비아 2차) 등 LIG넥스원의 신규 수주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