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마케팅' 나선 특급 호텔, 올해 애망빙 가격↑최고가 13만원···"각종 제반 비용 등 고려한 결과"'적은 비용·높은 만족감'···MZ 사치 소비문화 확산
일찍 찾아온 더위에 '작은 사치(스몰 럭셔리)'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 국내 특급 호텔들이 저마다 각양각색 빙수를 잇달아 선보이며 본격적인 여름 마케팅에 돌입했다. 이 가운데 단연 관심이 쏠리는 건 여름 시즌에만 등장하는 이른바 '애망빙(애플망고 빙수)'이다.
무엇보다 해마다 고공행진 하는 애플망고 빙수의 가격은 올해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서울 시내 특급 호텔에서 애플망고 빙수 하나를 먹기 위해 10만원은 우습게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지금처럼 불경기로 지갑을 닫는 상황 속 1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빙수를 사먹는 건 꿈도 꾸기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가진 돈 안에서 사치 아닌 사치를 누리겠다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호텔업계의 주된 타깃 층으로 떠오르면서 애플망고 빙수의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추세다.
스몰 럭셔리 유행을 타고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빙수의 가격이 10만원 선을 가뿐히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주된 재료인 애플망고의 가격은 얼마나 변했을까.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 집계하는 가락시장 가격 현황을 살펴보면 10일 오전 기준 국산 망고(3㎏·특)의 평균 거래 가격은 17만2857억원으로 전년 동기(15만원) 대비 15.2% 증가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수입산 망고와 달리 제주 애플망고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탓에 부득이하게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인건비 등 각종 제반 비용을 고려, 이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수입산이 아닌 국내산 애플망고를 사용하는 특급호텔들은 올해 빙수 가격을 너도나도 올리고 나섰다.
올해 국내 특급호텔 중 가장 비싼 애플망고 빙수는 바로 시그니엘 서울의 '시그니처 제주 애플망고 빙수'다. 이 빙수의 판매가는 13만원으로 지난해(12만7000원)보다 2.4% 올랐다. 시그니처 제주 애플망고 빙수는 지난해에도 국내 특급호텔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에 판매됐지만 올해 또다시 인상하면서 최고가를 유지하게 됐다.
고가 호텔 빙수의 선두주자격인 서울신라호텔 역시 지난달부터 애플망고 빙수를 작년(9만8000원)보다 4000원 오른 10만2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그랜드 워커힐 서울 더 파빌리온은 지난해 6만9000원이던 멜론·망고 빙수를 올해 7만3000원으로 4000원 올렸다.
물론 빙수 판매 가격을 유지하기로 한 호텔도 있다. 지난해 애플망고 빙수 가격을 12만6000원으로 결정해 한 차례 화제를 모았던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올해 이를 동결하기로 했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만족감을 얻는 MZ세대의 사치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특급 호텔의 애플망고 빙수는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더욱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이날 '신라호텔 망고빙수'와 관련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게시물 수는 1만3000개를 넘어선 상태다. 애플망고 빙수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신라호텔은 주말이 되면 빙수를 먹기 위해 1시간 이상을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특히 서울신라호텔의 애플망고 빙수는 하루에 많게는 200그릇가량이 팔리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끝없이 오르는 애플망고 빙수 가격이 심리적 마지노선을 이미 넘어섰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MZ세대 사이에서의 관련 스몰 럭셔리 문화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소비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며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 번씩 방문해 기분을 낼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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