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기술 단계서 진입장벽 가장 높은 분야" "전기 용량 키우고 균일하게 쌓는 기술이 경쟁력" "항공우주·로봇 관련 기업과 사업 협력 방안 모색"
김위헌 삼성전기 MLCC제품개발4그룹장(상무)의 말이다. 그는 17일 서울 태평로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세미나를 열고 초소형·초고용량의 기술력의 결과물인 MLCC를 소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등이 필요로 하는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부품이다. 전자제품 안에서 신호간섭(노이즈)을 막는 역할도 한다. 그런 만큼 스마트폰이나 가전·전기차와 같이 전자회로가 쓰이는 대부분의 제품에 사용된다. 가령 최신 스마트폰은 1000여 개, 전기차는 1만8000~2만개를 필요로 한다.
제품은 세라믹과 금속(니켈)을 번갈아 쌓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원재료에 여러 종류의 첨가물을 넣어 종이처럼 얇게 인쇄한 뒤 이를 쌓아 올리고, 필요한 크기로 잘라 도자기를 굽듯 열처리(1000℃ 이상)하는 공정을 거친다.
크기도 다양하다. 머리카락보다 얇아 육안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0.4mm x 0.2mm부터 5.7mm x 5.0mm까지 여러 사이즈로 제작된다. 전자부품 중 가장 작지만 그 가치는 상당하다. 300㎖ 용량의 와인잔을 가득 채운 양의 가격이 수억원을 웃돌 정도다.
김위헌 상무는 "나노 기술 단계에서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은 반도체지만, 마이크로 기술 단계에선 MLCC가 가장 높다"면서 "사이즈를 줄이면서도 저장 가능한 전기 용량을 키우고 간섭 없이 균일하게 층을 쌓는 등의 기술이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라믹 재료에 어떤 물질을 얼마만큼 첨가하느냐, 온도를 몇 도로 맞추느냐가 MLCC 특성을 좌우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삼성전기의 경우 핵심 원자재를 자체적으로 만들 뿐 아니라 IT와 전장 기술도 모두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AI(인공지능)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역량을 지녔다"고 자신했다.
삼성전기는 체질개선을 통해 미래 성장 시장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2016년 산업·전장용 MLCC 생산을 시작했고, 2018년 부산에 전장 전용 생산라인을 가동하며 사업 육성하고 있다. 향후 MLCC 신기술·신제품 출시로 기존 IT 영역에서 입지를 굳히는 한편, 서버·전장, 공장자동화용 로봇 등에도 역량을 집중한다. 특히 올해는 라인업 확대와 기술 차별화를 바탕으로 1조원어치의 전장용 MLCC를 판매한다는 복안이다.
이 회사는 2020년 자동차 파워트레인용(동력전달계) 3종과 제동장치에 들어가는 MLCC 2종을 내놨고, 2021년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용 MLCC 2종을 개발했다. 또 2022년 자동차 파워트레인용 MLCC 13종을 추가하고, 최근 16V급 ADAS용 MLCC 2종과 1000V 고압에 견디는 전기차용 MLCC 등을 선보였다.
김 상무는 "전장용은 IT용과 역할이 비슷하지만, 사람의 생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내구성을 필요로 한다"면서 "고사양 제품은 고온(150℃ 이상)과 저온(영하 55℃)의 환경, 휨 강도 등 충격이 전달되는 상황, 높은 습도 등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높은 기술적 난이도를 요구하고 있어 IT용 대비 개발 기간이 약 3배 길고 사격도 3배 이상 비싸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김 상무는 항공우주와 로봇 등 신시장에서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김 상무는 "항공우주와 로봇 등 분야에서도 많은 양의 고신뢰성 MLCC가 활용된다"면서 "전장보다 조건이 더 까다로워 거래기업과 여러 사항을 논의하며 착실히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시장조사기관 TSR은 전장 MLCC 시장이 2023년 4조원에서 2028년 9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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