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가스업계, 탐사 시추 소식에 '신중'일각, 투자比 낮은 수익 우려 목소리↑업계 "경제성 등 아직 판단하기 일러"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첫 국정 브리핑을 통해 포항시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액화천연가스(LNG)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최대 매장 가능성인 140억 배럴은 현 가치로 환산하면 삼성전자 시가 총액의 5배(약 2270조원) 수준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90년대 후반 발견된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다"라며 "석유는 최대 4년, 천연가스는 29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매장된 양 가운데, 4분의 1 정도가 석유고 4분의 3은 가스로 추정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올 연말부터 탐사 시추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업계 반응은 조용하다. 이번 석유·가스전 개발이 실질적으로 경제성이 있느냐가 아직 미지수로 존재하는 가운데, 섣부른 기대는 삼가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특히 탐사 시추가 시작되면 시설 투자나 시추 비용 등이 상당한 수준으로 들어갈 전망이라, 석유를 발견한다 해도 투자 대비 이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시추에 성공하면 좋긴 하지만, 애초에 개발이 경제성 있는지 캐내 봐야 판가름 나는 상황이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개발이 진행해도 최소 5년~6년 정도 긴 시간이 소요돼, 당장 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내에선 몇 차례 석유·가스 탐사를 진행해 왔다. 과거 한국은 1959년 첫 석유탐사에 진입했지만, 실패를 거듭하다 1998년 동해에서 4500만 배럴 규모의 가스전을 최초로 발견하며 시추 등 과정을 거쳐 개발에 성공했다. 동해 가스전은 2004년부터 약 4500배럴 소량의 천연가스를 생산했으며, 2021년에 가스 고갈로 생산을 마쳤다.
이번 개발에선 최소 5개의 탐사 시추공을 뚫는 작업이 필요하다. 시추공은 한번 뚫을 때 약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데, 정부에 따르면 시추 성공 확률은 20%다. 또한 시추뿐만 아니라 설비와 수송 비용, 매장된 자원량 등 요소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라는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시추나 생산 과정에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일반적으로 심해에 깊은 구멍을 뚫는 시추는 전문 장비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 글로벌 전문 기업에 맡겨질 가능성이 높다. 원유를 100% 수입하는 한국의 경우, 석유 개발 경험이 없어 기술력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시추 참여에 제한이 걸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번 석유·가스 매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업계와 국가 전반에 긍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시추에 성공하면, 국내 에너지 안보 확보에 도움이 되고, 수입 대비 물류비를 절약할 수 있어 에너지 가격 안정화에 기인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아직 어느 기업이 참여할지도 모르고, 경제성 분석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개발에 대해 예단하기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라고 했다.
한편, 석유·가스 개발은 2027년~2028년쯤 공사를 시작해, 시추에 성공하면 2035년 정도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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