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책무구조도 도입 초읽기···금융지주 막바지 준비 한창

신한금융, 선제적인 이행시스템 개발에 총력

금융지주들 초안 완성하고 세부 내용 조율 중

"은행연·금융당국과 소통하며 박차 가할 것"

금융지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오는 7월부터 도입되는 '책무구조도'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책무구조도는 내부통제에 대한 담당 임원의 책임을 강화해 금융사고를 예방을 목적으로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에 따라 책무(responsibilities)를 구체적으로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연이어 터진 금융사고 사태에 이 제도를 도입하고 금융지주에 구체적인 책무구조도를 작성하도록 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들도 책무구조도 초안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7월 책무구조도가 시행되면 금융지주와 은행은 내년 1월 3일까지 책무구조도를 마련해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우선 책무구조도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신한금융은 모든 계열사의 1차 책무구조도 작성을 끝내고 이행시스템 개발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신한금융은 책무구조도를 통해 그룹사 내 3선(線) 구조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1선에선 각 사업에 내재한 리스크를 파악·관리해 영업행위에 대한 내부통제 관점의 리뷰·점검을 이어가고, 2·3선에선 전문영역별 내부통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아울러 CEO에겐 책무구조도 작성과 내부통제 총괄 관리 의무를, 이사회엔 내부통제체계 운영 전반의 적정성에 대한 감시 책임을 부여한다.

우리금융은 책무구조도 초안 작성을 마치고 세부 내용 조정에 돌입했다. 내부적으로 임원 전원에게 관련 설명회를 진행했다. 책무구조도 제출은 하반기 변경 사항을 반영한 조직개편 이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협금융은 지난 4월부터 '책무구조도 도입 및 내부통제 체계 고도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까지 규정을 분석과 금융지주 책무 도출을 통해 임원별 책무 배분 및 기술서 작성을 완료했다. 오는 8월까지 내부통제 체계 고도화와 관련 세부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금융의 경우 책무구조도 도입 TF를 통해 도출한 안을 6월 중순 이후 최종 보고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역시 TF를 통해 금융당국에 제출할 책무구조도 마무리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7월 시행을 목표로 책무구조도 도입 첫 타자인 만큼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관련 작업을 하는 중"이라며 "금융당국과도 지속적인 소통을 하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세부적인 사안이 계속 변동되는 부분도 있어 최종적인 안을 내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무구조도 제도는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던 이유로 내부통제 중요성에 대한 임직원의 인식과 업무 관리 및 조직문화 미흡이 꼽히면서 도입됐다. 특히 많은 경우가 경영진과 이사회가 최종 책임자로서 인식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사고가 많은 반면 처벌 근거가 없어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실제 지난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경우 불완전판매에 따른 상당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지만, 당시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 준수가 미흡해도 관계자를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법원 판결로 금융당국 제재가 취소되기도 했다. 내부통제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고 실질적인 관리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책무구조도 도입을 통해 금융사고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관리 의무 이행 실패의 책임을 경영진에게 직접 물을 수 있도록 했다. 향후 금융사들은 각사의 판단 아래 임원 직책별 책무 및 책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술한 '책무기술서', 임원 직책별 책무를 도식화한 '책무체계도'를 제출하도록 했다.

책무구조도 상 이름을 올린 임원은 제대로 된 내부통제를 책임질 의무가 발생한다. 반면 충실히 내부통제 의무를 이행했다면 사고 발생 시 감경 또는 면제를 받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유연성을 더했다.

금융권은 책무구조도 도입이 비교적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은 "임원진이 내부통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관리책무를 이행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비교적 단기간에도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책무구조도 이상의 건전한 기업문화와 제도 시행의 계속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2주년 기념 간담회를 통해 "제도가 일도양단으로 엄청난 결론을 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볼 때 뭔가를 조금씩 해나간다는 측면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짜리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운영의 계속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