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사업 2년 만에 겨우 숨통 트였는데 생산차질 목표 내건 노조 집단행동에 술렁"당면 과제 고려해 불필요한 싸움 멈춰야"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이틀째 총파업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전날 대규모 파업 결의대회를 연 데 이어 이날도 조합원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3일차인 10일에도 따로 집회를 열지 않고 교육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삼노는 임금 인상률 상향, 유급휴가 제공,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으로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 등 요구를 사측이 수용하지 않자 파업을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앞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한 바 있다. 지난달 7일에도 연가 투쟁에 나섰다.
노조는 '생산 차질'을 파업 목적으로 내거는 한편, 사측이 10일까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무기한 파업까지 고려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일단 생산 현장엔 아직까지 특이사항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사측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대체 인력을 투입함으로써 생산 차질을 막았다는 전언이다.
그럼에도 노조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다. 이제 막 숨통이 트인 반도체 사업을 볼모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것처럼 비쳐서다.
실제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책임지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올 2분기 증권가의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추정치)을 거두며 상승가도에 진입했다. AI(인공지능)향 제품 수요 강세에 힘입어 HBM(고대역폭메모리), D램, 낸드 시장이 모두 살아난 게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14조1000억원을 벌어들인 2022년 2분기의 성적표에 크게 못미치는 데다, 하반기에도 'HBM 공급' 등 현안을 짊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생산에 차질을 주고자 하는 노조의 움직임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앞선다. 정당성이나 명분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조합원에게 6.1%의 임금 인상률을 적용하라는 것은 사실상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조건이었다고 업계는 본다. 이미 삼성전자와 디스플레이 등 관계사까지 인상률을 5.1%로 확정지은 와중에 특정 직원에 대해서만 이 같이 조치했다간 또 다른 형평성 문제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덧붙여 파업 시점을 놓고도 의구심이 상당하다. 공교롭게도 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한 8일은 삼성전자가 직원에게 상반기 성과급을 지급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올해 DS부문의 상반기 목표 달성 장려금(TAI)을 월 기본급의 37.5∼75%로 책정하고 이날 지급했다.
이에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로 돌아선 현 시점에 분쟁으로 실책을 범하지 않도록 노사가 갈등을 수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생산라인이 원만히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분쟁이 장기화하면 필연적으로 곳곳에서 문제가 포착될 수밖에 없다"면서 "반도체 사업 현안을 고려해 노사가 명분 없는 싸움을 멈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