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MP, 부작용에 비해 효과 크지 않다고 봐레켐비, 투여 환자 12.6% ARIA 발생해한국에자이 "국내 출시 일정 영향 없어"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럽 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최근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의 승인 거부를 권고했다. 인지 저하를 지연시키는 긍정적 효과에 비해 부작용에 따른 위험성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미국 제약회사 바이오젠과 일본 제약회사 에자이가 공동으로 개발한 항체 치료제다. 이 약물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뇌의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을 표적으로 해, 이를 제거하거나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신경세포의 기능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켐비는 미국에서는 지난해 1월 신속 승인 절차를 거쳐 조건부 승인을 받았으며, 이후 추가적인 임상 데이터 제출을 통해 같은 해 7월 정식 승인으로 전환됐다.
EMA는 "본 연구에서 대부분의 ARIA(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 사례는 심각하지 않았고 증상을 동반하지 않았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입원이 필요한 뇌의 대량 출혈을 포함한 심각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인지 기능 저하 지연에 대한 레켐비의 긍정적인 효과가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을 상쇄하지 못한다'고 결론 내렸다.
실제 레켐비는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3상 CLARITY AD 임상시험에서 18개월간 2주에 한 번 정맥주사로 약물을 투여 받은 환자들의 임상 치매 평가-합계(CDR-SB) 점수의 임상적 저하를 위약 대비 27% 감소시켰다. 이에 따라 평가기준을 충족했지만, 투여 환자 12.6%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이 발생했다.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ARIA)은 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특히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으로, 뇌 영상에서 관찰되는 비정상적인 소견을 의미한다.
ARIA는 크게 뇌부종 또는 뇌 속의 체액 축적을 의미하는 ARIA-E (Edema)와 뇌 속의 출혈이나 미세출혈로 인한 헤모시데린 침착을 의미하는 ARIA-H (Hemosiderin Deposition)로 나뉜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는 "항혈전제, 특히 항응고 요법을 사용하면 레카네맙을 복용하는 환자의 뇌출혈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봤으나 "모니터링 및 용량 관리 지침에 대한 설명과 권장 사항을 통해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EMA의 판단은 달랐다. EMA는 위약군과 레켐비 투여군 사이의 차이는 "작았다"고 팩트 시트에서 언급하며, 약의 효과가 부작용 위험성을 상쇄하지 못한다고 봤다.
EMA 자문위의 권고는 유럽 내 신약 허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레켐비는 당분간 유럽 시장에 진출하지 못할 전망이다.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대부분 EMA의 권고를 따르기 때문이다.
에자이와 에자이의 알츠하이머 개발 파트너사인 바이오아크틱(BioArctic)은 부결 사실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에자이 린 크레이머 최고임상책임자는 "CHMP의 부정적인 의견에 매우 실망했다"며 "우리는 초기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사람과 그들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구닐라 오스왈드(Gunilla Osswald) 바이오아크틱 CEO는 "우리는 오늘 발표된 CHMP의 의견에 놀랐고 매우 실망했다"며 "이번 결정은 최종 결정이 아니"라고 했다.
레켐비는 지난해 FDA 품목허가 이후 일본, 중국, 홍콩, 한국, 이스라엘 등에서 승인됐다. 현재 미국, 일본, 중국에서는 시판 중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5월 승인돼 올해 말 출시 예정이다.
한국에자이 측은 국내 레켐비 출시 일정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에자이 관계자는 "계획대로 올해 말에는 국내 환자와 의료진이 레켐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자이는 알츠하이머병에 질병 진행의 근본적 원인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혁신 치료제를 간절히 기다리는 환자와 가족분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레켐비의 조속한 국내 시장 공급 및 접근성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에자이는 유럽 승인에 대한 CHMP의 부정적 의견해 대해 재검토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자이 측은 미국에서 진행 중인 AAIC(Alzheimer's Association International Conference)에서 지난 30일(현지시간) 레카네맙 임상 3상(Clarity AD)의 핵심 시험과 OLE(open-label extension) 데이터를 기반으로 36개월 레카네맙 치료에 대한 최신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뇌출혈과 부종을 포함한 레켐비 관련 부작용의 비율은 치료를 시작한 지 6개월 후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자이 측은 이번에 발표된 레켐비의 추가 안전성 데이터와 기존 승인 국가 데이터를 통해 CHMP의 결정이 변경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증권가에서도 레켐비의 유럽 승인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모양새다.
일본 미즈호 증권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레켐비 유럽 신청은 (거부가 아닌) 지연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레켐비가 현재까지 알츠하이머 개발 분야에서 최고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제프리스에 따르면 EMA 산하 의약품 자문위원회의 부정적인 권고의 약 5분의 2는 뒤집힌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