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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EV3 어디서 만들까'...北美 생산지 고민하는 기아

산업 자동차

'EV3 어디서 만들까'...北美 생산지 고민하는 기아

등록 2024.09.12 06:30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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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공장 배정 유력···美 대선 결과 막판 변수트럼프 당선 되면 HMGMA 생산이 유리할 수도보조금·관세 정책 방향 따라서 생산지 결정될 듯

기아 EV3. 사진=기아 제공기아 EV3. 사진=기아 제공

기아가 소형 전기차 EV3의 해외 진출을 앞두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핵심인 북미 지역에서 이 차를 효과적으로 팔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이 필수적인데 어느 공장에서 EV3를 생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EV3를 올해 말 내지는 내년 초부터 미국에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출시를 위한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 위장막으로 덮힌 EV3를 목격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릴 정도로 EV3의 미국 대륙 상륙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기아 입장에서 EV3는 현재 미국 내 친환경차 시장에서 기아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상황을 고려한다면 확실한 성과를 기대해도 좋은 차로 꼽힌다.

EV3는 국내 시장에서부터 이미 주목을 받고 있는 전기차다. 지난 7월에 출시된 이후 불과 두 달 사이 5977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8월에만 4002대가 판매되면서 스포티지, 셀토스, 카니발에 이어 당당히 차종별 내수 판매량 순위 4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좋다.

기아는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인정 받은 EV3가 미국 시장에서 확실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미국에서의 전기차 판매 성과가 더 좋기 때문이다. 기아는 현대차와 더불어 미국 내 전기차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테슬라의 확실한 대항마로서 자리매김했다.

기아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미국에서 2만8247대의 EV6와 EV9를 판매했다. EV6의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3.0% 늘었고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EV9도 대형 스포츠 다목적 전기차(전기 SUV)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차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EV6보다 차체가 더 작고 효율성이 뛰어난 EV3가 등장할 경우 기아 전기차의 판매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특히 EV3와 차체 크기가 거의 유사한 소형 SUV 셀토스가 미국 시장에서 스포티지, K3(현지명 포르테), 텔루라이드, 쏘렌토에 이어 인기가 높은 차종임을 생각한다면 EV3가 미국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높게 점쳐진다.

문제는 이 차를 과연 어디서 만드느냐다. 현재 미국 내 기아의 생산시설로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있는 조지아 공장이 유일하다. 이 공장에서는 K5, 쏘렌토, 텔루라이드, 스포티지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EV9의 생산도 맡고 있다.

미국은 아니지만 북미권으로 꼽을 만한 멕시코 몬테레이에도 기아 공장이 있다. 현재 이 공장에서는 프라이드와 K4 등 소형차와 준중형차를 중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는 생산시설 증대가 예정돼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북미권 친환경 자동차 생산을 전담하게 될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HMGMA)이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 420㎞ 떨어진 브라이언 카운티에 세워졌다. 이 공장은 올해 4분기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현재 계획상으로 EV3의 생산을 배정한 공장은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이다. 멕시코에서 만든 완성차는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인 USMCA(구 NAFTA)의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관세가 붙지 않는다.

부품을 미국에서 들여와야 하는 점이 단점이고 완성된 차를 미국으로 옮기는 것도 문제지만 미국보다 인건비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대중적 가격을 매겨야 하는 소형·준중형차의 생산을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이 맡고 있는 셈이다.

차급만 본다면 소형 전기차인 EV3를 멕시코 공장에서 만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가 변수로 등장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 멕시코가 아닌 미국 HMGMA로 생산 거점을 바꿔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USMCA에 따라 무관세 부과 제도를 유지 중인 멕시코산 자동차에도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침체된 미국 자동차 산업 육성을 촉진하려는 '미국 우선주의' 취지의 정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에도 NAFTA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재협상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그 결과 현재의 USMCA를 만들었다.

민주당 후보가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 바뀐 이후 미국 대선 판세는 쉽게 알 수 없을 정도로 혼전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근소한 차로 해리스 부통령에 우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북미 지역 생산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멕시코의 인건비가 미국보다 낮아도 관세가 붙으면 말짱 도루묵이 되기 때문이다. 관세가 붙으면 가격은 더 올라가기 때문에 판매 경쟁력 측면에서 악재다. 물론 현재의 무관세 조치가 계속 이어진다면 EV3 생산 거점을 굳이 미국으로 바꿀 이유는 없어진다.

HMGMA로 생산 거점을 옮길 경우의 장점도 꽤 크다. 우선 미국에서 만드는 전기차이기 때문에 보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또한 현대차그룹이 SK온과 함께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은 물론 기존 기아 조지아 공장과의 연계성도 강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북미 지역에서 판매될 EV3의 생산지는 결국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북미 지역 자동차 산업의 최대 변수는 역시 대선 결과"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시나리오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만큼 EV3의 북미 생산 계획도 여기에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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