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조직 재정비 후 공격앞으로···리딩뱅크 빠르게 탈환내부통제 타 은행보다 안정···진 회장 무한신뢰 장점으로
지난해 2월 취임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말에 만료된다. 5대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행장들이 모두 임기만료를 앞둔 가운데 정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는 지난 10일 회의를 열고 정 행장 등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승계절차를 시작했다. 신한지주 자경위는 개정된 경영승계계획에 따라 자회사 대표이사 승계후보군을 선정했고, 향후 후보 추천을 위한 심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신한금융 자경위는 과거 대비 승계절차를 일찍 시작한 만큼 위원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후보군을 면밀하게 심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행장은 지난해 2월 故 한용구 전 행장의 사임 이후 등판해 신한은행을 이끌어왔다. 당시 정 행장은 취임식은 물론이고 취임사도 내지 않을 못할 만큼 급하게 신한은행의 경영 지휘봉을 잡았다. 금융권 안팎에선 정 행장이 예상치 못한 수장 공백 사태를 조기 수습하고 미래 성장전략의 밑그림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순이익 3위서 1년 만에 '1위'···상반기 은행 유일 2조 클럽
정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큰 배경은 '실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조677억원(연결 기준)으로, 하나은행(3조4766억원), KB국민은행(3조2615억원)에 밀려 3위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9286억원을 기록하며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신한은행은 은행권의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속에서도 순이익 9000억원을 돌파했다. 대출자산의 성장과 순이자이익(NIM) 개선을 앞세워 영업이익을 늘린 결과다. 전년 동기 대비 추가 충당금 적립 규모를 줄여 대손비용을 낮춘 것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신한은행은 올해 2분기에도 리딩뱅크 자리를 수성했다. 당기순이익은 1조 124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1.1% 급증했고,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2% 증가한 2조535억원에 달했다. ELS 충당부채 이슈가 해소된 후에도 2분기 실적만으로 KB국민은행(1조1164억원)을 앞질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 2조원을 넘긴 은행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원화대출금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308조9625억원으로, 전년말 290조3363억원 대비 약 18조6000억원이나 불어났다. 가계대출 관리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기업대출 분야에서만 16조원 가량이 증가했다는 게 신한은행의 설명이다.
현장 경험 살려 현장 영업력 강화···"모든 의사결정은 고객 중심"
금융권 안팎에선 이 같은 호실적이 오랜 기간 영업 일선에서 근무했던 정 행장의 리더십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행장의 취임 이후 신한은행은 디지털 조직을 아우르는 '영업지원부문'을 신설하는 등 흩어져 있는 사업영역을 재정비했다.
또한 영업추진 1·2·3·4그룹을 신설해 본점과 현장 영업력을 강화한 것도 대표적인 성과다. 영업조직도 고객을 개인·기업으로 구분하지 않고 팀 기반으로 공동영업을 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정 은행장은 모든 의사결정 기준을 '고객'에 두고 전략, 조직운영,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고객중심 가치가 더욱 깊이 파고들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정 은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우리가 고객에게 전심(全心)으로 몰입해야만 고객의 필요에 꼭 맞는 남다른 가치를 선사할 수 있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고객을 중심으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협업을 강조하고 있는 정 은행장은 트렌드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업권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현재의 금융환경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고객에게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그룹사 간 협업을 확대하겠다는 게 정 행장의 복안이다. 올해 2월 신한은행과 신한카드가 함께 '쏠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비대면 환전 상품인 '쏠트래블 체크카드'는 환전 수수료 무료,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등 기존 환전서비스와 차별되는 혜택이 종합된 카드로, 출시 5개월여 만에 100만좌가 발급되며 신한금융그룹의 신규 고객을 끌어들였다.
내부통제 다스려 금융사고 예방···해외에선 광폭 행보 주목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의 잇단 금융사고를 피해간 것도 정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이다. 정 행장은 올해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믿고 거래하는 은행이 될 수 있도록 내부통제 자체를 문화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철저한 내부통제를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시중은행들에 비해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도 정 행장의 중요한 성과다. 신한은행의 해외 현지법인 당기순이익은 2021년 3845억원에서 지난 2022년 5383억원으로 늘었고, 정 행장 체제인 지난해 5493억원으로 불어났다. 특히 올해에는 상반기에는 4007억원이나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정 행장은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왔다. 2023년 5월 일본 키라보시 금융그룹과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5월 몽골 최대 은행인 칸 은행과 업무협약 ▲11월 영국 기업통상부와 투자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올해 4월 인도 크레딜라 지분인수 ▲5월 중소벤처기업부와 글로벌 진출 지원 콘퍼런스(베트남) 개최 ▲6월 유럽부흥개발은행 업무협약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그룹이 예년보다 빠르게 자회사 승계절차를 시작한 가운데 정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올해 상반기 리딩뱅크 자리를 지킨 데다 내부통제 이슈가 없는 점이 고무적이고, 차별화된 해외 실적까지 뒷받침되면서 인사태풍의 무풍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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