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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빛 좋은 개살구' 가짜석유 방치하는 정유사

오피니언 기자수첩

'빛 좋은 개살구' 가짜석유 방치하는 정유사

등록 2024.09.26 16:50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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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빛 좋은 개살구. 겉으로 보기에는 좋으나, 내실이 없는 경우를 이르는 속담이다. 외관상 멀쩡한 탓에 아무 의심 없이 다가가기 쉽지만, 자칫 잘못하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최근 국내 주유소들의 행태를 살펴보면 이 속담을 떠오르게 한다. 가짜 석유 등을 불법 유통하는 위반 행위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이용한 소비자들만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최근 5년간 가짜 석유 등을 불법적으로 유통해 적발된 주유소는 1154곳에 달한다. 불법 행위별로 품질 부적합이 672곳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한다. 품질 부적합은 관리·보관을 소홀히 하거나, 인위적으로 제품을 혼합해 품질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제품을 유통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 외 경유에 등유를 섞는 가짜 석유판매가 289곳(25%), 정량 미달 석유판매 109곳(9%), 난방용 연료인 등유를 자동차 연료로 판매한 주유소가 86곳(7%)으로 나타났다. 정유사별로는 SK에너지 주유소(39%)가 가장 많이 적발됐다.

가짜석유 판매로 인한 피해 사례도 적지 않다. 국내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고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차량이 멈춰 서거나, 갑자기 시동이 꺼지고 엔진이 망가지는 사고 등의 피해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가짜 석유를 사용하면 차량 고장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물론, 화재 및 폭발로 인한 인명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통상 연료값이 높아지면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가짜·불량 석유를 만들고 유통하는 업자들이 등장한다. 또한 막대한 유류세를 감수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체연료를 사용하는 일도 잦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석유시장 불확실성 기조가 이어지면서, 주유소의 가짜석유 불법 유통 가능성은 더 열려있는 상태다.

이 같은 석유 불법 유통은 정유사들의 관리 소홀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피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인 만큼, 정유사들은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전 대책 강구에 힘을 써야 할 때다. 불량 석유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사전 단속과 품질 관리를 확실히 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 가짜·불량 석유 판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품질 점검 등 사전적 조치를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후 조치 차원에서 가짜석유를 판매한 주유소 혹은 소속 정유사에 대한 처벌을 높이는 등 법적 제도를 만들어 불법행위와 그로 인한 피해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가짜석유 불법유통 행위로 소비자들은 맘 놓고 주유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유사들과 정부는 신경을 곤두세워 경각심을 갖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힘을 쏟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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