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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JW중외, R&D 속도전 나선 이유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JW중외, R&D 속도전 나선 이유

등록 2024.10.31 17:20

수정 2024.10.31 17:32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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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트렌드 된 '동물대체시험' 적극 시도'오가노이드' 경험 덕에 美 템퍼스AI도 관심후보물질 결과 예측 가능해져···실패 리스크 ↓

JW중외, R&D 속도전 나선 이유 기사의 사진

JW중외제약이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하며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 제약기업 중 선도적으로 비(非)동물시험을 도입함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관심도 늘고 있는 모습이다.

美 의료AI 기업과 맞손, '임상데이터' 확보 가능해져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JW중외제약은 최근 미국 대표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인 '템퍼스AI'와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다. 템퍼스AI가 보유한 실제 임상데이터(RWD)와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항암 신약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템퍼스AI가 가지고 있는 임상 및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협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약개발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 되지만 그마저도 실패 가능성이 높아 대표적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사업으로 꼽힌다. 방대하고 질 높은 데이터는 신약개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국내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로 의료기관에서 데이터를 얻기 쉽지 않고 인종 다양성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JW중외제약은 이번 협력으로 템퍼스AI가 보유한 임상 기록, 병리 이미지 등의 멀티모달(multimodal) 데이터와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모델을 함께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자사의 신약후보물질을 정교하게 평가하고,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템퍼스AI는 실제 암 환자 종양에서 유래한 다양한 오가노이드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모델들은 환자의 종양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다.

임상에 쓰이는 동물 연 5억 마리···동물대체시험 중요성 ↑


JW중외제약이 템퍼스AI와 손을 잡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회사의 오가노이드 기반 신약개발 경험이 꼽힌다. JW중외제약은 오가노이드, AI, 제브라피쉬 등 동물대체시험을 활용해 전임상과 임상 간의 불일치(gap)를 줄이고 임상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중개임상 고도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동물대체시험은 지난 2022년 12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의약품 승인을 위한 비임상시험에 동물 외 다른 대체 시험법도 인정한다'는 내용의 식품의약국 현대화법 2.0(FDA Modernization Act 2.0)에 서명하면서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80년 넘게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던 동물실험 대신 대체할 수 있는 실험법을 허용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임상시험에 쓰이는 동물은 연간 5억 마리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국도 약 500만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희생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소요되는 비용도 글로벌 기준 연간 3~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동물대체는 크게 세포기반시험과 비세포 기반 시험으로 분류한다. 세포기반시험에는 세포기반 어세이, 오가노이드, 생체모사 장기칩, 바이오프린팅 등이 포함되고 비세포 기반에는 컴퓨터 모델링(in silico simulation)이 속한다.

이 중 가장 각광 받는 방법은 오가노이드다. 오가노이드는 인체 장기를 뜻하는 'Organ'과 유사하다는 의미의 접미사 'Oid'가 합쳐진 합성어로 인체 유사 장기를 가리킨다. 쉽게 얘기해 종양, 장, 뇌, 간, 폐, 위 등 사람의 장기를 모방해 작은 크기로 만든 것이다. 인간의 줄기세포 기반 2차원 또는 3차원 배양법을 통해 제작되는 만큼 생체 내 조직의 기능·구조·생리학적 특성을 묘사할 수 있다.

환자 조직으로부터 장기 유사체를 구축하면 환자의 유전정보를 기반으로 질병 모델링, 반복적인 약물 스크리닝,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 손상된 장기이식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 동물 모델보다 인간과 질병 생물학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동물시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고, 고전적인 방법으로 찾을 수 없는 약물 표적 식별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JW중외, R&D 속도전 나선 이유 기사의 사진

'중개연구·비용효율성' 위해 동물대체시험 도입


JW중외제약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동물대체시험을 적용한 신약개발 경험을 쌓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3D 암 오가노이드 진단 플랫폼 기업 엠비디와 협약을 맺고 다양한 종양 적응증을 탐색하고 있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STAT3 표적항암제 'JW2286'의 적응증 확장에도 엠비디의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인간 피부 오가노이드와 남성형 안드로겐성 탈모 동물모델에서 평가한 Wnt 표적 탈모치료제 'JW0061'의 효능을 글로벌 무대에서 최초 공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연구는 JW0061이 실제 인간 두피에서 모낭을 생성하는지 예측하는 시험으로, 기존 탈모치료제와 비교해 모낭생성·모발성장에서 우위성을 확인했다. JW0061는 퍼스트인클래스(혁신신약) 약물로, 내년 임상 개시를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회사는 제브라피쉬 모델 전문 비임상시험기관인 제핏과 업무협약을 맺고 비임상과 임상 간의 불일치를 줄여나가고 있다. 제핏은 유전자 편집기술을 활용한 질환 맞춤형 제브라피쉬 모델과 약물 스크리닝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제브라피쉬'는 열대어류로 인간과 유전적 구조가 80% 이상 유사해 포유류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비임상 중개연구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비용 절감 및 연구기간 단축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 전세계 비만약 돌풍을 일으킨 노보노디스크도 지난 2022년 스위스 소재 제브라피시 기반 플랫폼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신규 비만치료제 타깃 개발에 나선 바 있다.

AI 신약개발 부문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회사는 지난 8월 AI 기잔 R&D 통합 플랫폼인 '제이웨이브'를 본격 가동한 바 있다. 제이웨이브는 기존에 운영하던 빅데이터 기반 약물 탐색 시스템인 '주얼리'와 '클로버'를 통합하고, AI 모델의 적용 범위를 대폭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에 작용하는 유효 약물을 신속하게 탐색할 수 있고, 선도물질 최적화를 통해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할 수 있어 신약개발 전주기에 걸쳐 활용 가능하다.

JW중외제약이 동물대체시험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이유 중 하나는 중개연구 역량 강화 목적에 있다.

회사는 연구개발(R&D)에 있어 가장 초기 단계인 '연구' 부문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오랜 기간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며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현재 통풍치료제 '에파미뉴라드'(URC102),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JW1601', 항암제 'JW2286', 타로치료제 'JW0061' 등에서 임상 성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 임상 단계를 모두 마무리하거나 상용화에 성공한 실질적 성과는 없다. 회사는 비임상에서 임상단계로 진행하는 과정에 필요한 '중개연구' 역량 강화로 실패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중이다.

박찬희 JW중외제약 CTO(최고기술책임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운영 중인 '팜클래스'를 통해 "JW중외제약은 신약개발 속도와 중개임상의 성공률을 높이고 연구자원 집행의 효율성을 더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자사에 구축돼 있는 세포주 중심의 약물 스크리닝 플랫폼을 오가노이드 스크리닝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오가노이드 등 동물대체시험을 활용해 신약개발을 활발히 하고 있고, 기초 연구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템퍼스AI와 협력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자체 기술이 없으면 플랫폼 결합이 어려운데 우리는 기술력과 역량이 있다. 그래서 글로벌 흐름에 맞춰 동물대체시험을 선도적으로 도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한국에서 RWD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 같다. 오가노이드 연구 결과를 실제 환자 데이터와 비교함으로써 신약후보물질의 임상 시험 결과를 더욱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 특성별, 종양별, 환자들의 바이오마커별로 오가노이드와 연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최적의 맞춤형 항암 신약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라이언 후쿠시마 템퍼스AI COO(최고운영책임자)는 "RWD와 AI를 활용해 차세대 암 치료제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JW중외제약과 협력하게 돼 기쁘다"며 "템퍼스는 특정 암 적응증에 맞춘 오가노이드 패널을 구성해 실제 환자의 특성을 반영한 전임상 후보물질을 평가하고 있으며, 이번 연구가 얼마나 큰 성과를 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JW중외제약은 매년 매출액 대비 1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회사가 올 상반기에 투입한 R&D 비용은 401억원으로, 이는 매출액의 11.5% 수준이다.

연간 R&D 투자액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전체 매출액 6066억원의 8.4%인 506억원을 R&D에 투입했고, 2022년에는 525억원, 지난해엔 741억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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