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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배관설치만 바꿔도 누수·악취·소음 '싹'

부동산 건설사 명품건설 탐구생활

배관설치만 바꿔도 누수·악취·소음 '싹'

등록 2024.11.14 17:27

수정 2024.11.15 10:12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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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세 스카이시스템 대표이사, 27년 설비 외길 "배관설비, 바닥 대신 벽으로" '층상벽면배관' 전도사누수·악취↓디자인·위생↑···수리·교체비용도 '절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평범함과 비범함을 가르는 것은 아주 작은 세부적인 것에 담겨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지은 아파트들 중엔 브랜드를 안 단 곳이 없지만 하자와 부실시공에 대한 불만은 더 크게 늘었다. 진짜 명품 아파트가 되기 위해선 구석구석에서 발휘되는 전문가의 손길이 원청 대기업이 달아주는 '브랜드'보다 중요하다. 뉴스웨이에서는 '디테일의 차이'를 만드는 전문건설사들을 조명하고 부실시공의 해법을 찾고자 한다.

전영세 스카이시스템 대표이사. 사진=장귀용 기자전영세 스카이시스템 대표이사. 사진=장귀용 기자

"왜 수도관이나 오수관이 막히면 아랫집에 부탁해서 고쳐야 하고, 윗집 물이 새면 아랫집이 피해를 볼까요? 야밤에 윗집 물 내려가는 소리를 왜 듣고 살아야 하나요? 배관설비방식만 바꿔도 해결될 문제입니다."

노후배관으로 인한 누수문제는 층간소음과 함께 구축아파트의 가장 큰 고민으로 꼽힌다. 신축아파트에서도 입주시기가 되면 하자‧부실시공으로 가장 많은 민원이 제기되는 부분이 화장실의 누수와 물 막힘 현상이다.

'층상벽면배관방식'은 이러한 배관설비의 문제점을 완벽히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주목을 받는다. 층상벽면배관방식은 변기와 수도, 하수구와 연결된 배관을 벽 뒤에 설치하는 방식을 말한다. 배관이 화장실 벽 뒤에 있기 때문에 아랫집에 피해를 줄 일이 없는 것.

층상벽면배관방식 구조 샘플. 사진=스카이시스템 제공층상벽면배관방식 구조 샘플. 사진=스카이시스템 제공

1997년 스카이시스템을 창업해 27년간 설비업계에서 외길을 걸어온 전영세 스카이시스템 대표이사는 관련 업계에선 층상벽면배관방식의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전영세 대표는 2001년부터 바닥에 닿지 않아 청소가 용이한 '벽걸이형양변기'를 공급했다. 그러다 2010년 물소리로 인한 층간소음을 없애는 동시에 배관수리와 교체가 쉬운 'OSP(On Slab Plumbing) 층상벽면배관방식'을 개발했다.

배관구조를 보면 층상벽면배관방식의 장점을 더욱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기존에 많이 쓰던 '층하배관'은 윗집과 아랫집 사이의 바닥(슬래브)을 뚫고 아랫집 천정 위에 배관을 설치한다. 배관이 막히거나 고장 나면 바닥을 깨거나 아랫집의 천정을 열어야 한다. 누수가 생기면 아랫집으로 물이 새기 때문에 피해보상이나 갈등문제로 번지기 쉽다.

그래픽=장귀용 기자그래픽=장귀용 기자

층상벽면배관방식은 과도기적 형태로 공급됐던 '슬래브다운방식 층상배관'과도 구별된다. 일명 '층상이중배관'으로 불리는 슬래브다운방식 층상배관은 슬래브 위에 배관을 설치하고 배관 위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아랫집 층간소음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수리와 교체가 어렵고 배관의 각이 작아 물고임이나 막힘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전영세 대표는 층상벽면배관방식을 더욱 고도화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여개에 이르는 관련 기술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지금도 연구개발과 실험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변기에 급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150년 전통의 스위스 업체인 '게베릿' 물탱크만 고집한다.

층상벽면배관방식과 벽걸이형양변기가 결합된 화장실은 누수와 악취에선 해방되고 디자인과 위생은 끌어올렸다. 배관에서 누수가 되더라도 평소 선반이나 세족대로 쓰는 상판 뚜껑만 열면 손쉽게 수리가 가능하다. 물이 샐 일이 사라지고 공중에 떠 있는 변기가 설치된 화장실은 청소도 쉬워 언제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층상벽면배관방식으로 설비한 화장실 실제 시공 모습. 사진=스카이시스템 제공층상벽면배관방식으로 설비한 화장실 실제 시공 모습. 사진=스카이시스템 제공

전 대표는 100년 이상 쓰는 '장수명주택'을 지으려면 반드시 층상벽면배관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래 100년을 쓸 수 있는 콘크리트건물을 노후화시키고 벽면에 균열을 일으키는 주범이 배관누수"라면서 "배관교체 때문에 콘크리트 바닥을 깨고 다시 콘크리트를 붓고 하면서도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정부에서도 층상벽면배관방식을 권장하고 있다. 층상벽면배관방식을 적용하면 ▲녹색건축인증제도와 ▲리모델링이 쉬운 구조의 특례 ▲공동주택성능등급 ▲장수명주택건설인증 등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용적률이나 높이제한, 건축비 가산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인증제도들이다.

전영세 스카이시스템 대표이사가 남양주 별내에 위치한 스카이시스템 본사 내 '쇼룸'에서 층상벽면배관방식 시스템 샘플을 직접 작동시키는 모습. 사진=장귀용 기자전영세 스카이시스템 대표이사가 남양주 별내에 위치한 스카이시스템 본사 내 '쇼룸'에서 층상벽면배관방식 시스템 샘플을 직접 작동시키는 모습. 사진=장귀용 기자

이러한 장점 때문에 최근엔 서울 내 아파트를 중심으로 층상벽면배관방식을 적용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를 시작으로 '서초그랑자이' 등 총 45개 단지, 10만개소 화장실에 층상벽면배관방식이 적용됐다. 제로에너지실증단지와 장수명주택실증단지 등 R&D 공공사업에도 참여했다. 최근엔 '방배아크로리츠카운티'(방배삼익 재건축)와 '디에이치클래스트'(반포주공1단지124주구)에서 이 방식을 적용해 착공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대표는 층상벽면배관방식을 적용하는 단지가 지속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 대표는 "층상벽면배관방식은 층하방식이나 슬래브다운방식보다 설치비가 조금 더 비싸다. 하지만 성능과 유지보수 측면에서는 비교가 불필요할 만큼 월등하다"면서 "조금 비용을 들이더라도 더 좋고 오래 쓸 '명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소비자를 만족시킬 품질에만 신경 쓸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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