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전략' 내세운 조 행장과 달리 '내실 다지기' 강조KPI, 단기적인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변화 필요해내부통제 재차 강조···"실제 행동 나설 수 있는 시간 필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에 대한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우리은행을 이끌게 된 정 후보는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업무중심 조직문화를 '고객중심'으로 옮길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재 단기적인 KPI(핵심성과지표)에 변화를 줄 방침이다. 6개월마다 반복적으로 해온 상대평가를 중단하고 절대평가 방식 도입을 검토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 후보는 2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 1층에서 기자들과 만나 "KPI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현재는) 너무 단기적인 상대평가"라며 "상대평가 제도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는데 절대평가를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은행은 자본력이 약하다 보니 실적 베이스 위주의 평가로 진행된다. 우리은행이 1등이면 상대평가를 해도 괜찮지만 지금은 조금 낮아져 있다"며 "은행업의 본질은 고객이 맡긴 돈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실적보다) 고객 감동을 주는 쪽으로 더 평가를 해야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앞서 '1등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경영전략과 반대되는 것이다. 조 행장은 올해 1월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등이 목표"라고 밝히며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특화 채널 '비즈프라임센터' 확대에도 공을 들였다.
정 후보의 경우 우리은행의 강점인 기업금융 강화 전략은 유지하되 일선 영업점과 특화채널의 영업전략을 이원화할 방침이다. 일선 영업점의 경우 안정적인 영업 스타일을 가져가고 비즈프라임센터는 공격적인 영업을 지속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3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11.9% 증가한 190조84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지난달부터 위험가중자산(RWA)이 급격히 늘어나며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2% 아래로 하락하자 사실상 기업대출 문도 걸어 잠그는 모습을 보였으나 정 후보 체제에서는 속도조절에 나서며 기업금융 강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후보는 향후 성장시킬 사업 부문을 묻는 질문에도 '기업금융'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은행의 모태가 조선 상인들을 위해 시작된 은행"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수출입을 많이 하고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는 수출·수입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금융과 현재 힘든 개인사업자들 쪽으로 전 직원이 중점을 두고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정 후보는 내부통제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100억원대 횡령 사고에 이어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태 등 반복적인 금융사고로 금융당국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부당대출 관련 지난달 말까지 6개월간 우리금융·우리은행을 상시 검사해왔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정 후보는 우리은행장에 내정된 뒤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로 실추된 은행 신뢰 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전면적 혁신과 기업문화의 재정비에 우선적 목표를 두겠다"며 "혁신형 조직개편, 성과중심의 인사쇄신을 통해 우리은행만의 핵심 경쟁력을 제고해 신뢰받는 우리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이날 내부통제 방안을 묻는 질문에도 정 후보는 직원들이 실제로 내부통제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내부통제를 위한 컨트롤타워 도입도 검토할 전망이다.
정 후보는 "이론적으로는 우리은행도 우수한 내부통제 방안이 마련돼 있다"면서 "그러나 은행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직원들이 업무에서 과부하 걸리는 부분 등을 덜어내서 실제로 내부통제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물리적인 요소와 내부통제 이론을 맞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에서 CEO를 선정할 때에는 당면 과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한다"면서 "KPI와 내부통제는 현재 우리은행이 가장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정 후보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야기 한 만큼 변화에 힘을 주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jisuk618@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