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임시회의서 비 정례 RP 매입 결정유동성 무제한 공급···수요 맞춰 규모 확대매일 비상 대응 TF 회의···금리 경로는 '노코멘트'
박 부총재보는 4일 오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임시 회의가 끝난 직후 브리핑을 열고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어 시장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임시 회의를 통해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시장 안정화 조치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응해 한시적으로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지만, 계엄령 해제 이후 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다는 게 박 부총재보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박 부총재보는 "어젯밤 비상 직후 크게 확대됐던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은 동 조치가 해제된 이후 다소 안정되는 모습"이라며 "한당분간 금융외환시장의 불안 요인이 잠재해 있는 만큼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부터 비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를 매입해 단기 유동성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금통위는 원화 유동성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RP매매 대상 증권 및 대상 기간을 확대하는 것을 의결했다.
또한 필요시 전액 공급 방식으로 RP 매입을 추진하고, 채권 시장과 관련해서는 국고채 단순 매입, 통안증권 환매 등을 충분한 규모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은행법 제64조 및 제80조에 의거한 대출이 필요한 경우에는 금통위의 의결을 거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갈 방침이다.
외환시장과 관련해서는 외화RP 등을 통해 외화 유동성을 공급하고, 환율 급변동 시 다양한 안정화 조치를 적극 시행할 계획이다. 원활한 지급 결제를 위해 금융기관의 순이체한도를 확대하고, 담보 설정이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이번 시장 안정화 조치에 담겼다.
박 부총재보는 "이번 조치가 금융시장에서 얼마나 활용될지에 대해서는 금융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조치들이 금융시장의 안정에 기여하겠지만 여전히 여러 불안 요인이 잠재해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필요한 만큼 추가 조치를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한은은 시장의 우려가 컸던 외화 유동성이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어젯밤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조금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 있는 상태"라며 "유동성 관련된 지표와 외화자금시장 쪽도 특이한 상황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부총재보는 지난밤 큰 폭으로 뛰었던 원‧달러 환율도 안정화 추세로 가고 있다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박 부총재보는 "환율은 한때 1442원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간 상황"이라며 "현재 환율은 달러 가치의 변동과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부총재보는 이미 추가한 RP 대상 기관을 더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번에 추가 확대한 수준은 과거에 코로나19와 레고랜드 사태 때와 동일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최용훈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비정례 RP 매입 등을 통한 시장 유동성 공급 규모는 당연히 시장 상황을 봐서 판단할 것"이라며 "수주간에 걸쳐 유동성을 공급해 시장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고, 정확한 규모는 시장의 분위기 등을 최대한 종합해 결정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은은 앞서 금융당국이 발표한 것과 마찬가지로 시장이 필요로 하는 유동성을 사실상 무제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최용훈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RP 매입은 한 번에 얼마나 길게 공급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만기가 돌아오면 다시 리볼빙할 것인지 또는 규모를 늘릴지 줄일지는 다음 상황에 맞춰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수요에 맞춰 유동성 공급 금액을 늘려갈 것이기 때문에 보도자료의 '충분히'라는 표현은 필요로 하는 만큼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박 부총재보는 향후 금리 경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박 부총재보는 "계엄령 사태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영향을 점검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금 이 자리에서 딱히 어떻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오늘 금통위 임시 회의에서는 금리 관련 논의가 없었다"며 "이번 사태가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지켜봐야 하고,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와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들여다 봐야 하므로 앞으로 금통위 임시 회의에서 금리를 결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 부총재보는 "금융당국도 그렇지만 한은도 현재 상황을 굉장히 엄중하게 보고 있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대응해 나갈 생각"이라며 "당분간은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비상 대응 TF 회의를 소집해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계속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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